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 ⑩ 분리수거, 설거지는 엄마들보다 잘한다
[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 ⑩ 분리수거, 설거지는 엄마들보다 잘한다
  • 편집실
  • 승인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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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를 연재하면서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일생을 공직생활에 바친 한 분야의 성공한 고위공직자가 쓴 감방 체험일지를 인터뷰365가 독점 연재합니다. 공직을 떠난 어느 날 하루아침에 검찰의 소환을 받고 구속 수사를 받아 90일간 자유를 잃어버린 필자가 그로부터 겪게 된 참담한 고통의 시간을 낱낱이 기록으로 옮긴 내용을 사실 그대로 공개합니다.
명예를 얻는 시간은 평생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순간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90일간의 구속 체험일지는 인간이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국민 교범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365】구치소의 휴일은 괴롭다


밖에서 있을 때는 휴일과 연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어디로 놀러갈까? 무엇을 할까?" 온갖 놀러갈 생각뿐이었지만 구치소에서는 휴일과 연휴는 악몽이다.
토요일에 가족 면회가 끝나면 일요일까지 꼼짝 못하고 좁은 감방에 48시간 갇혀 있어야 한다. 이틀, 사흘 연휴는 문밖에 한발짝도 못나가고 72시간이나 갇혀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위주의 연예, 오락, 퀴즈 같은 TV프로도 시끄럽고 지겹다. 신문도 보고 또 봐서 볼 것이 없다. 그래서 휴일이나 연휴가 있으면 밖에서 휴일과 연휴계획 세우듯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잘 배분하여 시간 보내기 계획을 잘 짜야 한다.
2.17평의 좁은 공간에서 다섯 명이나 이마를 맞대고 앉아 있으려면 숨이 막힌다. 낮잠은 잘 수는 있으나 좁은 공간이 허락하지 않고 대부분 건강에 나쁘다고 하여 거의 자지를 않는다. 지겨울 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간다. 그러다가 마침 동급의 바둑 두는 사람이 있어 바둑 두기를 하기로 했다. 정말 시간이 잘 갔다. 바둑을 시작한 후로는 연휴가 덜 괴로웠다.

약 복용


구치소에서 몸이 아픈 것만큼 서러울 수가 없을 것이다.
보통 몸이 아플 때는 의약보고서를 하루 전에 보고하면 그 다음날 저녁에 관급약이 보급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혈압약 등의 치료약은 가족이 밖에서 처방전을 담당의사에게 받아서 구치소 근처에 있는 약국에 처방전과 약값을 지불하고 영수증만을 떼어 구치소에 접수시키면 구치소 의무담당관이 약국에 직접 연락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소정의 복용 약을 구치소 의무과에 보관하고서 매일 하루분의 약을 17:00시에 보급해준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로운가 하면 마약사범과 자살방지 때문이란다. 밖에서 무질서하게 약이 들어오면 그 속에 마약이 숨겨져 오고 심지어 많은 양의 약을 한 번에 먹고는 자살하려는 수용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기타 비타민, 칼슘제 등 필요한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은 구치소에서 지정된 약품구매 날짜에 구매신청하면 일주일 후에 공급이 된다. 한방약은 어떠한 형태의 약이라도 반입되거나 구매할 수가 없다. 그 놈의 마약 때문에......

