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처하는 이집트인들의 자세
죽음에 대처하는 이집트인들의 자세
  • 김희준
  • 승인 200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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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문명전-파라오와 미라’ 전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죽음을 일견했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으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문명전-파라오와 미라’전은 특히 ‘죽음에 대처하는 이집트인의 자세’를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미 4월28일부터 성황리에 전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뒤늦은 관람이었지만.

이번 전시회는 이집트 신과 파라오 관련 유물, 미라, 사자의 서 등 진품 231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국립비엔나박물관 소장 이집트 오리엔트 컬렉션 가운데 1만2천점을 추린 것이다.

전시회는 '이집트의 신', '신의 아들 파라오', '이집트인들의 삶', '영원에 이르는 길' 등 4개의 테마로 나눠 구성돼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필자의 흥미를 끌었던 것들을 7가지로 추렸다.


1.지혜와 서예의 신 따오기

전시장에는 고양이, 매, 쥐, 악어 등 동물 미라가 있었다. 미라를 만들었다는 것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성시했다는 뜻일 텐데 그 중 눈에 띈 것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말라있는 따오기 미라였다. 따오기는 서기의 수호신인 토트가 신성시 여기는 동물이었다. 이집트의 대다수 사람들은 문맹이었기 때문에 글자를 쓸 줄 아는 서기는 부와 권세를 누렸으며 대물림 됐다고 한다. 서기들은 갈대로 만든 펜을 광물에서 얻은 안료에 찍어 파피루스에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단 4마리밖에 없는 따오기 부화에 노력중이라는 뉴스를 본 터여서 따오기에 관한 이집트인들의 시각이 더욱 인상깊었다.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라는 우리 동요 노랫말에 나오는 따오기가 이집트에서는 지혜의 신이었다니 신기하다.


2. 이집트인은 대머리

이집트인들을 그린 그림이나 조각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머리에 두건 같은 것을 쓰고 있다. 당시 풍습이려니 여겼는데 안내문을 보니 이집트인들은 머리를 다 밀고 가발을 썼다 한다. 머리를 민 이유는 해충이 자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이집트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장을 한 사람들로 꼽히고 있는데 이들이 화장을 한 이유는 사막의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3. 사후세계 매뉴얼 ‘사자의 서’

전시된 ‘사자의 서’는 9줄만 남아있는 것이었다. 원래는 약 2백편의 글과 그림으로 이뤄졌던 ‘사자의 서’는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 살아가는 법을 안내한 글이다.

이집트인들은 인간을 카(근원적인 생명력), 바(인격을 가진 영혼), 심장(육체), 이름, 그림자의 5개 요소로 이뤄졌다고 봤다. 그 중 카가 인간에게서 떠나면 죽음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사자의 서’는 죽은 뒤 심판을 받으러 사후세계로 가는 영혼을 위한 주술 등으로 채워져 있다. 사자의 영혼이 만나게 될 신들을 달래고, 영혼이 올바른 행로를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4. 쌍둥이와 엄마, 네스콘수의 미라

전세돼 있는 네스콘수의 미라는 25~30세로 추정되는 엄마와 출생 직후 죽은 쌍둥이의 시신이다. 함께 전시돼 있는 미라의 관 안쪽의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보면 엄마의 두개골이 놓여 있고, 엄마의 복부 쪽과 다리 쪽에 쌍둥이 미라가 자리하고 있다. 자료에는 아이를 출산하다가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미라는 이집트 25왕조 시대인 기원전 760~656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나일강 중류지방인 테베에서 출토됐다.


5. 죽지 않은 죽음, 미라

이집트인은 죽음을 육체와 영혼의 분리 현상으로 보았다. 죽음이란 분리된 영혼이 잠시 저승으로 가서 심판을 받는 기간에 불과한 것으로 여겼다. 때문에 영혼이 돌아와 다시 머물 수 있도록 시신을 원래대로 간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미라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전시장에는 4구의 미라와 함께 미라 만드는 과정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인간이 죽으면 이집트인들은 일단 소금의 일종인 나트론에 넣었다. 몸에 있는 수분과 내부의 장기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단 심장만은 남겨두었다. 뇌는 금속으로 만든 고리를 이용해 코를 통해 빼냈다.

바짝 말린 시신은 아마천으로 감싼 후 기름칠을 하고 입관을 했다. 보통 미라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70일. 완성된 미라는 나일강 서쪽 절벽에 있다고 하는 네크로폴리스로 옮겨져 의식을 치른 후 소장품들과 함께 매장됐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시체는 미라로 만들지 않고 갈대거적으로 싸서 모래구덩이에 묻었는데, 오히려 더 건조가 잘돼 완벽하게 보존된 미라가 발견되기도 했다.


6. 분리된 육체의 안식처 Canopic Jar

미라 만드는 과정이 소개되는 옆에 독특한 모양의 항아리 4개가 전시돼 있었다. 시신에서 빼낸 장기들을 각각 따로 미라로 만들어 보관하는 항아리들이다. Canopic Jar라 불리는 이 4개의 항아리 뚜껑은 각각 인간, 비비, 자칼, 매를 상징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들은 ‘호루스의 아들들’인 4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의 머리를 조각한 뚜껑에는 간을, 비비의 머리 모양 뚜껑에는 폐를, 자칼 머리 뚜껑의 병에는 위를, 매의 머리 뚜껑에는 장을 각각 담았다.


7. 죽어서도 일하는 자, 샵티

샵티는 고대 이집트어로 ‘대답을 하는 자’라는 뜻으로 아마 주인이 부르면 냉큼 대답하고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는 자란 뜻인가 보다. 이집트인들은 현세의 삶이 죽은 후에도 그대로 계속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주인을 보필한 심부름꾼도 함께 넣어준 것이다. 작은 인형으로 만들어진 샵티는 보통 한 무덤에서 약 401개가 발견된다고 한다. 일년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명씩 일을 시켜야 하므로 365개의 인형이 필요하고, 또 10개 당 하나의 감독자 인형까지 계산하고 한 달에 하루씩은 쉬게 하는 것까지 계산해 만들어 넣은 것이다. 샵티 인형에는 주인의 이름과 직책 등을 써넣었다. 죽어서도 주인을 위해 일해야 했던 샵티는 고달팠겠지만 그 작은 인형들이 무덤 속에서도 매일 일하는 것을 상상하니 코믹하기도 했다.



PS;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국립박물관이나 국립도서관을 가보길 권한다. 내부가 시원하기도 할 뿐더러 ‘진지한’ 눈빛들을 많이 마주치게 돼 마음의 위로도 얻게 된다.

이번에 가본 국립박물관에는 전시회와 더불어 이집트 관련 강좌도 매주 열리고 있었다. 강사진은 모두 교수와 전문가였고 강의 주제도 흥미있었다. 강의 장소에는 육, 칠십이 넘은 어르신들이 강의를 들으러 와 계셨다. 그분들의 ‘현명한 선택’에 속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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