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조현진] 요즘 소위 ‘미드열풍’의 핵심에는 범죄수사 드라마
'수사반장'은 1971년 3월6일 첫 방송을 시작해 1989년 10월12일 까지 MBC를 통해 약 20년간 총 880편이 방송된 (대단한 분량의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최초의 본격 범죄수사 드라마 였다. 이제는 원로 연기자가 된 최불암, 김상순, 조경환과 이미 고인이 된 남성훈 등이 날렵한 동작(?)으로 어떤 사건이라도 사건 발생 45분만에 해결을 해 주었었다.
회색 바바리코트 자락을 날리는 카리스마가 무색하게 ‘정’에 호소하는 피의자 조사는 매 회 반복되었고, 그 때마다 배달되어온 설렁탕과 깍두기 한 접시를 앞에 둔 용의자들은 재판장에 갈 필요도 없이 박반장(최불암)앞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곤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수사반장'을 보던 주인공 형사 역의 송강호가 "나는 저 음악이 좋아"라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시그널 뮤직도 높은 인기를 모았다.
수사반장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이 ‘아날로그 정서’다. 머리 복잡하게 숨기고 캐고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오래 끌면 배고프니까 후딱 잘못 인정하고 설렁탕 식기 전에 얼른 먹고 담배한대 펴라.’하는 정서 말이다. 시대가 바뀐 탓도 있겠지만 어쩐지 요즘의 뇌를 자극하는 수사물 들에겐 이 정서가 없다. 머리 말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그 기분 말이다.
그래서 일까? 당시 '수사반장'이 방영되는 시간이면 전국의 길거리는 한산해질 정도였고, 그 시간의 범죄율은 다른 시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었다. 그리고 어떤 시청자들은 경찰서가 아닌 방송국으로 달려와 박반장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도와달라고 줄을 서기도 했었단다. 이것만으로도 <수사반장>은 사회의 순 기능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첨단 장비는커녕, 컴퓨터도 없었던 시절. 발로 뛰며 가슴으로 호소하며 범인을 잡던 그들이 있었다. 어쩐지 <수사반장>을 생각하면 나는 늘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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