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낙향한 지 오랜만이거늘, 여차한 일로 한 달 전 상경하는 길에 재 너머 삼강주막을 거친다. 얼씨구나 세상 보기 힘든 박 터널이 있네. 내려서 보니 흥부와 놀부가 박 씨름하던 박까지 온갖 박으로 다 심어 터널을 만들었다. 삼강주막이라면 진짜 늙은 주모가 살아 계실 때 찾아뵌 적이 있다. 당시는 시골 분들도 막걸리를 천시할 때라 맥주와 소주만 팔던 시절이다. 마을의 늙은 분들이 서넛 모여 주모와 한담을 나누며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막걸리는 먹고 싶은데 왜 이런 촌구석에 막걸리가 없느냐고 주모한테 물으니 지금 세상에 막걸리를 찾는 사람은 당신뿐이란다. 허허- 지금은 주인공이 오간데 없이 그 옛날과 전혀 다른 삼강주막이랍시고 만들어 관광지로 돌변해 어느 TV의 인기 연예오락 프로에서 그 일대를 소개하고 난 뒤 더욱 명소가 되었다. 서울 가는 내 동생에게 한번 들러보라고 했더니 대기하는 손님들의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단다. 인근의 소문난 음식점도 마찬가지이다.
삼강주막의 운영주체는 현재 그 마을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논농사 밭농사보다 더 주막에 올인하는 이유를 알고도 남는다. 나무랄 탓이 아니다. 날로 번창하는 주막을 보고 저승 간 주모는 뭐라 할까. 아주 가난한 주막에서 늙은 동네 노인들 몇 분과 한여름 시절을 보내던 쥔장을 생각하면 눈물겨운데 그래도 박 터널까지 만들어 세인들을 많이 불러들이는 삼강주막 주민들의 마케팅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박은 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오는 날까지 잘 죽지 않는다. 일월처럼 박처럼 둥글고 뒤죽박죽 묘하게 돌고 도는 게 삶의 이치가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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