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 금단의 아이콘 ‘엠마누엘’ 실비아 크리스텔
7080세대 금단의 아이콘 ‘엠마누엘’ 실비아 크리스텔
  • 김다인
  • 승인 201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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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엠마누엘 부인, 실비아 크리스텔(59)이 위독하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크리스텔은 이미 10년 전부터 암 치료를 받아왔던 사실도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 에로영화의 원조 격으로 알려진 실비아 크리스텔은 영화 평생을 자신의 히트작 주인공인 엠마누엘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4년 ‘엠마누엘’로 세계의 스타로 떠오른 이후 거의 모든 엠마누엘 시리즈에 출연했고 그 외에도 ‘채털레이 부인의 사랑’ ‘개인교수’ 등의 에로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엠마누엘’은 당시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에게는 금단의 열매였다. 개봉 당시 국내 상영은 물론 금지됐고 물론 80년대까지 상영 금지는 이어졌다. 하지만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플레이보이’지를 숨겨 놓고 돌려보던 피끓는 청춘들에게는 반드시 따서 한번 맛을 봐야 할 열매이기도 했다. 영화 담당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상영된 화제작들을 복사해 비디오테이프에 담아오는 사람들과 접촉해서 비디오를 구해 봐야 했다.


삼삼오오 숨죽이며 틀어놓은 비디오테이프 화면은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많이 복사를 했는지 화질은 간혹 소나기가 내릴 정도로 엉망이었지만 영상의 충격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전라의 실비아 크리스텔,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진한 장면들. 흐억, 끄억 소리가 절로 날 정도였다. 하지만 태국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이고 이국적인 영상은 이 영화가 단순히 섹스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음을 보여주고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실비아 크리스텔은 단연 눈에 띄었다. 소년처럼 짧은 커트 머리에 180cm가 넘는 큰 키의 그는 후에 등장한 포르노 스타들과는 격이 달랐다. 다 벗고 있어도 끈적끈적하기보다는 중성적인 매력이 강했다. 그렇게 진한 장면들의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호기심 많은 소년의 이미지로 일관해 영화가 천박해지는 것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엠마누엘’ 단 한 편으로 일약 스타가 된 실비아 크리스텔은 이후 갖가지 부제를 단 엠마누엘 시리즈에 출연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오리지널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엠마누엘’은 80년대 한국영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한국 에로영화의 고전이 된 ‘애마부인’이 대히트를 했으며 안소영, 유혜리 등 애마부인 족보가 생기기까지 했다.


국내에서 암거래되며 보여지던 ‘엠마누엘’이 대중매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80년대 중반 당시 유명한 영화잡지 ‘스크린’을 통해서였다. 이미 엠마누엘 시리즈가 여러 편 나온 나온 상태였지만 국내 영화 검열에 걸려 상영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면 소개라는 편법으로 영화를 알린 것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화면 캡처 기능이 발달하지 못해 비디오를 틀어놓고 찍을 장면을 스톱시킨 후 사진기자가 촬영을 했다. 물론 결정적인(?) 장면은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마누엘’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경고를 받아야 했다.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억눌려 있던 그때 그 시절 엠마누엘 부인 실비아 크리스텔이 던져줬던 문화적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당사자가 한 시절을 마감할지 모른다니. 7080세대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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