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조선 최초의 여배우 이월화 (45)

제2부 여배우의 길 / 유지형

유지형 감독이 쓰는 소설로 읽는 초창기 한국 영화사.

조선 최초 은막의 여배우인 이월화(1903-1933)의 생애를 통해 초창기조선 연극 영화계의 역사와 복고, 낭만의 시대상을 그려 낸다.

출생부터 기구했던 이월화는 극단에서의 혹독한 배우수업을 거쳐 윤백남의 도움으로 조선의 첫 영화 <월하(月下)의 맹서>에 출연, 조선 최초 은막의 여배우가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이월화의 생애를 통해 초창기 한국 연극 영화사와 그 주역의 인물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편집자주

등장인물

이월화(본명 이정숙)=이화학당을 나온 연극배우 출신 은막의 여배우. 계모의 손에 자라나 연극과 영화에 투신하고 자신을 키워준 영원한 스승 윤백남을 운명 직전까지 연모한다. 결국 기생으로 전락하고 중국남자와 결혼하여 일본에 가서 신혼생활을 영위하나 일본인 시어머니의 학대로 불행하게 그곳에서 죽는다.

윤백남 / 작가 연출가 영화감독=조선 연극 영화계의 거목. 이 월화를 무명극단에서 발굴해 연극계의 스타로 만들고 조선최초의 활동사진을 찍으며 이월화를 대 배우로 출세시킨다. 선비적 기질과 대쪽 같은 성격으로 월화의 방종을 보고 절연한다.

안종화 / 배우 감독=이월화의 평생 친구. 끝까지 순수함으로 월화를 대한다. 최근 발굴되어 화제가 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의 감독이기도 하다.

박승희 / 배우 연출자=극단 토월회의 대표. 미주대사를 역임한 박정양 대감의 장남이다.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극단에서 여배우 이월화를 만나 사랑에 빠지만 약혼녀의 등장으로 결국 월화에게 상처만 주게 된다.

박승규 / 극장 단성사 부사장=단성사 사주 박승필의 친동생. 기생인 월화를 만나 동거하나 주위의 반대로 결국 헤어진다.

윤기성 / 연극배우=월화의 연하의 남자. 고아로 자라난 불우한 청년이다. 월화와 함께 상하이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나 결국 마약밀매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이응수 / 연극배우 여장배우=극단에서 월화를 만나 변태적 관계로 발전한다. 월화에게 많은 도움과 길잡이가 된다.

조씨 / 월화의 계모, 기생출신=고아인 월화를 키워준 은인이다. 월화를 괴롭히기도 자책도 하는 이중적 성격의 여인이다.

(45) 월화의 맹서

[인터뷰365 유지형] ‘땡그랑 땡그랑’

붉은 설렁줄에 매달린 종이 집안 전체로 요란하게 울린다. 월화는 그 종소리에 새벽꿈에서 깨어났다. 늘 새벽꿈은 조선의 모습이다.

화들짝 상반신을 일으켜 급히 졸음을 몰아내고 이불속을 빠져 나온다. 곁에는 새벽에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 춘래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짜증나는 종소리가 계속 성화처럼 울려 댄다.

월화는 급히 웃옷을 걸치며 방문을 열고 아래층 계단을 향해 총총 걸음으로 내려간다. 아직은 새벽으로 집안은 온통 어둠이다. 그래도 이제는 익숙한 듯 계단을 내려 거실 중앙 도코노마 옆에 위치한 작은 방에 문을 연다.

종소리는 이방에서 들려 온 것이다. 어두운 방안에는 유령 같은 모습의 노파가 이불 밖으로 상반신을 내 놓은 채 들어서는 월화를 향해 식식거리며 화를 내고 있다.

“사오리 이년아! 내가 부른지가 언젠데 이제 나타나!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사오리는 시어머니의 이름이다. 이 노파는 사오리의 친 어머니로 오래전 치매에 걸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월화를 딸인 사오리로 알고 마구 욕을 해대는 것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 어미를 괄시해... 하루 종일 밥을 주나? 물을 주나? 맛있는 건 지 년 혼자 감춰 몰래 다 먹으면서 늙은 어미는 나 몰라라 하니... 네 이년! 동네사람 알까 무섭다.”

