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특종] 전두환 시절, <땡전 뉴스 전용 편집실>이 있었다.
[지각특종] 전두환 시절, <땡전 뉴스 전용 편집실>이 있었다.
  • 신일하
  • 승인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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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사에 부끄러움으로 기록될 한 컷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기자] “방송왕국 KBS가 <땡전 뉴스>를 위해 전용 편집실을 만들어 놓고 뉴스 제작한 걸 아세요?” “어! 그게 사실이예요?” “당연히요. 우리 방송 역사에 남을만한 부끄러운 일이죠”


KBS는 대통령 동정을 항상 첫 머리에 올리는 ‘땡전뉴스’ 제작만을 위한 편집실을 만들어 놓고 마치 성역이나 되듯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뚜 뚜 뚜’ 소리가 들리다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되는 ‘땡전뉴스’는 한국 언론사 80년대를 장식했던 핵심적 단어다. 채찍과 당근을 통한 강력한 언론통제 속에 정권을 홍보하는 나팔수 노릇을 한 ‘땡전뉴스’란 부끄러운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 건 여의도에서 전직 KBS 방송인 P씨와 만난 술자리에서였다.


“요즘 기자와 교양 PD들은 KBS 안에 대통령 영상만 취급하는 전용 편집실이 있었던 사실을 전혀 모를 거예요. 뉴스 편집 데스크와 청와대 담당 기자만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평상시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죠. 초를 다투며 작업하는 때가 많아 ‘9시 뉴스’ 방송 전이면 항상 그 공간은 긴장감이 감도는 곳 이었어요” 그는 기획제작부 간부 출신이다.

대통령 동정 기사를 다루는 건 보도국 일이라 ‘땡전 뉴스’ 편집실은 그와 관련 없는 부서인 것 같아 물었다. “그곳(편집실)은 00부장과 거리 먼 파트 아닌가?” 그의 설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지방의 큰 행사를 방송하는 건 기획제작부에서 맡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뉴스는 아니지만 보도국과 협조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80년 대 초의 일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부산에 내려가 참석하는 행사라 그는 중계차와 연출 팀을 데리고 갔다. 그는 생방송을 무사히 마치고 쉬는 데 본사 정치부에서 청와대 출입 카메라맨 A를 보았냐는 전화를 받았다.


“내 새끼도 아닌 놈을 내가 어찌 알아요. 그저 모른다고 대답해 줄 수 밖에.” 그런데 그날 사고가 터졌다. 부산 행사에 내려간 청와대 출입 카메라맨이 ‘9시 뉴스’ 대통령 영상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편집을 하려고 KBS 부산방송국에 갔는데 빈 편집실이 없었다. 빨리 편집해 본사에 송고해야 하는 데 편집기들을 선점해놓고 누구 하나 협조해주지 않아 대안을 찾아야 했다. A는 투덜대다 육두문자를 퍼부으면서 테이프를 들고 일어섰다. 택시를 타고 찾아 간 건 부산 MBC. 아는 사람이 있어 통사정 하고 그곳에서 편집을 끝낸 후 부랴부랴 서울로 전송했다. 기사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 때문에 적국이나 다름없는 상대 방송인 MBC까지 찾아 대통령 동정 영상을 편집 작업을 마친 A였지만 초조하게 기다리던 본사 데스크는 전화를 받고 그에게 칭찬보다 욕설부터 퍼부었다.


그날 9시 시보에 이어 나갈 ‘땡전뉴스’는 펑크 나 겨우 두 번째 기사로 채워졌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A는 “기획제작팀이 내려와 편집실을 점령하는 바람에 방법이 없었다” 고 호소했으나 그건 수긍 될 수 없는 변명이다. 5공 정권 들어 유례없는 KBS 방송 사고와 다름없는 사건이다. 사장실에 보고되고 A는 청와대 출입 교체는 물론 3개월 감봉의 문책되는 수모를 겪었다.


주말 MBC 뉴스 데스크에서 파격적 뉴스 진행을 하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일구 앵커가 2년 전 <그 뉴스>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MBC뉴스를 지향하기 위한 소망에서 제작했다”면서 ‘땡전 뉴스’에 대한 방송을 했다. “특정 앵커 창피주기함도 흥미유발 위해서도 아니다”고 강조한 그는 혹시 당시 자신이 리포트 한 게 있으면 공개하고 반성문까지 쓰려고 했지만 찾아 볼 수 없었던 에피소드까지 털어놓았다. ‘땡전 뉴스’는 KBS와 MBC가 마치 경쟁이나 하듯 열을 올리며 제작한 뉴스 프로그램으로 그날의 대통령 동정 중 하나 만이 아니고 심하면 3개 이상 방송해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관계자 이외 어느 누구도 출입이 금지된 성역화 장소가 된 ‘땡전 뉴스’ 편집실이 생긴 건 청와대 출입 카메라 기자의 실수로 빚어진 것이다. 그 일로 여러 명 줄초상 당하는 등 문책 파동을 빚었다고 실토한 P씨는 “KBS가 하니까 MBC도 따라 (‘땡전뉴스’편집실)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열변을 토하다 씁쓸한 표정의 얼굴로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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