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 멸치국수, 옛집
삼각지 멸치국수, 옛집
  • 황두진
  • 승인 200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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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기자의 진짜 맛 기행 / 황두진


[인터뷰365 황두진기자] 우리는 어쩌면 ‘국수는 만만한 음식이다.’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만드는 것도 라면 끓이는 것보다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서 국수를 대접한다고 하면 ‘좀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삼각지의 옛집 ‘멸치국수’를 먹어보면 잘못된 편견이었음을 알게 된다.


‘옛집’은 꼬박 30년동안 국수를 이 자리에서 멸치국수를 끓여왔다. 크게 건축업을 하던 남편을 여의고, 자식 셋이나 딸린 빈털터리 과부가 되어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였던 삼각지로 들어온 배혜자씨(70)는 먹는장사를 하면 자식들 굶기진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 가계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국수를 끊이고, 밤에는 김밥을 말았다.


30년전 이나 지금이나 ‘옛집’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가계의 크기도 6평 남짓 그대로이다. 하지만 배혜자씨는 ‘국수를 팔아서’ 자식들 공부와 결혼도 다 시켰다. 제법 큰 아파트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배혜자씨는 국수를 만다.


“이게 재밌어요. 사람들 먹이는게 즐겁고.”

먹이는게 즐겁다는 배혜자씨의 말뜻은 ‘옛집’ 벽에 붙어있는 오래된 신문기사를 읽어봐야 안다. IMF로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에 한 손님이 국수를 먹고 돈이 없었는지 도망치기 시작했단다. 그를 뒤따라 나온 배혜자씨는 “야!야! 뛰지 말아라. 넘어진다.”라고 소리쳤단다.


“나중에 그 사람이 다시 찾아 왔어요. 뛰지 말라는 내 말에 눈물이 막 낳다고...일자리를 잃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그 말에 용기를 가졌다고. 지금은 잘 되어 있대요.”

옛집의 멸치국수는 단촐하고, 담백하다. 특별한 양념이 더 들어가지도 않는다. 국수는 서민들이 가볍게 먹어야 하는 음식인데 뭘 더 넣으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기에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 설명이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한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배혜자씨는 2,000원에 팔다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다신 안 오겠다는 단골들의 성화 때문에 올해부터 500원을 올려 2,500원에 국수를 판다. 그것도 늘 미안해서 ‘500원 올랐네요?’라고 묻는 손님이 있으면 그냥 2,000원만 내고 가라고 한댄다.

국수사리는 원하는 만큼 더 퍼주는 2,500원의 국수. 하지만 이 집의 단골들은 가격 때문만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손님들은 마지막 국물 한방울 까지를 깨끗이 비운다.


“정말 맛있어요. 김치와, 투박한 김밥과 함께 먹으면, 정말로 집에서 어머니가 끊여주는 국수맛을 느끼죠.” 어린 시절부터 20년 이상 이집 단골이라는 조우현씨(37세)는 빈 국수그릇을 보여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4호선 삼각지 역 2번출구로 나가서, 삼각 맨션쪽으로 맨션 담벼락에 ‘옛집’은 붙어 있다. 전화번호는 02.794.8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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