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축복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찾아준 '라이 쿠더'
쿠바의 축복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찾아준 '라이 쿠더'
  • 정욱
  • 승인 200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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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Curtain[무대 뒤의 주인공] / 정 욱


[인터뷰365 정욱객원기자] 예술가의 삶에서 만약 그 예술을 빼았는다면 예술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평범한 사람보다도 못한, 뭔가 부족하고 불안정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렇듯 예술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이고 또한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일 것 이다.


쿠바를 대표하는 음악그룹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환영받는 사교클럽'을 뜻하는 '브에나비스타 소설클럽‘ 의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예술가에게 ‘예술’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기쁜것인지, 그리고 그 예술로 인해 우리가 얼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쿠바가 공산화되기 전인 1930~1940년 즈음 쿠바의 수도 아바나 최고의 사교클럽이었던 '브에나비스타 소설클럽'은 화려한 쿠바음악의 전성기의 상징이었으며, 당시 이곳에서는 쿠바 최고의 뮤지션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많은 사람들과 그 예술적 기쁨과 감동을 나누었다.


하지만 카스트로가 이끄는 공산 정권이 들어오면서 고급사교문화는 금지될 수 밖에 없었고, 쿠바의 모든 사교클럽은 정부 규제로 문을 닫게 되었다. 물론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도 문을 닫게되고, 이로인해 번성했던 쿠바의 음악은 세인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고, 쿠바음악가는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듯 시대를 풍미하며 음악적 다양성과 예술성을 선보였던 쿠바 음악은 어느 순간부터 세상속에서 사라게 되었고, 그 영화를 누리던 쿠바의 음악인들은 거리에 나가 구두닦이와 이발사, 싸구려 술집의 반주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십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었을 즈음인 1995년. 미국의 유명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라이 쿠더(Ry Cooder)는 잊혀진 쿠바음악을 찾아 아바나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찬란했던 쿠바음악의 메카였던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이야기를 듣게 된 그는 당시 클럽의 최고 연주자들을 찾아 나선다. 낮엔 이발사로 밤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활하던 꼼빠이 세이군도(Compay Segundo, 기타 겸 보컬) 전성기를 누리다 무대 뒤로 사라진 후 몇 십 년을 하바나의 허름한 뒷 골목에서 구두닦이로 살아오던 이브라힘 페레(Ibrahim Ferre, 보컬) 쿠바의 3대 피아니스트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지만 80살이 넘어서야 첫 솔로 음반을 갖게 되었던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 피아노).

그리고 몇몇 뮤지션을 찾아낸 라이 쿠더는 이들을 모아 연주를 하게 하였고, 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쿠바 음악의 전설을 다시금 느끼게 된 그는 연주자들과 힘을 모아 즉흥음반을 만들게 되는데 그 음반이 바로 음반사에 길이 남을 걸작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다.

겨우 6일 동안 다 쓰러져가는 낡은 스튜디오였던 '아바나 애그램'에서 라이브로 녹음한 이 음반은 1997년 '그래미상 베스트 트로피컬 라틴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쿠바음악의 진정한 감동을 전해주게 되고, 전 세계적으로 600만장이 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후에 라이 쿠더는 절친한 친구인 영화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를 참여시켜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영화화 하게 되고,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1999년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음악을 빼앗기고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던 쿠바의 음악인들. 라이 쿠더는 이런 쿠바음악인들에게 그들의 음악을 되찾게 해준 은인이었으며, 잊혀져가던 쿠바음악을 세계 음악팬들에게 전해준 메신져였다.


"어느 날 '천사'가 내게 나타나서는 이리 와서 함께 녹음하자고 하더군. 난 처음엔 원치 않았어. 왜냐하면 이미 음악을 포기한지 오래였거든. 하지만 지금은 내 생애 유일한 앨범을 갖게 됐고, 난 매우 행복해. 더군다나 난 이제 더 이상 구두를 닦지 않아도 되니 이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겠어?"


소박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이브라힘 페레가 라이 쿠더와의 만남을 기억하며 얘기해준 이 말은 예술가의 삶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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