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굿바이 비지오.
[MLB] 굿바이 비지오.
  • 소혁조
  • 승인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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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꿀벌제왕, 퇴장하다 / 소혁조


[인터뷰365 소혁조기자]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상징이며 영혼과도 같은 선수. 지저분한 헬맷과 유니폼으로 기억되는 선수, 크레이그 비지오.


소명의식(召命意識). 자신의 직업을 하늘이 내려 주신 천직(天職)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일에 신이 불러주신 소명에의 응답으로 생각하는 것. 어느 직업이건 마찬가지이겠지만 프로 스포츠 선수 중에서 이러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꾸준한 활약을-그것도 한 팀에서만-펼치는 선수를 보며 우리는 존경심을 보내기 마련이다. 이들에겐 아프다는 핑계도, 돈을 적게 준다는 불만도, 소속팀의 성적이 나빠 우승 반지를 위해 팀을 옮기는 일도 없다. 단 한사람의 팬이라도 자신의 경기를 보러 오는 이들을 위해 이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서서 최선을 다한다. 또한 팬들은 그들을 보며 열광함과 동시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이런 소명의식을 가진 선수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철인이라 불리던 전설 칼 립켄 주니어, 샌디에이고의 타격 천재 토니 그윈, 90년대 최고 유격수의 지존을 다투었던 배리 라킨, 시애틀의 영원한 슈퍼스타 에드가 마르티네스 등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한화의 장종훈, 송진우, 강석천, 한용덕, 이강돈(이런 이유로 난 성적과 관계없이 한화 이글스를 좋아한다. 오로지 한 팀에서만 뛰며 모든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 있고 또한 LG의 김용수, OB의 박철순, 해태의 김성한이 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원소속 팀을 떠나지 않았고 언제나 그 자리에 팬들과 함께 있었다. 초등학생 꼬마 아이가 어느덧 장성해서 대학생이 될 때까지, 대학교를 졸업해서 가장이 되어 애 아빠가 될 때까지 그들은 함께 했던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자랑, 이젠 과거형이 되어버린 Killer B의 맏형이며 휴스턴의 영혼, 심장이라고 불리는 크레이그 비지오(Craig Biggio)가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란 팀은 조용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팀이다. 일단 이들은 선수와 팬이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다. 누구 한 선수가 못했다고 해서 지역언론과 팬이 앞장서서 비난하지 않고 언제나 신사적인 매너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일이 1962년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우승은커녕 2004년까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경험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많은 팬을 보유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의 중심에는 바로 Killer B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드디어 2005년. 휴스턴은 팀 타선의 핵이며 Killer B의 둘째인 제프 베그웰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종료하고 시즌 초반 성적이 곤두박질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와일드 카드를 획득,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그리고 NLCS에서 만난 영원한 NL의 강팀이며 NL east의 영원한 챔피언 애틀란타를 4차전 18회까지 가는 초접전 끝에 물리치고 2004년 NL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었던 NL의 절대강자 세인트루이스와 재격돌하게 된다.


2005 NLCS 5차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매우 유명한 게임이다. 아마도 2005 MLB 최고의 명승부 였던 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디널스의 20승 투수인 카펜터에게서 선취타점을 뽑아내는 비지오. 그는 언제나 필요할 때 묵묵히 한방을 해결해주는 해결사의 능력이 있다. 그가 치는 하나의 안타는 여타 다른 선수들의3-4개의 효과와 맞먹는다. 그게 바로 비지오이다.


NLCS Game 6. 이 게임을 본 사람들은 비지오의 2루수비가 얼마나 중요한 순간에 이루어진 어려운 수비였는지 안다. 그야말로 천금과도 같았던 호수비였다. 만일 이 수비를 놓쳤다면 마운드의 마지막 보루였던 영건 오스왈트가 무너지고 매우 어렵게 게임을 풀어 나갔을 것이다.


은퇴를 번복한 살아있는 전설 로저 클래맨스-2년 연속20승에 빛나는 최고의 영건 로이 오스왈트-90년대 후반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특급 좌완 앤디 패팃으로 이어지는 빅쓰리의 역투와 비록 물망방이지만 제몫을 충분히 해준 타선의 활약으로 그토록 목말랐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쁨을 맞게 된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 6차전 9회 투아웃을 잡은 후 카메라에는 휴스턴의 덕아웃에 있는 비지오와 베그웰의 모습을 비추어 주었다.


크레이그 비지오. 킬러 B의 맏형. 메이저리그 데뷔 후 18년간 휴스턴을 지키고 있는 노송(老松). 돈도, 우승도 마다하고 오로지 한 팀에서 그를 응원해주는 지역팬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전설. 그는 월드시리즈에 오르기까지 무려 2564경기(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를 기다려야만 했다.


제프 베그웰. 킬러 B의 둘째. 그 역시 비지오처럼 15년간 휴스턴에서만 뛰며 2150경기(역사상 3번째)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우승도 아닌 진출이다. 진출.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있어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갖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병현은 얼마나 운이 좋은가. 그 어린 나이에...)


의외로 비지오와 베그웰의 표정은 덤덤했다. 모두들 덕아웃에서 뛰쳐나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할 때 이들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포옹했다. 정작 TV로 그 장면을 보는 사람은 눈물이 글썽이려고 하는 판국에.

2005년 돌풍의 팀,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팀인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의 월드시리즈. 시삭스는 LA 엔젤스와의 ALCS에서부터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승리를 하였고 이들과 만난 휴스턴은 4차전까지 제대로 힘 한번도 못 써보고 그냥 주저 앉았다.


완벽한 패배였다. 2004 시즌 후에 놓친 카를로스 벨트란과 제프 켄트의 공백이 참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그들의 존재유무가 정규시즌에서 큰 차이를 보인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의 나이 41. 비지오는 올 가을 은퇴를 선언했다. 결국 그토록 바라던 우승반지를 가질 수 없는 무관의 제왕으로 비지오는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하지만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그를 결코 무관의 제왕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않을 것이다. 그는 오로지 한 팀에서만 뛰며 팬들이 원하는 그 자리에 항상 있었으며 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스타이기 때문이다. 굿바이 비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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