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 ⑧ 갇혀서 지내지만 여기도 ‘사람’이 있다
[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 ⑧ 갇혀서 지내지만 여기도 ‘사람’이 있다
  • 편집실
  • 승인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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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를 연재하면서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일생을 공직생활에 바친 한 분야의 성공한 고위공직자가 쓴 감방 체험일지를 인터뷰365가 독점 연재합니다. 공직을 떠난 어느 날 하루아침에 검찰의 소환을 받고 구속 수사를 받아 90일간 자유를 잃어버린 필자가 그로부터 겪게 된 참담한 고통의 시간을 낱낱이 기록으로 옮긴 내용을 사실 그대로 공개합니다.
명예를 얻는 시간은 평생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순간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90일간의 구속 체험일지는 인간이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국민 교범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365】수용자들의 사연들

수용자의 사연도 가지가지 이다. 단순한 절도범과 겨울이 추워서 2만원짜리 성경책 하나 훔치고 구치소에서 겨울 나려는 사람도 있단다. 이것을 믿어도 될지....


2범 이상 상습범도 있으며, 사업실패하고 시름을 잊으려 낚시로 세월을 낚다가 거액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마약을 밀매하다 15년의 형을 선고 받고 신세를 다 망친 사람도 있다.


벌금 몇 만원을 못 내어 하루 5만원씩 몸으로 때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돈 많은 대기업 CEO, 양정당의 고문과 최고위원, 권력의 실세들, 정부 고위직 관료들도 있다. 심지어 두 팔과 양다리가 없는 사람, 휠체어 타고 몸도 못 가누는 사람도 들어온다. 이런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을까? 상상이 안 된다.


남의 아내를, 젊은 여성, 심지어 어린 소녀까지 탐하다가 들어온 사람, 남의 재산을 욕심냈던 사람, 공문서를 위조하여 한 건 하려 한 사람, 친한 친구를 속인 사람도 있다. 또한 종교를 앞세워 신도의 재산을 헌납 받고 여신도를 성폭행까지 한 사람도 있다.


촛불 집회를 주도하던 사람들은 구치소에 와서도 변한 게 없다. 법보다 주먹을 먼저 휘둘러서 온 사람, 도리어 얻어 맞고도 뒤집어 쓰고 들어온 사람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서 인지 사업 때문에 즉, 그놈의 돈 때문에 들어온 사람이 제일 많다.


인류 초기 부터 인간은 악하고 썩어서 냄새가 진동한다고 하여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홍수로 세상을 쓸어 버린 적이 있다.


구치소 안에서는 전부 잘못한 사람들 뿐 이지만 서초동 근처를 출정 나들이 가면서 차창 밖을 보니 근면하고 착한 사람들의 바쁜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 억울하고 죄가 없다.

자기 잘못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용자 들은 이를 감추려고 하면서 “나는 죄가 없다. 나는 억울하다. 유탄 맞았다. 정치적으로 엮였.다. 내가 오히려 거꾸로 당한 피해자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말하곤 하며 스스로 위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탄원서를 쓰고 자기는 곧 나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법치국가에서 법의 절차를 기다리면서 죄가 없는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 왔겠는가? 건강 잘 챙기고 가 족들 마음을 헤아려 의젓하게 지내고 있다.


수용자들은 항상 자기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나는 곧 “무죄, 보석, 집행유예”로 나간다는 큰 꿈을 키우고 있으나 이런 사람일수록 나가는 경우가 드물고 조용히 반성하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은 먼저 나가곤 하였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나의 큰 탓이옵니다.“라는 천주교인들이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것처럼 구치소에도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것 같았다.

진한 우정

우리는 구치소 안에서의 규율은 대단히 엄하다고 알고 있었다.


최근 연속극 「타짜」에 나오는 감방 신고식과 생활단면은 픽션 중의 픽션이다. 초임자가 오면 방 동료들과 서로 통성명하고, 자기는 무엇 때문에 구치소에 왔노라 정도의 이야기만 주고 받는다.


그리고 수용자들은 처음엔 대부분 구치소 생활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을 위해 먼저 와 있는 고참 동료들은 “여기에 들어 온 이상,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이고 법의 절차를 밞아야 하므로 조급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밖에 있는 가족들의 아픔은 우리보다 2-3배 더 크므로 그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좋은 말을 일러준다. 마음 다스리는 법, 세월 낚는 법, 건강 챙기기 등을 전수 해주고 구치소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규율과 관습적인 사항을 하나씩 알려주곤 한다. 특히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초임자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지급된 수용복을 팔 길이와 바지 길이를 몸에 맞게 해주고 명찰도 밥풀로 부착시켜주며 아직 준비를 못한 면도기, 칫솔, 치약, 비누 등의 생활필수품도 같이 쓰거나 나누어 준다.


재판이 있는 날이면 재수없다고 청소나 설거지,걸레질 , 허드렛일을 일제 못하게 하며 특별 대우를 해주고 오직 재판 잘 받아서 나가라고 격려해준다. 그래서 재판 출정시에는 “당신 보기가 싫으니 돌아오지 마라 ”고 까지 막말을 한다. 출정 갔다 늦게 올 경우에는 저녁밥을 남겨 놓거나 빵,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게 뜨거운 물을 받아서 따뜻한 이불속에 넣어둔다.


가족이 면회 와서 넣어준 접견물은 고루 나누어 쓰고 먹는다.


