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밴디트] 교도소에 수감된 80년대 가수왕
[뮤지컬 밴디트] 교도소에 수감된 80년대 가수왕
  • 김우성
  • 승인 200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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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리고 지쳐있는 이들에게 강추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록’음악과 ‘교도소’라는 배경은 남성성의 상징처럼 다루어지곤 한다. 때때로 록음악은 성(性)적 소수자의 인생 역정에 동행하기도 하고(헤드윅 앤 앵그리인치. 2000), 교도소는 한 여성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되는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친절한 금자씨. 2005).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남성적 기질이 해소되기에 좋은 소재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곱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아 좋을 게 없다는 양 말이다. 그런데 여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여섯 명의 여성들이 ‘록’음악을 한다. 애써 특별한 시선을 거두고 바라보려는 우리들에게 그녀들은 말한다. “난 너의 인형이 아니야!”

‘밴디트’는 교도소 내 여성수감자들의 특별활동 형태로 만들어진 록밴드의 이름이다. 큰언니 격인 ‘영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절도, 방화, 마약운반에 살인까지 각종 죄명으로 모인 이들이 교도소 한켠 어두운 연습실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앞에 80년대 가수왕 ‘한경애’ 아줌마가 나타난다. 멤버들은 ‘왕년’에 연연해하는 이 대단했을 가수를 조롱하며 처음엔 텃세를 부리지만 지나친 비관으로 아무것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한경애를 조금씩 걱정하기 시작한다. 결국 음악으로써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밴드 밴디트의 멤버들은 교도관의 폭압과 멸시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견뎌나간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폭력과 억압에 대한 저항 따위를 표현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 폭력과 억압 속에 단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교도관의 횡포는 더욱 그녀들의 숨통을 죄어온다.


[뮤지컬 밴디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쓰이는 일종의 ‘플래시백’(과거의 회상이 짧게 삽입됨을 뜻하는 용어)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막이 오르면 밴드 밴디트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이 나오고 이후 다시 과거로 돌아가 밴드 멤버들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이다. 이러한 플래시백 구조는 그저 박수만을 유도해내던 도입부의 마지막 콘서트가 후반부에 반복해서 보여 질 때 관객들로 하여금 기어이 눈시울을 붉히게 함으로써 완성된다.

영화와 달리 공간과 인물에 한계가 있는 무대공연은 그 한정된 캐릭터 속에 인간군상의 모든 면면이 함축되어 있음은 물론 배우들의 소소한 몸짓 하나에도 표현성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뮤지컬 밴디트]에서는 지난한 직접화법보다는 은유를 통한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특히 밴디트의 리더인 영서가 교도관에게 폭행을 당할 때 보여준 몸짓은 세상의 부조리에 처절히 발버둥치는 몸짓이자 세상을 향한 외침이 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한 관객들은 한경애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구차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된다. 발라드를 부르며 추억에 잠기는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밴드 밴디트는 이렇듯 귓전을 때리는 강렬한 하드록과 감미로운 록발라드를 오가며 관객들의 감정선을 극대화한다.

[뮤지컬 밴디트]에 실제 밴드(벨라 마피아) 멤버들이 출연한다는 광고 문구는 유념치 않는 게 좋겠다. 그녀들은 그냥 배우 그대로의 모습으로 무대에 존재 할 뿐이기 때문이다. 밴드에서 각각의 악기가 해내는 역할이 있듯이 ‘밴디트’의 그녀들은 이 거대한 연주에서 배우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다. 특히 보컬 현쥬니의 톡톡 튀는 에너지는 대체불가능 한 매력이었다.

[뮤지컬 밴디트]에 여성은 없었다. 단지 억눌리고 지쳐있는 이들을 위한 ‘록그룹 밴디트’가 있었을 뿐이다. 밴디트의 마지막 콘서트가 끝나고 미명이 열리기 시작할 때 영서는 멤버들을 꼬옥 끌어안으며 말한다. ‘밴디트’로 활동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행복했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가 그녀들에게 해 줄 말이다. 12월 31일까지. 문화일보홀. 문의02.565.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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