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물> 진실과 작품은 어디 숨었나?
<행복한 눈물> 진실과 작품은 어디 숨었나?
  • 정중헌
  • 승인 2007.12.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서미갤러리, 대한민국 미술계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필자는 30여 년간 미술기자를 했으나 불행하게도 그 유명한 신정아씨를 모른다. 1990년대 이후에는 데스크와 논설위원으로 일해 현장 취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났다.


요즘 기라성 같은 대선 후보들을 제치고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의 해심 인물로 떠오른 홍송원 서미 갤러리 대표(57)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가에서 비자금으로 거액의 외국 현대 미술품들을 사들였다고 폭로한 후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과 이들 미술품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서미 갤러리의 홍송원 대표에게 매스컴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누가 구입했으며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가 715만 달러에 달하는 이 작품 구입과 소장에 대해 당사자들의 해명·반박 내용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가에서 사들였다는 2002~2003년 외국 미술품 구입목록과 결제금 지급 내역 등을 공개했다. 목록에는 구입 가격 중 가장 비싼 800만 달러로 기록된 프랭크 스텔라의 대작 <베들레헴 병원>과 715만 달러의 <행복한 눈물>이 들어 있는데 이를 삼성 가가 소장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 측에선 <행복한 눈물>만 홍라희 관장 개인 돈으로 사들여 소장 중이라고 해명했다가 “집에 이틀 동안 걸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서미 갤러리에 돌려줬다”고 번복했다. 홍송원 대표는 일부 언론에 “<행복한 눈물>을 가지고 있으며 곧 공개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는 “목록 중에 삼성에 판 것은 한 점도 없다”는 말도 했다.


<행복한 눈물>은 홍 대표가 실물을 공개하면 의혹이 풀릴 것이다. 그러나 홍라희 관장과 삼성 가가 리움 미술관과 별도로 어떤 해외 미술품을 얼마에 얼마나 샀느냐는 계속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삼성 측에서 공사를 구분해 목록을 밝히고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투명하게 밝히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를 감추려거나 미적거린다면 삼성 미술품 파문은 이미 일부에서 퍼붓는 "노동자의 고혈로 미술품 사치와 투기를 했다“는 주장처럼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의 도덕성에 치명을 주고 세계적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매스컴도 이번 논란을 흥미 위주로 보도해 미술품 콜렉터나 미술시장의 흐름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기업도 미술품을 사들일 수 있고 미술관을 운영할 수 있으며, 재벌 부인도 미술 콜렉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입 과정과 소장 목적이 유리알처럼 투명해야 한다. 기업은 투자 목적이나 사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미술품을 구입하되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하고 회사 소유인지 사주 소유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미술관도 소장 또는 일반 공개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더라도 소유자가 재단인지 특정인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미술품 구입을 분식 회계에 의한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비자금 세탁용으로 악용한다면 사법적인 처벌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삼성 가의 미술품 수집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부터 이건희 홍라희 부부로 대를 이었고 국보급 고미술과 명성 있는 현대 작가 작품을 망라하고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세계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선대 회장이 고미술에 심취했다면 리움 미술관을 경영하는 홍라희 관장은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리움미술관이나 태평로의 로댕미술관에서 여는 기획전은 작가의 개성이 강하고 전시 수준이 매우 세련되어 있어 국내 미술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2000년대 이전까지 삼성 가의 미술품 컬렉션은 공사 구분이 엄격했다. 개인 소장용, 삼성미술관, 문화재단의 컬렉션용 구입품이 구분되어 구입비 집행절차, 컬렉션 과정 등이 비교적 투명하게 관리되었다 것이 직원들의 얘기다. 그런데 2002년경부터 화랑 가에는 삼성 측이 거래하던 유력 화상과 손을 떼고 새 화상과 거래하면서 해외 작품의 컬렉션에 나서고 있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규모가 큰 데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유명 작가 작품들이어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더욱이 재단 컬렉션과 개인 컬렉션이 뒤섞여 관리하는 직원들조차도 구분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더니 삼성에서 일하던 변호사에 의해 삼성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술품이 문제가 된 것이다. 화랑 가에서는 이런 소문이 떠돌았던 시기가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하는 삼성의 미술품 구입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번 논란의 진실을 밝히려면 홍라희 관장과 홍송원 대표의 거래 관계부터 규명해야 한다. 거래가 있었다면 그 목록과 결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홍 대표의 말대로 거래가 없었다면 국제 경매에서 거액의 낙찰가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는지가 궁금해진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100억 원 안팎의 작품을 낙찰했다면 외환 거래가 발생했을 것이고 관계 당국에 자금의 흐름이 포착됐을 것이다.


홍송원 대표는 2004년 관세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을 낸 일 외에 다른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처럼 투명 거래를 했다면 문제의 핵심을 피할 이유가 없을 텐데 계속 꼬리를 감추고 있어 사태가 갈수록 꼬이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서미 갤러리 홍송원 대표는 90년대부터 화랑 가에 등장했다고 하나 두각을 나타내지 않다가 2000년 이후 유력 화상을 제치고 재벌가 미술품 수집 창구로 나서면서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재동 서미 갤러리는 인테리어도 눈에 띄지만 소장품의 질이나 디스플레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세련됐다는 평을 얻고 있다.


홍송원 대표는 지난 9월 서울 청담동에 해외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화랑인 서미앤투스를 재개관하여 고급 예술가구ㆍ도자기ㆍ금속공예품 등을 함께 취급해왔다. 삼성, 한솔 등 삼성 가의 실력자들과 인연을 맺은 홍 대표는 특히 홍라희 관장이 좋아하는 미니멀리즘 계통의 서구 거장들의 추상화 명품들을 다수 납품해주면서 신뢰가 두터워졌다고 화상들은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삼성과의 거래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삼성 가의 신작 컬렉션이나 가구 수집 등에 관여했다는 말이 화랑 가에 진즉부터 나돌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중헌
정중헌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