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시피=슈만+클라라+브람스
러브레시피=슈만+클라라+브람스
  • 정욱
  • 승인 200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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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Curtain / 정 욱


[인터뷰365 정욱] 독일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인 로베르토 슈만 (Robert Alexander Schumann)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듣고 있으면 오직 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강렬한, 그리고 신선함이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그에게는 너무나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클라라. 클라라는 슈만의 피아노 스승이었던 바크의 딸로, 아름다운 미모는 물론이요 당대의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다. 슈만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크의 제자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되었는데, 이러한 노력의 댓가였는지 클라라라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들의 사랑이 순조롭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클라라의 아버지였던 비크의 반대가 무척이나 강했다. 당시 클라라는 꽃다운 나이인 18세였고, 아홉살이나 많았던 슈만은 여러가지로 비크의 맘에 들지않았다. 처음 슈만의 자질은 감지하고 제자로 삼았던 비크였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성공을 위한 지나친 과욕으로 몸을 혹사했던 슈만은 무리한 연습으로 인해 결국 손에 마비증상이 오고 말았다.


이렇듯 피아니스트로서 전혀 가망이 없고 장래가 불투명한 사람에게 아끼는 딸을 내어줄수는 없는 비크는 마지막까지 그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으로 하나였던 슈만과 클랄라는 바람직하진 않았지만 법적인 해결을 구하게되고, 결국 3년간의 법정소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그 당시 클라라는 아홉살에 최고의 연주장이었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연주회를 갖었고 해외연주와 함께 세계적 거장이었던 괴테, 파가니니, 멘델스존, 리스트 등 많은 예술가의 후원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그녀는 슈만과 그의 음악을 위해 모든것을 헌신하였고, 무엇보다 가곡과 독주곡 위주의 작품을 작곡해온 슈만에게 교향곡까지 작곡할 수 있었던것은 클라라의 권유와 협력에 의해서 가능했다.


결혼이후 오직 클라라를 위해 음악은 만들었던 슈만은 고질적인 정신병으로 인해 힘든 말년을 보냈는데, 그 가운데서도 클라라는 슈만의 곁을 지키며 끝까지 그를 놓지않았다. 이러한 슈만이 생전에 만든 여러 음악작품 못지않은 중요한 업적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음악가 브람스를 발견해낸 것이다.


이때 슈만과 클라라의 사이에 브람스가 등장한다. 젊어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능력이 탁월했던 브람스는 자신이 만든 작품의 악보를 당대 유명 작곡가였던 슈만에게 보내는데, 안타깝게도 그 악보는 개봉이 되지도 않는채 그대로 반송이 되어오고 브람스는 슈만에 대한 원망과 함께 큰 좌절감에 빠진다. 하지만 슈만의 음악에 담긴 예술적 깊이감에 매료된 브람스는 다시금 용기를 내여 슈만을 방문하게 되고, 그의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게 된다.


역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브람스의 작품과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은 슈만과 클라라는 그의 능력과 천재성에 찬사를 보내게 되고, 결정적으로 당시 작곡과 비평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슈만은 자신이 발간하던 음악지에 브람스를 소개하여 그의 존재를 널리 알린다.


이로 인해 독일음악계는 새로운 천재의 등장에 환호하게 되고, 슈만부부와 브람스는 음악과 예술 안에서 친민한 관계를 갖게 되는데 이 모든것의 바탕에는 브람스의 슈만부부에 대한 존경과 함께 클라라를 흠모하게 된 브람스의 사랑이 있었다.


존경과 우정의 대상으로 생각하였던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감정은 서서히 사랑으로 바뀌게 되었고, 젊고 매력적인 브람스의 모습에서 클라라의 마음도 많은 동요가 있었다. 하지만 클라라는 남편 슈만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가정을 지켜나갔고, 브람스를 그런 그녀 옆에서 묵묵히 음악을 연주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사랑의 마음을 존경으로 바꾸는 의미로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피아노소타나 작품 2번>을 헌정하여 자신을 타이르며 음악에만 온 열정을 쏟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잠시, 정신병이 심해진 슈만은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클라라를 돕게 된 브람스는 결국 자신의 모든 노력을 그녀를 위해 쏟게 된다. 결국 클라라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브람스, 그러나 이런 브람스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남편 슈만을 위해 가정을 지켜야하는 클라라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브람스의 사랑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브람스는 이렇게 자신의 바램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고, 클라라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상처와 회한, 그리고 아쉬움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의 음악 안에 표현되어있다. 당시에 브람스는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사중주 C단조>의 미친 듯 거칠고 사나운 도입부를 친구에게 소개하며 자신의 절박하고 아픈 마음을 이렇게 얘기한다.


"친구여 자, 이제 막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스스로를 향해 총을 쏘려는 한 남자를 상상해보게나. 왜냐하면 그에게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말일세..."



이렇듯 너무나도 절박하고 안타까운 브람스와 클라라의 사랑이었지만, 슈만이 죽고나서는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무리 없는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데, 클라라는 슈만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게 되고, 브람스 역시 클라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음악에 담아 작품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러면서 브람스는 클라라를 위해 레퀴엠을 만들게 되는데, 그 제목은 '남아있는 자를 위한 레퀴엠'으로 죽은 자를 위한 레퀴엠이 아닌, 살아서 남아있는 클라라를 위해 이 작품을 작곡한다. 그리고 그녀가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자신 역시 피할수 없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브람스는 성경에 의거한 <네개의 엄숙한 노래>를 작곡하게 된다. 물론 이 네개의 노래 속에는 평생을 두고 사랑했던 클라라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배려, 브람스 자신의 지나온 삶과 생을 마감하는 자신의 마음이 담겨있다. 1896년 5월 20일, 77세의 나이로 클라라가 타계 했을때 브람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가장 위대했던 가치였으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잃어버렸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한 여인과의 삶을 음악에 담아내었던 작곡가 브람스. 클라라가 죽은 다음해,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브람스는 64세의 삶을 아쉽지만 아름답게 마감한다.


음악과 삶을 통하여 사랑과 아쉬움, 상처를 함께 나누었던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사랑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그래서였기에 그들의 음악은 지금도 우리의 삶속에 아름답고 강렬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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