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등정중 추락사한 고미영 대장은 누구?
히말라야 등정중 추락사한 고미영 대장은 누구?
  • 김우성
  • 승인 200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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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14좌 등반 기록 수립중이던 철녀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여성 산악인 고미영(41) 씨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 도중 추락해 사망했다.

세계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14좌 등반이자 남녀 통틀어 세계 최단기간 14좌 등반에 도전하던 고미영씨의 이번 사고는 특히 대기록 달성에 단 3개만을 남겨두고 날아든 비보여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씨는 현지시각 11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각 오후 10시30분)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해발 8천126m의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해발 6천200m 지점의 캠프2를 100m 앞두고 고정로프가 없는 구간을 통과하다가 실족, 협곡으로 추락해 생을 마감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산맥에 걸친 8천미터 이상 고봉을 가리키는 14좌 도전은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매스너가 등반에 첫 성공한 이래 세계적으로 성공한 산악인이 14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미영 대장은 2006년 초오유(8,201m)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죽음을 부르는 산’ K2(8,611m), 무산소로 도전했던 마나슬루(8,163m) 등 3년여 만에 무려 11개의 정상을 밟으며 세계 산악계를 놀라게 했다.


고 대장은 안정적인 공무원생활을 떠나 산악인의 길로 들어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옛 농림부 소속이던 어느 날 경기도 가평 명지산으로 야유회를 갔던 것이 계기가 되어 한동안 전국의 명산을 혼자 돌아다니며 비박을 했을 정도로 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결국 10년 이상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는 1997년 프랑스로 등반유학을 떠났다. 이후 11년 동안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를 지내며 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한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산악인이 된 과정을 자세히 밝힌 적이 있다.


“대회 나가니까 친하게 지내던 외국선수들은 이미 은퇴하고 없더라고요. 클라이밍이 워낙 근력을 쓰는 운동이라 나이 마흔 넘어서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한다면 현상유지마저 힘들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러던 중 등산학교 강사들끼리 경험삼아 고산등반을 처음 가봤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요. 출발하기 전에는 스스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적응을 잘했죠. 돌아와서 소속사로부터 고산등반 권유를 받고 ‘그래 한 번 해보자. 해보긴 해보되, 목표 없이 무작정 하느니 아직까지 14좌 완등한 여성이 세계에서 없으니 그걸 목표로 하자’며 시작했습니다.”



고 대장은 산악인들이 가장 꺼려한다는 파키스탄 드리피카 등반에서 허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고, K2 등반 때는 동료들을 눈앞에서 떠나보내는 등 그동안 숱한 고비를 맞아왔다. 그럴 때마다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오뚝이처럼 일어났고, 14좌뿐 아니라 7대륙 최고봉에까지 이름을 새기며 ‘세기의 철녀’로 부상 중이었다. 극한의 추위와 눈보라를 이겨낸 강철체력의 비결을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며 수줍게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전북 부안에서 살던 어린 시절, 학교에 가려면 40분 이상 걸어야 했어요. 그렇게 9년을 다녔던 게 결국 기초체력을 다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하는 운동이 중요하잖아요. 또 아버지가 아직 부안에 계세요. 올해 여든 둘이신데 술도 잘 드시고 굉장히 건강하세요. 건강한 체질을 물려주신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껴요. 지금껏 고산병 때문에 고생한 적이 거의 없거든요. 클라이밍 할 때는 그저 내가 노력해서 잘하는 거라 자만했는데, 고산등반하면서 노력한다고 고소적응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부모님의 고마움을 절실히 깨달았죠.”


시샤팡마 베이스캠프에서 히말라야의 파노라마와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극소수일 텐데’라는 생각에 행복했다는 고(故) 고미영 대장. 불가능에 맞서던 그의 용기와 땀방울은 히말라야 설원 위에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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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기자 ddoring2@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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