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청백리’가 있습니까?
[당신을 찾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청백리’가 있습니까?
  • 김두호
  • 승인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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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의 청백리 황인수씨.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삼성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되면서 공직자들이 떨고 있다. 최근 대통령을 보좌하던 사람과 현직 국세청장이 뇌물사건으로 구속되어 화제거리에 올랐지만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부패 공직자가 어디 한 두 명이겠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들 한다. 워낙 오래전부터 권력과 돈이 은밀한 귀엣말을 주고 받고 온갖 행태의 탐관오리들이 들끓어 온 터라 뇌물사건이 범죄 축에도 끼지 않는다.


그래서 탐욕을 멀리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청렴하게 봉사한 청백리 공직자들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청백리 공무원’을 구경한지도 오래된다. 지금도 그 상을 받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1981년 5월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제1회 청백리상이 제정되어 전국에서 뽑힌 6명이 첫 상을 받았다. 이듬해는 3명의 수상자가 나왔는데 재미있는 현상은 1985년과 1986년은 대상자가 없어서 수상자가 없다는 기록이 있다.


황인수 씨는 1982년에 뽑힌 청백리다. 당시 61살인 그는 서울시경(현재의 서울경찰청) 소속 경정으로 근무했고 수상 3년 뒤 정년퇴직 했다. 지금 건강하게 생존해 계시다면 86세가 된다. 수상당시 알려졌던 그의 강직한 삶이 이 시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귀감이 되기를 바라며 지면을 통해 행방을 수소문해 본다.


그는 근무처에서 별명이 ‘황판사’였다. 범죄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엄정하고 추호의 사심이 없어서 근무지를 옮겨도 별명은 바뀌지 않았다. 그의 결벽증은 부인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옹기행상을 하다가 노점 단속반에 걸려 자신의 근무처로 붙잡혀 와도 외면했다. 부인은 “서운했지만 성격을 알기 때문에 원망은 안했다.”며 즉결재판을 받았다. 그 보다 더 심한 일은 대전경찰서 보안과장으로 재직할 때 야근을 하는 남편의 옷보따리를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통금에 걸렸을 때 겪었다. 주무 책임자인 남편이 다른 위반자와 함께 가차없이 즉결법정으로 넘긴 일이다. 추운 겨울 보호실에 갇혀 밤을 새우고 재판을 받아 벌금을 내게 했다.

남편이 그 지경이었으니 박봉으로 4남2녀를 키우며 살 길이 없었던 부인은 가축을 키워 돈을 벌기도 하고 리어카에 옹기를 싣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 힘들게 살았지만 남편이 가는 곳마다 고질적인 부조리가 없어지고 범죄 사건들도 쉽게 해결되어 이웃사람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받는 것이 가족의 보람이었다. 청백리 황인수에게는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청소년이나 불행한 주민들에게 베푼 선행이야기가 수북하다. 36년동안 청렴 경찰관이었던 그는 승진을 위한 인사에서 줄을 설 줄도 몰라 추천 케이스로 승진한 적이 없다. 오르지 경위 경감 경정까지 당당하게 시험으로 승진했다. 1967년 경감 승진시험 때는 전국에서 합격한 7명중에 포함되기도 했다. 전국이 떠들썩 했던 삼분 폭리사건( 밀가루 시멘트 설탕관련 기업의 세금포탈사건) 수사관 시절에는 업자들의 로비를 견디지 못해 사표를 낸 일도 있었다.


그렇게 산 부모의 정신을 이어받은 자녀들은 모두 모범 자녀로 자랐다. 대부분 명문대를 다녔고 큰 아들은 사법고시를 거쳐 진짜 황판사가 되었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함에 있어서 그야말로 인정사정 없이 살았던 청백리 황인수의 이야기는 비가 새는 집에 살았다는 청백리의 원조 황희 정승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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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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