노파는 입만 살아 마구 할 말을 쏟아낸다. 그런 노파의 곁으로 월화가 다가가며

“할머니! 기저귀부터 갈아야 겠네요.

월화는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노파의 사타구니에 질벅하게 싸 놓 기저귀를 빼내고 새로 갈아준다. 노파는 금방 기분이 좋은 듯 빵끗 웃더니 월화의 얼굴을 기우뚱 하며 보며

“근데 댁은 누구슈?”

첨 본 얼굴이라는 듯 묻는다.

“아이...할머니! 손자며느리 얼굴로 몰라보시고.”

노파는 고개를 좌우로 꼬더니 그제야 생각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아! 그 조선서 왔다는 우리 예쁜 손자며느리?”

이제야 정신이 좀 돌아 온 모양이다.

“네! 제가 손자며느리예요. 할머니 곧 아침밥 차려 드릴 테니 보채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래! 알았다. 내가 언제 보챘다고 그래.”

월화는 이런 노파가 마냥 귀엽다. 이불을 여며 주고 방문을 열고나서 부엌으로 향하려는데 안방 미닫이 틈 사이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월화는 부엌으로 가다 말고 그 안방 미닫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곤...방와!”

아침 인사를 올린다. 안에서 아무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월화는 방문을 연다. 방안엔 이미 깨어난 시어머니 사오리가 화장대 거울 앞에 단정히 앉아 긴 머리카락을 빗으로 빗고 있다가 월화를 향해 돌아보며 허리를 굽혀 엎드려 절을 하며

“게즈하 상! 곰.방와!”

월화의 이름을 일본식 발음으로 부르며 정중히 인사를 한다. 이렇게 시어머니의 인사를 받는 다는 것이 어색하였지만 일본 사람들은 상하 여하를 불문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를 받고 해야 하니 그것도 참 못할 짓 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편이다.

“게즈하 상!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아닙니다. 오카 상.”

월화는 너무도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른다.

“허지만 부탁입니다. 종소리가 저리 울리기 전에 할머니 방을 찾아 주세요.

아침이면 저놈의 종소리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란다니까요”

“죄송합니다. 내일 아침부터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월화는 다시 허리와 함께 머리를 연신 숙인다.

“밥은 먹여서는 절대 안 돼요. 하루에 죽 한 그릇, 과일과 당과도 하루에 한 개 씩만,

그저 싸는 게 똥과 오줌뿐이니....”

한숨과 함께 하소연이 쏟아지며 찔끔 눈물까지 쏟아낸다. 월화는 그저 그런 어머니와 딸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자 눈물을 보인 것이 난처한지 금세 밝아지며

“하루키 상은 아직도 자고 있나요?”

하루키 상이란 역시 춘래의 일본식 이름이다. 일본은 자기 아들의 이름도 이렇게 존칭을 부쳐 부른다는 게 처음엔 너무 웃겠지만 이젠 당연하게 들린다.

“네.. 어머니! 요코하마에 물건을 출하하러 갔다가 새벽에나 돌아 왔어요.”

“오늘은 우리 집에서 다도회가 열리는 날 이에요. 집안에 청소는 물론이고 혹시 흠 이 잡히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아셨죠? 게즈하 상”

“네! 어머니! 명심해서 잘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사오리는 다시 월화에게 허리를 숙여 절을 올린다. 그제야 월화도 황급히 절을 따라 하고 무릎을 꿇던 자세에서 일어난다. 이제 시집살이를 한지도 일 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이렇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일은 정말로 힘이 든다. 처음엔 쥐도 나고 오금이 저려 한동안 고생 했다. 그런데도 일본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풍습과 습관이라는 것이 대단하다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월화는 이제 부엌으로 와 아침준비를 한다. 쌀을 씻어 화덕 불에 밥을 올려놓고 미소시루(된장국)를 끓이고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굽고 식구는 죽을 드시는 할머니를 빼면 시어머니와 남편과 월화 세 사람 뿐인데 아침마다 식탁에 오르는 반찬은 늘 신선하고 정갈한 음식이어야 한다. 더욱이 월화는 조선에서도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조씨는 어려서부터 월화가 부엌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걸 그리 탓하지 않았다. 조씨 역시 음식을 만들거나 조리 하는 일에 별 취미가 없었다. 하다못해 가을이면 어느 집에서나 하는 김장도 사람을 사서하거나 아니면 기생동기들을 불러 시켰다.

