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鉉)위의 보석,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음악.
현(鉉)위의 보석,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음악.
  • 소혁조
  • 승인 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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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혁조의 인터미션


[인터뷰365 소혁조] 바이올린이란 악기가 주는 느낌을 단 한 마디로 "흐느낌의 감정"이라고 표현했을 때 오이스트라흐만큼 그 흐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연주자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감정의 이입(가장 대표적으로 미샤 엘만)으로 듣기 거북할 정도로 과도한 자기도취에 빠진 것도 아니다.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은 대단히 정확하면서 낭만적이고 힘이 넘친다.


오이스트라흐는20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 연주의 폭이 가장 넓은 연주자 중 하나이다. 작곡가 별로 봤을 때 바흐, 헨델, 비발디의 고전주의 작가부터 시작해서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를 거쳐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하차투리안 등의 현대작곡가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방대하다.


특히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하차투리안의 3대 빨갱이 작곡가들은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 협주곡을 오이스트라흐에게 헌정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 되었다. 그들이 오선지에 어지럽게 쓴 음표들을 진주목걸이처럼 하나하나 꿰어 예술적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이는 바로 오이스트라흐 뿐이기 때문이었다.


작곡가를 음악을 만드는 창조자, 하나의 뿌리로 봤을 때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음악적 영감, 메시지, 그 예술적 아름다움을 체화시키는 것은 바로 연주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오이스트라흐는 그 몫을 200% 완벽하게 수행하여 러시아가 배출한 뛰어난 작곡가들이 남긴 수많은 곡들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오이스트라흐는 협주곡, 실내악, 독주곡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최강이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강하고 튀어나온 사람들은(대표적으로 하이페츠) 실내악에선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고 반대의 경우로 독주곡이나 실내악만을 잘하는 사람들은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에 맞서 협연해야 하는 협주곡에 적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이스트라흐는 어떤 분야이건 간에 각각 그에 알맞게 변신하며 언제나 최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이스트라흐는 그 자신이 무척 뛰어난 연주자이기도 하였지만 수많은 명 지휘자,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며 그들의 명성까지도 드높여주는 서포트 역할도 톡톡히 했다. 같은 소련 출신의 지휘자였던 콘드라신, 로제스트벤스키를 비롯하여 서방세계의 지휘자들인 조지 셀, 유진 오먼디, 앙드레 클레탕스 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든 수많은 지휘자들과 협주곡을 녹음하며 역사적인 명반들을 만들었다.


오이스트라흐의 넓고 깊은 예술세계에선 이념과 체제의 구분이란 있을 수 없었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에후디 메뉴인과 함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동영상은 지금도 DVD로 발매되고 있다.


협주곡뿐만이 아니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와 함께 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비롯하여 제1회 쇼팽 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한 소련의 피아니스트 레브 오보닌과 함께 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블라디미르 얌폴스키가 피아노 반주를 맡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등등 실내악에 있어서도 너무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다.


오이스트라흐의 명성은 3대에 걸쳐 이어졌다.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이고르 오이스트라흐가 청년시절부터 함께 수많은 공연과 녹음을 하였다. 에후디 메뉴인의 지휘로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연주할 땐 아들 이고르가 바이올린, 다비드는 비올라를 맡아 함께 협연하였다. 이 공연 영상은 지금도 DVD로 발매되고 있다. 그 외에 바흐의 두 대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도 함께 연주하였고 미국에서도 두 부자가 바흐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서방세계의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킹 다비드, 프린스 이고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훗날 손자 발레리 오이스트라흐까지 삼대가 함께 한 무대에서 선 적도 있었으니 대단히 축복 받은 집안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오이스트라흐가 남긴 명반들은 너무도 많다. 아니, 그보다는 그가 남긴 음반들은 하나같이 다 명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라면 그 어떤 곡이라도 오이스트라흐의 음반을 선택한다면 절대 부도날 염려 없는 보증수표이다. 이런 연주자나 지휘자는 아마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오이스트라흐는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풍부한 감성과 그 감성을 완벽하고 힘찬 기교로 표현한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거장 중의 거장이었다. 단지 연주자, 지휘자로서의 위치만이 아니라 훌륭한 인품으로 제자를 가르치는 명 교육자, 자상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남편과 아버지, 겸손함을 아는 훌륭한 인격자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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