세탁과 목욕


구치소 생활은 야외활동이나 심한 활동이 없기 때문에 몸이나 옷이 덜 더렵혀지고 또한 공해먼지가 없는 생활환경이므로 때가 덜 묻는다.
수용자들 각자 습관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이틀에 한번 런닝, 팬티를 갈아 입고 세탁을 하며 양말은 매일 세탁을 한다. 겨울철에는 착용한 동내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하는 날 세탁한다. 수용복은 절기마다 한 번씩 세탁을 하는 것 같다. 담요도 한 겨울이 지나고 봄에 유료 세탁공장으로 세탁을 내보낸다.
동마다 탈수기 한 대가 있어서 동내의 같은 큰 빨래는 세탁 후 비닐봉지에 담아서 복도에 내놓으면 동 봉사원이 탈수를 해주며 그런 후에 방안에 설치된 빨래 줄에서 건조시키면 방안의 가습 효과도 되고 하루 밤 사이에 잘 건조된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창가에 옷걸이에 세탁물을 걸어서 건조시키면 냄새도 안 나고 소독도 잘 되는 것 같다.
세탁 시에 때가 잘 빠지도록 더운물에 비누질을 해야 하는데 더운 물이 제한되므로 큰 빨래는 동료들끼리 요일을 정해서 세탁을 한다. 건조된 세탁물을 걷어서 차곡차곡 접어서 개키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낙네들 모습 같다.
목욕은 봄, 여름, 가을까지는 방 자체에 있는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서 몸을 닦는다. 초가을이 되면 수돗물이 차가워지므로 더운물을 한 통씩 더 받아서 머리도 감고 목욕을 한다.
11월 20일 이후쯤 되면 동마다에 시설된 샤워 실에서 주 1회 샤워를 하는데 샤워 물은 찬물과 더운물을 조절할 수 없도록 되어있고 35도 내지 37도사이의 샤워에 적절한 온도의 물을 중앙에서 바로 공급한다. 조절할 수 없는 샤워꼭지 5개가 천정에 달려있고 방 별로 10분간씩 차례대로 샤워를 하는데 방안에서 팬티까지 홀라당 벗고서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샤워실로 가서 샤워만 한다. 샤워실에는 옷장이나 옷걸이가 없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을 보관하는데 많은 불편함이 있어서 홀랑 벗은 몸으로 목욕하고 방에 와서 새 옷을 입는다.

설거지는 엄마들보다 깨끗하게 한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끼니마다 윤번제로 하지 않고 소위 방 봉사원이라고 부르는 동료가 설거지를 맡는다.
각자 잔반처리를 밥알 한 알까지 깨끗하게 처리하여 설거지 수고를 덜어주고 또한 배수구가 막히지 않게 최대한 줄여준다. 그 다음 더운물에 식기세척제를 풀어서 초벌로 깨끗이 씻은 다음 흐르는 물에 헹구고 나서 다시 식수로 마지막 헹굼을 한다. 그리고 나서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고서 설거지를 마감한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반드시 식기를 일광소독 한다. 사용한 행주는 끼니마다 세척제로 다시 빨아서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건조 시킨다.
봉사원이 고무장갑을 끼고 마누라같이 설거지하는 모습은 앞치마를 안 둘러서 폼은 없지만 깨끗함은 마누라 못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설거지 담당 봉사원이 출정 나갔을 때 서너 번 설거지를 한 적이 있다. 평생 처음 해 본 설거지였다.

쓰레기 분리수거


월, 수, 금요일만 격일제로 쓰레기를 수거한다.
플라스틱, 비닐제품 등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로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 쓰레기통이 크지 않으므로 쓰레기 량과 부피를 줄이기 위한 지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컵라면 용기에 다른 쓰레기를 넣 고, 우유팩은 접어서 부피를 최소화 한다.
금요일은 아침 일찍 쓰레기를 버리고나면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까지 3일간 쓰레기가 발생하므로 휴일에는 쓰레기 줄이기에 비상이 걸린다. 과일껍질 등 음식물 찌꺼기는 될 수 있는 한 잔반으로 처리한다. 신문용지 등 종이 종류는 각종 깔개로 사용한 후 별도 처리한다. 가정집보다 더 철저한 분리수거가 이루어진다.

특명, 청결을 유지하라!