특히 병동에 가지 않고 일반 병동에서 생활하는 환자나 장애인들의 우정은 더 진하다. 이들은 서로가 불편함과 부족함을 잘 알기 때문에 헌신적으로 서로 도운다. 양팔이 없는 사람, 척추장애가 있어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을 밥 먹여주고 대소변 보는 데까지 부축하면서 도와주며, 목욕시에는 팔이 성한 사람이 장애인 동료의 몸을 씻겨준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끼리 그 아픔을 알고 서로가 이해하고 도와주는 아름다운 우정의 꽃이 이 추운 구치소에서는 활짝 피고 있었다.

수용자들의 세월 낚기

수용자들에게는 시간과 날자가, 특히 하루가 왜 그리 더디게 가는지...


“수용소의 하루는 길지만 일주일은 간다 "는 말이 있다. 검찰 조사가 빨리 끝났으면 좋으련만, 매일 수갑차고, 포승줄에 꽁꽁 묶여서 닭장차를 타고 출정하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더 싫은 것이 사실이다.


드디어 검찰 조사가 끝나면 법집행 절차에 의거 기소가 되고 법원으로 재판 받으러 다닌다. 이 또한 기소가 된 후 2주, 3주 후에야 제1심의 심리 일정이 잡히고, 또 2-3주후에 증인 심문을 하고 이렇게 한달, 두달 걸려서 결심 공판에 이른다.


특히 결심공판에서 검찰 구형 형량은 통상 법정 최고형에 가깝게 구형되므로 판사의 선고(공판)까지는 피고인이 피를 말리게 한다. 재판장이 선고 형량을 얼마나 때릴지(선고할지) 말이다. 1심 결과가 만족하지 못하면(대부분 만족하지 못함) 항소하여 또 2-3달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재판에 걸리는 기간이 얼마나 길고 길던지 세월을 빨리 가게 하는 무엇이 있다면(낚는 낚싯대가 있다면) 억만금을 주고라도 사겠다고 들 한다. 옛날 도사가 강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을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썩은 세상을 탓하며 세월을 났는 것이라 하였지 않았는가?


하루에 고작 면회하는데 10분, 운동 30분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감방 안에서 읽을거리도 없는 신문이나 뒤적 거리다가 책도 손대 보고 TV도 보다가 하루를 보낸다. 다행이 변호사 접견이 있는 날은 한 시간 이상 감방 밖에서 보낼 수 는 있으나 좋은 소식 없이 그 소리에 그 소리이면 시간은 가지만 마음만 아프다.


다람쥐가 채 바퀴를 돌 듯 돌아보아야 얼마나 돌겠는가?

건강 챙기기의 달인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구치소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제일 먼저 신경쓰는 것이 건강이다. 건강은 구치소의 생존수단 중 으뜸이기 때문이다.


구치소에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마도 모든 것이 캄캄하고 막막하여 체념하고 운동까지도 하지 않는 마음의 병 “화병”이 제일 크고 무서운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감기, 설사, 소화불량, 관절염 등이다.


구치소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건강 관련 놀라운 생활 지혜는 가히 노벨 의학상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그 많은 감옥살이를 했으면서도 대통령이라는 격무 자리를 건강하게 수행한 것은 아마도 감옥에서 건강 유지법을 체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기예방을 위해서는 아무리 추운 날에도 창문을 앞뒤로 조금 열어 놓아서 환기를 시키고 방 온도를 바깥 온도와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생활하던 동에는 노인방과 가벼운 환자방, 장애인방 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12월 중순인데도 콜록 콜록 하는 감기 환자를 보지 못했다.


병중에 제일 무서운 것이 울분에서 오는“화병”이다. 처음엔 누구나 「나는 죄가 없다. 억울하다. 괘씸죄에 걸렸다. 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마음의 큰 병을 앓게 된다. 이 병은 시간이 약이다. 종교의 가르침, 가족들의 걱정, 친구들의 도움, 변호사의 조 언 등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을 인정하게 되고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화병이 회복된다.


좁은 공간에서 계속 앉아 있다 보니 다리 운동이 필수이다. 시간만 나면 “걷고, 앉았다 일어서기, 제자리 뛰기”등을 한다. 소화 불량 방지를 위해 소식을 원칙으로 하며 단전 차기 등 장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건강 운동은 다 알고 있으며 매일 생활화하고 있는 듯하다. 목운동, 허리운동, 손발 만지고 주무르기, 몸 흔들기, 인중 누르기, 잇몸 맛사지, 심호흡하기, 장 흔들기 등이다.


먹는 음식도 구치소 영양사께서 식단을 짜겠지만 가정 의학에서 권하는 음식인 마늘, 풋고추, 고추장, 양파, 멸치, 양배추, 부추 등을 주로 먹으며 식단에 없는 건강식품은 영치금으로 공동 구매하여 먹는다.


이러다가 구치소에서 살쪄서 나가겠다고 농담도 하지만 아무리 잘 먹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살이 찔 수가 없다.

구치소의 여름나기

나는 여름이 지나고 구치소에 갔지만 여름철에는 좁은 방에 계속 앉아 있어야 하니 엉덩이가 고생 좀 하겠고 땀띠가 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방안에는 여름용 회전식 벽 고정 선풍기 한 대가 있었고 앞 뒤에 큰 창문이 있어 통풍은 잘 되겠지만 여름철에는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했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런닝 차림으로 지내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했다. 제일 큰 고통이 잠잘 때 일 것 같다. 옆 사람과의 간격이 좁아서 서로 몸이 닿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것 같다. 그러나 여름을 지낸 경험이 있는 고참 동료는 내년 여름까지 생각하지 말고 빨리 나가라는 답변만 들었다.


여름철나기 Know-How도 있다면서 반바지에 런닝 차림, 그나마 선풍기 한 대가 있으며, 모기도 없고(?), 앞 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있는데 무슨 여름 걱정을 하는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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