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두호] 지난 일요일 저녁 채널을 돌리다가 KBS 스페셜 <시간이 멈추어 선 곳 백담사 무금선원>을 만났다.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삼라만상이 아름다웠다. 인간도 자연도, 보이고 느끼는 그대로 고요하고 청정하다. 출가해 승려가 되려는 사미승의 참선 수행과정을 주제로 1년 동안 촬영했다는 작품이다.

움직이는 생명들과 보이지 않는 그들의 부처와, 떴다가 지는 별과 달의 행로가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 소통의 일체가 되어 화면을 안정감 있게 구축해 나갔다. 간결하게 정제된 내레이션도 청정한 수면에 비친 음영처럼 생각을 침잠시켜가며 잔잔한 파문을 만들어 낸다.

스님들이 대체로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지만 무금선원은 모처럼 속세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수행 승려들이 농사일하고 빨래하고 밥 짓고 수행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포교적인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계기로 보였다.

특히 자물쇠가 무겁게 잠긴 좁은 방안에서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면벽기도의 고행을 하는 무문관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고 필자가 과거 다른 곳에서 취재한 기록이 있어서 관심이 쏠렸다. 지금은 알 수 없으나 1970년대 도봉산 천축사에 무문관이 있었다. 문고리와 자물쇠가 녹이 슨 10여 개의 방에는 인기척이 없었지만 1년 또는 3년이 넘도록 독수공방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머물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에서 당대의 유명한 고승도 수도를 했던 모양이다. 대체로 밥그릇이 들어 갈만한 공양구를 통해 하루 한 끼 공양을 장만해 올리는 배식담당 스님도 빈 밥그릇이 나오는 것만으로 건강을 확인할 뿐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성불하십시오”라며 공양을 배식하고 하루 한 번 문밖에서 혼잣말로 인사 한마디하고 돌아서는 스님의 표정이 신비한 여운으로 와 닿는다.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왜 그들 사미승들은 젊은 나이에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수행의 삶을 선택했고 죽비를 맞아가며 불면의 고통을 극복해야 하는 참선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대한 깊고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이 프로의 주제로 볼 수 있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수행의 일상과 산사의 풍광에 너무 집착해 야무진 알맹이를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난이나 생활고 또는 불행한 인간관계를 비관하고 승려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자기 성찰의 철학과 신앙인의 궁극적인 이상을 찾아 출가 고행의 길을 택한 이유들이 그들마다 어떻게 다르고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지만 영상에 치우친 노력만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다큐 <백담사 무금선원>은 속세에서 한참 떨어진 먼 곳으로 느껴지던 무금선원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게 하며 승려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의 현장을 고루 공개시킨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운무 자욱한 계곡의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산사의 풍광을 정지 화면으로 바꾼다면 모두가 사진작가의 작품 같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김두호

press@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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