그런 월화가 조선의 음식도 아니고 일본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려니 보통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다행히 옆집에 일청전쟁에 나가 남편이 전사한 늙은 과부가 음식 솜씨가 좋은 것을 알고 그 과부를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일본의 음식은 그 수도 엄청나게 많고 늘 신선하고 청결해야 했으며 매운 맛에 길들여진 조선여자의 입맛과 손맛으로는 보통 힘들 일이 아니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남편은 출근을 한다. 그런데 남편의 출근 준비는 언제나 시어머니인 사오리가 한다. 월화가 세탁을 하여 단정하게 걸어 놓은 하오리를 골라서 입히고 양복을 입는 날은 넥타이 까지 사오리가 직접 매어 준다. 그리고는 현관 마루 앞까지 나가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하루키 상! 잘 다녀 오십시요.”

이마가 마루에 닫도록 절을 올린다. 처음엔, 이것도 일본의 생활풍습이고 예절인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인이 있는 아들에게는 그러지 않는단다. 월화 역시 자신이 아직 일본의 문화에 대해 서투르니 대신 해 주는 것이다, 라고 생각할 뿐 이었다. 그렇게 멀뚱하게 남편의 출근을 지켜보던 월화는 설거지를 끝내고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오늘은 집에서 다도회가 열린다니 다실을 비롯하여 집안 곳곳 마당 구석 까지 먼지 한 톨 없이 털고 닦고 쓸어내야 한다.

청소를 끝내고는 다시 시간을 맞춰 할머니를 간병하고 점심때가 되면 정성껏 춘래의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품에 안고 남편의 가게를 찾아 간다.

월화에게는 이 시간이 제일 즐겁고 반가운 시간이다. 푸르게 끝없이 펼친 바다를 보며 부두를 따라 걷다 보면 온갖 신기한 풍물들이 월화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

특히 바나나 축제가 벌어 질 때면 마을은 온통 인파로 넘쳐흐른다.

바나나 축제란 메이지 시대에 일본의 대만점령과 함께 바나나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운반이나 보관과정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바나나를 노상에서 헐값으로 판매한 하는 것이 축제로 이어져 대단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월화에겐 이런 이국의 풍경들이 모두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 월화는 가게로 가지 않고 바닷가 백사장 한적한 곳으로 간다. 이미 춘래는 점심시간에 때맞추어 가게를 점원들에게 맡기고 이곳에서 월화를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맛있는 도시락을 펼쳐 놓고 마치 소풍을 나온 듯 즐겁다. 춘래는 늘 다정하고 정답고 따뜻하다. 시집살이에 고생이 많다며 월화의 부르튼 손을 꼬옥 잡아 줄때는 세상에 제일 착한 남자를 만났다는 행복감에 넘쳐흐른다.

오늘도 춘래는 월화의 손을 잡다 못해 월화의 몸을 힘껏 넓은 품안으로 끌어 앉는다.

“여보!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하오.”

“저도 한 없이 행복해요.”

월화는 굳세고 믿음직한 춘래의 품에 안겨 행복한 표정으로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 행복이 절대 깨질 수 없다고 믿고 또 믿는다. 그러나 그 행복감도 잠시 뿐이었다. 사오리의 본색이 나타난 것이다. 이상한 것은 절대로 사오리는 그 누구 앞에서든 화를 내는 적이 없다. 늘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특히 월화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다정하다. 그것은 사오리의 본심이 아니었다. 애당초 사오리는 조선 며느리를 원치 않았다. 자신의 남편인 중국남자에 대해서도 열등국민이라는 혐오감으로 치를 떨었던 여자이다. 그런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조선인 여자를 데려 왔을 때 그 내심을 감추고 그녀를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몇 년 전에 남편을 잃은 사오리는 아직도 여자로써 강한 체취의 생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두 사람의 애정행위는 결코 용납 되지 않았다.

