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로 낙인 찍힌 천재” 쇼스타코비치
“빨갱이로 낙인 찍힌 천재” 쇼스타코비치
  • 소혁조
  • 승인 200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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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혁조의 인터미션


[인터뷰365 소혁조] 디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란 이름에서 딱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를 정리해보면 '빨갱이 음악의 대부', '20세기 음악사에 가장 위대한 천재 작곡가', '고뇌하는 지식인' 등이 될 것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삶의 행적을 돌아보면 이 중에서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쇼스타코비치는 때론 스탈린의 폭거와 억압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때론 그에게 충성과 복종을 맹세하며 수많은 이른바 '빨갱이 음악' 들을 작곡하였다. 쇼스타코비치는 뻬뜨로그라드 음악원(음악원의 교장이 차이코프스키의 수제자인 글라주노프)시절부터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졸업을 앞두고 작곡한 교향곡 1번은 전 세계적인 갈채를 받으며 그의 화려한 인생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참으로 굴곡 많았던 인생을 살게 되는데 광산기사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궁핍한 생활, 폐결핵을 앓으며 죽을 고비를 넘겼던 아픔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전 러시아에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의 인생에 첫 번째 위기라고 할 수 있었던 일대 사건은 폭발적인 인기리에 공연되었던 그의 오페라 'Lady Macbeth of Mtsensk' 때문이었다. 이 오페라는 대단히 통속적이고 신랄한 사회의 비판과 함께 저속한(당시 고위층의 판단으로)대중음악들이 어우러진 작품이었는데 이 오페라를 문제의 스탈린이 보고야 만 것이다.

당시 스탈린은 레닌 이후에 어렵게 쟁취한 권력(레닌이 스탈린을 후원하지 않아 엄청난 살상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 의 정통성과 사회의 기강확립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이 오페라를 보고 노발대발하게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스탈린은 소련 예술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지시하였고 수많은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스탈린에게 굴복하거나 혹은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이 난리통 속에서도 다행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위치는 전세계 음악예술계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천하의 스탈린도 그를 죽이거나 건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스탈린의 회유와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된다. 바로 체제에 순응하여사회주의 건설에 앞장서서 건전하고 계몽적인, 다분히 선동적인음악들만을 만들기로 맹세, 아니 굴복하게 된다.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1937년엔 최고의 예술상인 스탈린상과 인민예술가 선정 등 서훈을 받았으며 그가 죽은 후에 공산당의 충성스러운 아들이며 소비에트 음악 발전과 사회주의 휴머니즘 이상을 실현하는데 전 생애를 바쳤다는 추도를 받게 된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그의 사상적인 면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는데 그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스탈린에게 항거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를 어두운 시절을 고통과 투쟁 속에 살아야 했던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스탈린의 공포정치에 굴복했던 점은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지식인, 빨갱이였음을 알게 된다.


클래식 음악, 특히 교향곡을 즐겨 듣는 교향곡 매니어들 사이에선 작곡가 별로 듣는 등급 같은 것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듣기 쉬운 교향곡부터 도저히 친해질래야 친할 수 없는 괴이하고 이상한 음악들로 귀가 진화하는 과정인데 모차르트, 하이든에서 시작하여-베토벤-브람스, 차이코프스키-말러-부르크너-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등의 식이다. 일반화하여 말할 순 없지만 대략의 순서가 이렇다. 이처럼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대단히 어렵고 친숙해지기 힘든, 기괴한 음악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많은 음악들 중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 받는 것은 바로 15편의 교향곡이다. 그리고 15편의 현악사중주가 있고 그 외에도 많은 협주곡, 실내악, 소나타와 스탈린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야만 했던(딴 생각하지 말고 대중을 즐겁게만 해주는 음악들이나 만들라는 명령)주옥 같은 영화음악들도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곡이 하나 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던 왈츠이다. 재즈모음곡 2번에 수록된 곡 중의 하나인 이 왈츠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중 극히 예외적으로 인간의 귀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멜로디라고 할 수 있고 그 외의 대다수의 곡들은 익숙해지고 친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도대체 무슨 곡이길래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분들은 인터넷 등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같은 곡들을 찾아 한 번쯤 접해보시기 바란다. 그런 음악들을 끝까지, 전 악장을 모두 듣는다면 음악을 들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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