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탤런트 올 누드 연기교육’ 진실은 무엇이었나?
KBS ‘탤런트 올 누드 연기교육’ 진실은 무엇이었나?
  • 신일하
  • 승인 20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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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 교육 담임<첫사랑>의 이응진PD가 입을 열었다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KBS 공채 신인 탤런트, 올 누드 연기 교육 파문’ 1991년 여름철. 각종 신문과 연예잡지를 뒤져보면 이런 선정적 제목 아래 “공영방송인 KBS가 연기자들에게 외설을 부추기다니 이럴 수 있냐”며 성토하는 기사로 도배되다 시피 한 걸 볼 수 있다. ‘올 누드 연기 파문’은 그해 연말 10대 뉴스로 장식되었을 정도의 토픽 사건이었다. ‘누드 연기 교육은 예술인가? 아니면 외설인가?’ 당시 KBS 공채 14기 연수생들을 위한 교육 담임을 했던 이응진PD를 만나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KBS를 마치 동네북인 것처럼 두들겨 패더군요. 그 매를 맞고 살아남은 게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아요.” 어렵게 입을 연 그는 작심이나 한 듯 “16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야 밝히는 거지만 역대 KBS 공채 기수 중 그때 입사한 연기자 중 스타가 제일 많이 배출되었고 많은 숫자가 살아남아 TV, 영화, 연극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니 당시 교육은 잘 못이 아니었다는 게 입증된 거죠?”하며 반문하는 거다.


한류 스타가 된 이병헌 그리고 김호진, 손현주, 배도환, 김하균, 김정균, 김정난, 이지형, 임성민(2000년 20기 공채 아나운서로 전환), 연극배우로 방향을 바꾼 주수정 등은 모두 공채 14기 동기생이다. 그동안 KBS에서 2003년 탤런트 공채 20기까지 배출했으나 활동 중인 연기자가 한 명도 없는 기수도 있다고 말한 이응진PD는 “14기야 말로 성공한 최고 공채 기수로 손꼽힌다”며 강조했다.


“대학에서 교수를 초빙해 강의를 부탁할 때 가르칠 내용이 어떠한 거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없죠. 그처럼 당시 연수교육 때 교수에게 자율적 연기 수업을 맡겼던 거예요. 그날 강의 주제는 ‘이미지 드러내기’로 기억해요. 진솔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극중 캐릭터화가 되어야 하며, 현재의 자아를 버리고 극중 세계에 몰입해야 한다면서 그 교수는 그런 취지에 맞춰 ‘에덴동산’이란 설정을 주고 연수생들에게 스스로 현장을 표출해 보라고 한 거로 압니다. 그리고 ‘연기자가 되려면 자신의 몸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누드는 벗는 걸 의미하므로 자칫 통속에 빠지기 쉽지만 그 반대편에는 지고지순한 예술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는 식으로 자신의 몸 철학을 가르쳐 준 겁니다”


그러면서 이응진PD는 ‘누드’란 쓰기 힘든 양날의 칼로 비유되어 자칫하면 행위와 표현이 에로티시즘인 것처럼 비판받아왔는데 그때 교육이 외설로 받아들여지는 불행을 낳았다는 것이다. 당시 공채 14기 생은 48명. 이들은 3개월 연수 교육을 무사히 마쳐야 KBS 전속 연기자가 되기 때문에 혹독한 코스의 일정이지만 중도하차의 고배를 마시지 않기 위해 서로 위로하면서 열심히 공부한 공채 기수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누드 워크숍 이후 일부 연기자 입을 통해 무슨 해프닝이 벌어진 것처럼 소문이 새어나갔고 매스컴이 사건을 선정적 빅뉴스로 다루자 방송가에 일파만파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제일 걱정했던 건 연수생 중에 몇 명이나 살아남을 것인가 이었어요. 융단폭격이 가해진 전쟁터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악몽 같았던 91년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떠올리기조차 싫어 그 누구와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 이응진PD는 이듬해에 들어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단다. 다행스럽게 연수생 중 탈락한 연기자는 한 명도 없었던 건 그에게 위로가 되었다.


“복잡하던 머릿속이 정리된 후 어느 날 떠오른 사람이 있었어요. 80년대에 누드 ‘환’시리즈를 발표, 일부 매스컴이 에로티시즘이라며 떠들썩하게 만들어 유명해진 사진작가 이재길씨(현재 계명대 교수)였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진작가 임영균씨에게 연락해 그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얼마 후 전화가 왔어요. 이재길씨를 만났더니 동향(대구)인데다 나보다 먼저 누드 파문의 큰 피해를 본 당사자라는 거 때문에 금방 친해졌어요. 그에게 누드 예술의 본고장인 뉴욕은 어떠한지 체험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데 안내해줄 수 있느냐 했더니 쾌히 승낙하더군요.”


2주일 동안의 뉴욕 누드워크숍에 참가해 몸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내며 작품을 탄생시키는 예술세계의 ‘몸 철학’을 배우고 왔다는 이응진PD는 “그때 여행은 또 한 번 나에게 문화적 쇼크를 가져왔어요. 참관기를 ‘인터뷰365’에서 요청하면 기고 할 수 있는데”며 자진해 글을 써줄 뜻을 비치는 게 아닌가. 몸이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어 관통하는 소설, 영화, 연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마당에 연기자 교육의 일환으로 누드 실습 강의를 한 걸 가지고 매스컴에서 그처럼 질타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한 그는 “수천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KBS 공채생 탤런트란 영예를 맛보지만 막상 연기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도중하차하는 숫자가 너무 많아요. 원인은 뭘까. 연수과정에 뭔가 잘 못이 있는 건가. 뽑기만 하고 키워주지 않는 방송국 풍토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그러한 고민을 풀 혜안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게 아쉽군요”하며 얘기를 잇지 못하고 긴 머리를 수차례 긁적여 대화는 끝나고 말았다.


이응진PD 97년 K2TV 주말극 ‘첫사랑’의 연출자다. KBS 사상 최고 시청률(65.7%)을 올린 스타PD 출신인 그는 자신이 연출하는 드라마 한 편을 끝낼 때마다 기념으로 방송국 화단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나무 심는 PD'로 유명하다. 현재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연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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