밤이면 이층 두 사람의 침실 앞에 고양이처럼 다가와 방안을 엿 보다가 좀 이상한 소리가 난다 싶으면 헛기침을 해 사람을 놀라게 했다.

더욱이 실수가 하나씩 들어 날 때면 결코 월화를 용서 하지 않았다. 더욱이 세상은 참으로 좁고 좁아서 근처에 사는 한 이주 조선인을 통해 월화가 기생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난 후에는 사오리는 더욱 월화를 차갑게 대하며 무시한다. 배우라는 유명세는 여기서도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오리는 늘 동네사람들이나 친척들 앞에서는 월화를 잔뜩 치켜세우고 ‘똑똑하고 예쁜 조선 며느리가 집에 들어와 행운이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이중적 태도에 월화는 머릿속이 혼돈이 올 정도로 무척 힘들기만 하다. 일본인들의 마음은 혼네(실재 속내)와 다테마데(겉으로 들어내는 헛심)로 두 가지가 있다던데 사오리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다중적 성격으로 월화를 공격해 온다. 그런 사오리의 예측 못 할 행동이 나올 때 마다 월화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느낀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담 말인가? 그 도도하고 대단하던 이월화가 어쩌다 이렇게 초라하고 가여운 신세가 되었단 말인가? 당장 때려 치고 조선으로 돌아갈까?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과거를 정리하고 사랑하는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삶은 이런 고통도 아픔도 이길 수 있는 강한 힘이 되었다. 사랑의 힘이란 역시 위대하다. 그 사랑 앞에 이렇게 강해 질 줄 월화 자신도 몰랐다.

그런 사오리의 얼음장처럼 냉랭한 마음을 읽은 춘래는 걱정스럽게 월화에게

“점점 큰일이요. 어떻게든 어머니의 마음을 돌려 놔야 할 텐데..”

“미안해요. 제가 어머니에게 너무 밉보였나 봐요.”

“아니야! 당신은 아무 잘 못도 없어.”

“난 괜찮으니..아무 걱정 말고 출장이나 잘 다녀오세요. 이번엔 어디로 가시나요?”

“교토라는 곳이요”

“어머! 교토는 영화를 만드는 곳이 아니에요?”

“이곳 관서지방에서 생산되는 조후라는 직물은 품질이 좋아 영화의상으로 많이 쓰인 다오. 그곳에 포목점 분점을 낼 참이요. 내 언젠가 당신에게도 교토구경을 시켜주리다.”

“정말예요? 그곳 교토에 꼭 한번 가고 싶었거든요.”

아직도 영화라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는 월화이다. 이제는 그 시절 모든 꿈은 사라지고 배우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대하고 싶다.

그래서 간혹 저녁때면 춘래와 함께 이곳에 단 한 곳 뿐인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고 즐거움 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즐거움마저도 사오리의 방해로 요즘은 극장출입도 할 수가 없다.

춘래가 교토로 출장을 떠나자 월화는 사오리의 차가운 눈초리를 피해 집을 나섰다. 부두에는 이곳 모지를 출발해 시모노세키를 거쳐 조선으로 가는 배들이 정박해 있다. 월화는 그 배들을 보며 짙은 향수에 젖는다.

“어머니는 건강히 잘 계실까? 백남 선생님은... 종화 씨도 첫 감독 작품은 잘 만들고 있을까?”

불과 사나흘이면 갈 수 있는 조선이지만 지금의 월화에게는 저 달나라를 가는 것만큼 멀고 먼 땅이 되었다. 월화는 슬프고 외로운 상심의 마음으로 부둣가를 걷는다. 이때 부두 한곳에서 한 노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자! 종이 그림 극이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역사극! 미아모도 무사시에 활극! 오자끼의 청춘 비련 극! 모두 모두 있습니다. 자! 어서 와 구경들 하시오.”

이 노인은 매일 부둣가에 나와 구루마 위에 무대를 꾸미고 그림극을 공연하며 관객이 한두 푼 던져주는 동전으로 살아가는 노인이었다. 월화가 다가가자 노인은 반갑게 자리를 권하며

“자! 앉으시오. 뭘 보여 드릴까?”

유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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