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볼거리, 빈약한 인물구성 ‘인사동 스캔들’
신선한 볼거리, 빈약한 인물구성 ‘인사동 스캔들’
  • 서인숙
  • 승인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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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이면 그린 ‘그림복제 사기 활극’ / 서인숙



[인터뷰365 서인숙] 한국영화에서는 생소한 소재인 미술품이라는 테마로 주목받는 <인사동 스캔들>은 상업적인 대중영화로서 그 “경계”에 위치한 영화이다. 한마디로 ‘영화가 재미있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그렇다’라고도 ‘아니다’라고도 답 할 수 있는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재를 통한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인사동 스캔들>은 확실히 볼만하다. “통쾌한 그림복제 사기 활극”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미술품 경매와 세밀한 그림 복원 과정, 그리고 모조품을 둘러싼 암투와 밀거래 등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영역이기에 감각적이다. 거기다 군더더기를 생략한 경쾌하고 스피디한 내러티브 구성은 코믹성까지 곁들여 재기 발랄함 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영화의 볼거리가 주는 쾌감을 받쳐주지 못하는 요소는 빈약한 인물 구성과 줄거리이다. 탐욕스런 욕망이 들끓는 미술계의 사기와 암투라는 내용과 함께 남자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팜므 파탈의 등장, 그리고 의협심과 타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자 주인공은 얼마 전 큰 히트를 친 한국 영화, <타짜>를 떠올리게 한다.

기본 골격이 <타짜>와 유사하다는 점은 <인사동 스캔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자 산이다. 그런데 이강준을 연기한 배우, 김래원은 <타짜>의 주인공 조승우가 보여주었던 반항적이지만 부드럽고, 도전적이지만 유아적이고, 타락했지만 여전히 순수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복잡한 캐릭터를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단선적이고 천진해 보인다. 악녀, 팜므 파탈을 함정에 빠트리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기에는 배우 김래원의 연기가 지나치게 부드럽고 신사적이다.



이에 비해 배태진을 연기한 엄정화의 팜므 파탈은 김혜수의 강렬한 섹시함에 견줄만하다. 하지만 영화 내용상 배태진이라는 인물은 엄정화의 연기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강준의 덫에 번번이 당하는 배태진의 도발적이지만 무능한 모습은 엄정화의 부릅뜬 눈과 진한 화장과 고함소리만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팜므 파탈다운 힘이 입체적으로 그려질 때 이강준과 배태진 사이의 팽행한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 이강준을 위협하는 어떤 위기나 고난도 없이 배태진에 대한 일방적인 승리는 어떤 극적 재미나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즉, 위기가 없으니 긴장도 없다. 또한 영화 중반에 생략된 줄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빈번한 회상을 통한 남녀 주인공의 과거 드러내기는 영화를 다소 산만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사동 스캔들>의 이런 극적 균열에도 불구하고 요즘 관객들은 반드시 탄탄한 서사성만을 쫓지 않고 볼거리를 더욱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므로 영화의 높은 흥행 타율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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