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김기덕의 예술을 넘어서야 발전한다
한국영화는 김기덕의 예술을 넘어서야 발전한다
  • 김두호
  • 승인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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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두호】

최근 김기덕 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의 금빛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린 순간부터 한동안 영화계 안팎이 떠들썩했다. 보도매체도 오랜만에 영화인을 빅뉴스로 다루었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 영화인들은 오래전부터 국제영화제의 그랑프리를 필생의 꿈으로 도전했고 그 동안 크고 작은 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감독, 각본, 주연상 등을 받아왔지만 최고상의 쾌거는 쉽지 않았다. 알고 보면 국제영화제 최고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은 1989년 제42회 스위스 르카르노국제영화제 대상인 금표범상을 받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배용균 감독이 기록했다.


이번은 특별히 칸,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영화제로 생각하는 베니스영화제라는 점에서 영화로도 국제 경쟁무대에 한류가 정점을 찍은 통쾌감을 안겨주었다. 김기덕 감독의 시상식은 유튜브를 통해 <강남 스타일>을 부르며 말 춤을 추다가 단숨에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어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가수 싸이의 K팝 신드롬 다음의 빅뉴스로 떠올라 영화인들에게 자긍심도 안겨준 셈이다.


김기덕 감독은 이 시대의 걸출한 아트필름의 천재적인 작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우리 대중문화 장르 중 영화의 제작 환경을 들여다보면 이번에 베니스영화제 정상에 꽂은 깃발은 가요나 TV드라마 부문과 달리 한류의 축포로 낙관하며 흥분할 만한 요소로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피에타>는 아무래도 우리 영화의 발전적인 변화의 이정표나 한류의 길잡이 역할을 못하고 짧게 지나가는 개인적인 영예로 머물 공산이 크다.


영화는 보통 편당 제작비 50여 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김기덕 감독 스스로가 <피에타>는 투자를 해주는 기업이 없어서 불과 1억5천여만 원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절규했지만 국내 영화산업을 이끌어가는 극히 소수 대기업 투자 자본은 흥행성이 있는 상업 영화나 관객동원에 성공한 감독들 중심으로 제작시스템을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투자기업을 탓할 수가 없다. 극장용 영화 제작 투자는 영화를 예술이기 전에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 자본과 달리 영화를 예술로 생각하며 작품을 준비하는 감독들은 그래서 언제나 예술을 좇느냐, 흥행을 좇느냐의 절박한 고민에 빠진다.


고민을 해소하는 최상의 방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길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문뜩 생각하면 영화의 예술적인 발전을 위해 투자 자본들이 외면하는 김기덕 감독 같은 작가적인 역량이 뛰어난 고독한 영화아티스트들에게는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영화진흥 예산이 특혜적으로 지원되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 적인 대안은 감독 스스로가 두 마리의 토끼 사냥을 위해 높은 산을 넘어서야 한다.


영화감독은 영화의 숙명적인 대중문화의 속성을 무시하고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가 없다. 독립영화란 이름으로 젊은 감독들이 피나는 제작활동을 하고 있지만 개봉을 못해 창고로 들어간 작품이 산처럼 쌓여있다. 그게 냉혹한 영화시장의 법칙이고 현실이다.


김기덕 영화의 사는 길은 결국 영화제에서만 평가를 받을 것이 아니라 관객 속으로 들어가 관객들에게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삼 한 세기를 넘어선 영화 역사를 뒤돌아보아도 세계 영화시장의 메카는 할리우드였고 국제영화제라는 것도 미국의 자축 잔치로 볼 수 있지만 아카데미영화제가 세계 영화시장과 영화관객들의 관심거리일 뿐이었다. 3대 영화제로 일컫는 곳의 수상작품들은 영화제의 성향에 따라 선정에 차이가 있으나 어는 곳의 수상 작품이든 세계시장에서 흥행이 보장된 경우가 드물었다. 무수한 영화제들이 관객보다는 영화인들이나 영화저널리즘을 위한 아트필름의 실험무대 같은 행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영화가 영화예술의 교본처럼 주목 받던 시대는 옛날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포스터
세계영화시장의 주인 행세를 하며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사냥한 작품을 쏟아내기도 한 할리우드 영화도 점점 쇠잔해져 과거처럼 절대 강자는 아닌 것 같다. 그들도 아이디어와 인재의 고갈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영화인들이 극장에 불을 지르며 미국영화사의 직접배급을 반대했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영화에 밀려난 지 오래된다. 우리 영화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흥행성과 예술적인 작품수준을 인정받았기 때문인데 그러나 아직도 해외 관객에게는 다른 분야의 한류처럼 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많은 인재가 필요하고 변화가 필요하다.


김기덕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에만 머물지 않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한류영화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려면 흥행영화의 과제도 풀어내야한다. 영화평론가로 <피에타>를 평가하기보다 그의 작품을 보고 나온 일반 관객들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그는 한 마리의 토끼만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영화제를 위한 예술이 아니고 관객을 위해 만들어지고 관객을 움직여야 하는 예술인 점에서 안타까움을 남긴다.
(이 글은 필자가 회원으로 있는 대한언론인회가 발행하는 ‘대한언론’지 10월 1일자 게재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press@interview365.com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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