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과 추적60분의 교차로
동물의 왕국과 추적60분의 교차로
  • 김우성
  • 승인 200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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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울림의 다큐멘타리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지난 12월 5일 방영된 KBS1TV 환경스페셜 <산업화의 그늘, 중금속>편에서는 충남 서천군 장암리 일대의 중금속 오염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방송은 제련소와 인접한 이 마을의 환경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 어떠한 과정으로 오염이 되어 왔는지 예리하게 파헤쳐 나갔다. 방송에서 비춰진 장암리는 말 그대로 죽음의 땅이었다. 술에 취한 듯 갯벌 위를 비틀거리며 걷는 괭이갈매기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피부암에 걸린 듯 징그러운 모습으로 건져 올려진 망둥어와 더 이상 열매가 열리지 않는 마당의 감나무는 처참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자연적응력이 뛰어나 생태계를 교란하기까지 한다는 황소개구리마저 피부가 벗겨진 채로 물 위에서 하얀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장암리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들은 단순히 주변 환경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 2~3년 사이 20여명의 주민들에게서 암이 발병되기에 이른다. 이날 방송은 장암리가 이렇게 되기까지 마을에서 인접한 제련소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을 곳곳에서 포착해내는 동시에 의지만 가지고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는 암담한 현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환경스페셜]은 동강을 1년 동안 관찰하였던 자연다큐멘터리 '동강'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얻었던 KBS가 지난 99년부터 고정 편성한 환경전문다큐멘터리이다.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환경문제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서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문제를 ‘자연’이라는 범주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들과 연계하여 고민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탁월할 수 있는 건 영상을 담아내는 데 있어 제작진들이 보여주는 집념과 균형감각에 있다.

<산업화의 그늘, 중금속>편만 보더라도 제작진은 장암리 사태에 대한 원인을 추적해나가며 40여년전 논문을 분석하고 60여년전 사진을 찾아내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마을 갯벌에서 비틀거리던 괭이갈매기는 꼬박 이틀을 관찰한 끝에 그 최후를 목격할 수 있었으며 재앙의 최대원인으로 추정되는 제련소 굴뚝 안으로 몸소 들어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성으로 일궈낸 이러한 데이터는 방송의 내용이 설득력을 갖추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환경스페셜]의 카메라는 어느 한쪽을 배려하여 감성적으로 움직인다거나 책임자를 집요하게 쫓지도 않는다. <산업화의 그늘, 중금속>편에서 증언했던 모든 인물들 역시 더하거나 덜함 없이 균등하게 무게가 분배되어 결국 최종 판단은 시청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반도에 처음 들어올 때 영상 5도 이하의 추운 날씨를 절대 이겨내지 못할 거라던 ‘뉴트리아’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추운 날씨에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스스로 유전자가 변이되어 한반도 곳곳에서 얼음을 깨어가며 헤엄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어쩌면 환경문제로 인한 이웃들의 신음에 무감각해지도록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간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에겐 여전히 사근사근한 ‘다큐멘터리’일 뿐이요 일시적인 ‘뉴스’일 것이다. [KBS1TV 환경스페셜]은 지금 ‘동물의 왕국’과 ‘추적60분’ 사이의 접점 어딘가에서 시청자들과의 신뢰를 서서히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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