크리스마스 특선 '또 이 영화야?'
크리스마스 특선 '또 이 영화야?'
  • 김우성
  • 승인 200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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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서 봐도 후회않을 크리스마스 영화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거리곳곳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마케팅이 넘쳐나고 극장가 역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이나 연인들의 발걸음을 이끌며 크리스마스 맞이에 여념이 없다. 반면에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며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픈 사람들도 적지 않을 터. TV에선 어김없이 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들이 방영되지만 반복되는 레퍼토리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가까운 DVD 대여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때 보면 좋을 그런 영화 어디 없을까.

어른같은 아이는 이제 그만


빅(Big, 1988) 감독 페니 마샬. 주연 톰 행크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홀로 집에 남았던 귀여운 ‘캐빈’(맥컬리 컬킨)은 어느 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세월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 지던 캐빈의 모습도 순수한 아이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애어른’에 가까웠다. 절대 손해 볼 것 같지 않은 이 영리한 아이 앞에 허점투성이의 악당들은 측은해 보이기지기까지 하다. 그에 비해 [빅]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몸만 어른으로 변한 13살 ‘조쉬’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로 1억 달러의 히트작을 낸 최초의 여성감독 '페니 마샬' 은 아이가 겪게 되는 어른들의 세계를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장난감 회사에 취직해 승승장구하는 조쉬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또 다른 매력


유치원에간 사나이(kindergarten Cop, 1990) 감독 이반 라이트만. 주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아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심지어 직접 ‘터보맨’이 되어 제트 엔진을 달고 하늘을 날던 남자.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이 투박한 사내의 좌충우돌 소동극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유쾌함이 있다. 터보맨의 행방을 훤히 꿰뚫고 있는 분이라면 이 사내와 함께 유치원에 가보자.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을 소재로 큰 웃음을 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이 LA의 소문난 강력계 형사 ‘킴블'을 유치원에 파견했다. 졸지에 유치원 교사가 된 킴블 선생님의 거친 지도 방식에 아이들이 순순히 따라올 리가 없다. 이에 킴블은 우락부락한 덩치를 차츰 숙여가고 그제서야 아이들도 그와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다.

미국식 우여곡절 사랑이야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 감독 노라 애프론. 주연 톰 행크스, 맥 라이언.

영국식 코미디는 삶에 대해서 유머를 곁들여 진실을 담아내고 때로는 기발하게 비틀어대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영국식 코미디를 달콤한 사랑이야기에 적절히 녹여낸 ‘워킹타이틀’의 수작들은 언제나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로맨틱코미디의 기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하지만 달콤한 사랑이야기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이기 마련. 여기 대서양 너머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마주하고 있는 도시,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시애틀에서도 감미로운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힘들어하는 샘(톰 행크스)을 위해 그의 아들이 라디오방송에 전화를 건다. 새엄마를 찾아 달라는 엉뚱한 꼬마의 바람은 전파를 타고 멀리 애니(맥 라이언)에게까지 전해진다. 물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운명적 사랑이다. 하지만 여기 두 남녀와 함께 마술적인 체험을 겪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까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1992) 감독 해롤드 래미스. 주연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크리스마스 이브. 북극나라에서 산타와 루돌프가 찾아온다. 아이들은 저마다 양말을 걸어 두고 소원을 빈다. 어른들은 그러한 아이들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탈지면으로 수염을 만들어가며 분주해진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TV를 켜면 요정의 나라가 펼쳐진다. TV속 요정들을 보며 그들은 생각한다. ‘음. 컴퓨터 그래픽이 훌륭하군.’[사랑의 블랙홀]은 꿈과 현실을 엄연하게 구분 짓고 있을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이다.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기상캐스터 ‘필 코너스’(빌 머레이)에게 매일 똑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마법이 벌어진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상상해봤을 이 황당한 상황 속에서 필은 여자도 유혹해 보고 도둑질도 해보는 등 특유의 악동 기질을 발휘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또 다시 반복되는 시간 속에 결국 절망하게 된다. 필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하나. 거짓말 같은 이 모든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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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관한 진지한 고찰

미션(The Mission,1986) 감독 롤랑 조페. 주연 로버트 드니로, 제레미 아이언스.

‘율 브린너’만큼의 람세스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은 언제 봐도 통쾌한 장관이다. 그 때 당시 그런 영화들이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움 따름이고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작품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 또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여기 상반된 순교의 길을 걷는 두 선교사를 통해 깊이 있는 고민에 빠져보자. [미션]은 1750년 경,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국경 부근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종교적 사랑과 현실적 활동 사이에서의 갈등을 그려내며 오늘날까지도 종교와 정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백인 우월주의가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음까지 숙연해지게 하는 숭고한 영상과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 더해져 [십계]와 [벤허]의 빈자리를 채워 주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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