2.17평의 좁은 공간에서 5, 6명, 많게는 7,8명이 함께 생활하므로 청결유지는 본인은 물론 공동생활의 기본이다.
세면, 세족은 하루에 2회 한다. 몸 닦기(물에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 또는 샤워는 운동 후에 방내에서 하고 정기적인 목욕은 일주일에 한번 씩 한다.
무좀 전염을 방지하기위해 아침 기상 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양말을 신는다. 화장실 사용 후에는 좌변기를 물로 반드시 닦는다. 손 씻기는 식사 전, 바깥 출입 후에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양치질을 한다. 행주는 더운 물과 햇볕에 일광소독을 하며 방 걸레도 비누로 빨아서 햇볕에 건조한다.
아침 기상 후 아무리 추워도 창문을 활짝 열고 쓸고 닦는다. 취침 준비 시 먼지가 많이 나므로 창문을 다 연다.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머리카락이 온통 방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담요에 많이 붙어 있으므로 발견할 때마다 줍는다. 방은 하루에 4번씩 걸레로 닦는다. 즉 아침 기상 후, 조식 후, 점심 후, 저녁 식사 후이다.

이발하는 날


수용자들은 한 달에 한번씩 이발을 한다.
이발사의 수준은 군대 이발수준을 훨씬 능가하고 사회수준과 맞먹는다. 왜냐하면 수용자중에서 이발사 직업을 가진 자가 있고, 부족하면 필요한 인원만큼 다른 수용자를 실습 시켜서 일정수준에 도달한 후 투입시키기 때문이다.
동별로 요일을 정하여 이발사들이 와서 복도에 10명의 의자와 이발 도구를 갖추고 있으면 방 순번으로 10명씩 나와서 이발을 한다.
군대는 어떤 두발형태로 깍기를 원하는지 묻지도 않지만 구치소에서는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라고 질문을 한다. 본인의 원하는 두발형태를 즉 "기계를 대고 시원하게 올려 쳐달라, 기계를 대지 말고 가위질만 해 달라 는 등을 말하면 이발사들은 그대로 해준다.
이발을 하고 나면 거울도 보고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이때만은 밖에서 이발하는 것처럼 과거를 회상하며 괴로운 순간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늘, 손톱깍기, 스테플러


바늘, 손톱 깎기, 스테플러는 방 별로 보관할 수가 없고 아침 9시경에 동 봉사원이 관구에서 보급하는 것을 가지고 와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가며 이것을 방별로 돌려 가면서 사용하다가 오후 4시경에 이를 회수해 간다.
바늘과 실은 명찰을 부착하거나 베게 커버를 깁을 때와 옷소매와 바지 길이를 줄일 때 사용하는데 그 솜씨는 가관이다. 그래서 복잡한 바느질 대신 밥풀을 이용해서 명찰을 부착하고 옷소매와 바지 길이도 줄이는데 간편해서 좋으며, 세탁할 때까지는 풀어지지도 않고 끄떡없다.
구치소 안에서는 행동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손톱과 발톱이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열흘쯤 한 번씩 손톱 깎기를 사용한 것 같다.
가끔 문서정리나 편지 온 것을 정리하려면 스테플러가 필요한데 이 역시 동 봉사원에게 요구하면 갖다 준다. 이놈들도 작지만 자해할 수 있는 도구라서 이렇게 사용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구치소의 시계


시간을 빨리 낚아야 하는 수용자들은 느리게 가는 시간이 원망스러우며 시계조차도 보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일과시간 준수와 출정과 접견시간 등을 알기 위해서는 시계가 필요하다.
나는 구치소 내부에서만 판매하는 손목시계를 하나 사서 착용하지 않고 책 위에 얹어두고 시간만 확인하였다. 생활하다보니 자그마한 벽시계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했더니 우리 동 봉사원이 나의 손목시계를 달라고 하여 근사한 벽시계로 만들어 주었다. 손목시계를 벽시계로 변신시킨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벽시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시계원판은 컵라면 밑바닥을 활용하고 1에서 12까지의 판 숫자를 달력에서 잘라내어 붙여서 시계판을 만들었으며, 손목시계의 유리부분과 양쪽 손목 줄을 제거한 후 시계원판의 중앙에 고정시킨 다음 아주 가벼운 색종이로 시침, 분침, 초침까지 만들어 기존의 작은 시침, 분침, 초침 위에 딱풀로 부착시키면 영락없는 벽시계로 탄생한다.
이 놀라운 생활의 지혜! 구치소에서는 궁하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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