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발자국 안에서] '쌀 맛이 좀 변했나요?'
[연극 발자국 안에서] '쌀 맛이 좀 변했나요?'
  • 홍경희
  • 승인 20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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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가 바라본 인간과 공간의 불화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현대사회의 공간은 과거의 공간과는 전혀 다르다.

광장은 크고 화려해졌으며, 매스컴은 개인의 속살까지 파고들 정도로 집요해졌지만, 우리는 그 중심에서조차 고립된 공간이 주는 공포를 느끼곤 한다.


매일 우리를 놀라게 하는 원인불명의 사건, 사고들.

그 속에서 각개 인간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공간의 주인은 더 이상 인간과 자연이 아닌, 수많은 물건들과 기형적인 관계들이며, 우리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공간 -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철저히 닫힌 공간에서 살아간다. 인간과 공간을 가르는 것은 벽도, 시간도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현대의 공간이 처한 위험성이다.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변두리 동네, 쌀집 간판이 달린 빈 가게에 값싼 작업실을 찾는 젊은 화가가 세를 든다.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이라는 부동산 업자의 설명이 있었지만, 화가는 오히려 영감이 느껴진다며 그곳을 마음에 들어 한다. 화가가 작업실을 꾸리자 마을 주민들은 쌀을 사기 위해 찾아온다. 30여 년 간 쌀집이었던 곳에서 왜 쌀을 팔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아우성에 화가는 점점 짜증이 난다.


게다가 살인사건을 해결한답시고, 밤낮없이 들이닥치는 형사의 간섭에도 지쳐간다.

퇴물처럼 방치된 쌀집 간판을 스스로 떼어내려던 노력도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결국 화가는 작업실 한켠에 쌀통을 두고, 주민들이 스스로 쌀을 사가도록 하는 셀프시스템을 마련한다. 자신도 쌀이 필요했고,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이었다. 쌀을 사러 오는 사람은 당연히 화가의 그림을 보게 되었고, 쌀보다도 그림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도 생긴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쌀을 담는 종이봉투 대신, 그림이 그려진 화가의 파지에다 쌀을 담아간 이후, 손님들은 화가의 그림이 그려진 봉투를 찾게 되고, 쌀 봉투 그림은 금새 유명세를 탄다.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봉투를 들고 줄을 서서 화가의 그림을 기다리고, 매일 한 포대만 필요했던 쌀이 열 포대로 늘어난다. 주민들은 그곳이 쌀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쌀집이라고 입을 모은다.


화가는 쌀 봉투 그림으로 자신의 첫 번째 단독 전시회 제의도 받는다. 화가는 생전 처음 느끼는 인기에 흥분하며, 이것이 작업실이 없어서 잃어버린 첫 번째 기회를 만회하는 두 번째 기회라고 여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김치와 담배도 팔 것을 제안하고, 화가는 이곳은 쌀집이 아니고 자신도 쌀집 주인이 아니라며 분개한다.


연극 <발자국 안에서>는 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연출가 김광보가 고연옥 작가와 <인류최초의 키스>에 다시 호흡을 맞추며 동네 쌀집이라는 평범한 공간을 변질되어 가는 현대 사회를 의미 하는 공간으로 설정하여 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2007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품으로 <품바>정규수, <날 보러와요>의 정승길, 승의열, 윤영걸, 윤상화등이 연기한다. 19일까지 아르코 예술 소극장.




홍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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