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 현실의 짐을 내려놓았을 때 얻게 될 7가지 선물
[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 현실의 짐을 내려놓았을 때 얻게 될 7가지 선물
  • 김우성
  • 승인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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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도시에서 욕 안먹고 살아가는 법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제목이 ‘도시녀의 칠거지악’ 이란다. 도시녀가 하지 말아야 할 일곱 가지? 일곱 가지 죄악? 감각적인 제목과 경쾌한 포스터, 그리고 어디에선가 봤던 ‘뮤지컬 드라마’ 라는 카피에 기대를 안고 대학로 예술마당을 찾았다.


무대 한쪽에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연주되는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역시!’ 하며 상승되던 기분도 잠시.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보는 듯 이야기가 지극히 연극적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하지만 그 퍼포먼스. 결코 어렵지 않다. 오히려 몰두하게 된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 하나하나에 웃고, 울며, 박수치고, 분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심심한 무대는 이내 삭막한 도시로 바뀐다. 이 삭막한 도시에는 세 명의 여인이 살고 있다. 발레가 하고 싶은 뚱뚱한 학습지 교사 ‘백’안나, 톡톡 튀는 기발함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이’안나, 하룻밤 사랑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조’안나가 그들이다. 세 명의 ‘안나’에게 무대 구석구석을 정력적으로 휘젓고 다니는 도시인들은 무척 벅차 보인다. 그냥 발레가 하고 싶을 뿐인 뚱뚱한 학습지 교사 ‘백’안나에게 가족과 친구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세워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준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신입사원 ‘이’ 안나에게 동료와 상사들은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몸소 가르쳐 준다. ‘사랑은 이런 것’이라며 자만에 차있던 ‘조’안나에게 어느 날 찾아 온 사랑은 ‘이런 사랑도 있다’며 떠나간다. 도시인들은 그녀들을 조롱하며 안타까운 연민을 보낸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들의 재기발랄한 몸짓과 대사에 객석에선 적지 않은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삭막한 무대 한 가운데서 몸부림치는 ‘안나’의 모습은 우리들 자신과 다름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종일관 마음이 무거웠다. 도시인들이 ‘안나’, 아니 ‘우리’를 향해 내미는 손길은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더욱 빈곤하게 느껴진다. 뚱뚱한 ‘백’안나가 시골 총각과 맞선을 볼 때 주문을 받던 친절한 종업원의 이중적인 표정이 너무 현실적이라 슬프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이 여럿의 안나는 ‘한명의 안나’가 되어 간다.


‘안나’는 도시인들이 짚어주는 모범적인 길들을 거부하고 어느 기찻길 앞에 선다. 기찻길에서 우연히 옛사랑을 만난 ‘안나’. 그녀가 과거를 회상하며 “너무 유치했다”고 말하자 옛사랑은 말한다. “유치하지 않았어. 이제 그런 말도 안 나온다. 순수할 때나 나오는 말이잖니” 그들이 타려던 기차는 잡힐 듯 말 듯 자꾸만 떠나간다. ‘안나’가 만난 옛사랑은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연기’, ‘음악’ 모든 것이 ‘이야기’를 침범하지 않았던 <도시녀의 칠거지악>. 25세 이상만이 관람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더라면 좀 더 울림이 크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기자는 해봤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던 마지막 기찻길 장면에서 모형이나마 실제 기찻길이 재현되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아니라도 좋다. 사랑에 빠져봤던 사람이라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잘’알고 있으니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이 연극은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공연된다. 문의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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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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