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천재감독 하길종을 새롭게 만나다
요절한 천재감독 하길종을 새롭게 만나다
  • 유성희
  • 승인 200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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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 감독 30주기 추모전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26일, 한국영상자료원이 하길종 감독의 30주기를 맞아 마련한 추모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다’가 막을 열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영화감독 김호선, 영화평론가 변인식을 비롯해 한국영상자료원 조선희 원장, 영화배우 하재영 그리고 하 감독의 동생 하명중 감독과 부인 전채린씨, 아들 하지현(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씨가 함께 자리했다.


3월 8일까지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리게 될 이번 추모전에는 하길종 감독의 데뷔작 <화분>을 비롯해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에 이르기까지 1972년부터 1979년까지 그가 남겼던 7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또 UCLA 대학원 졸업작품이자 MGM영화사가 미 전역의 최우수생 4명에게 수여하는 메미어 그랜드상 수상으로 화제가 됐던 <병사의 제전>도 함께 공개된다. <병사의 제전>은 하명중 감독이 소장하고 있던 한 벌 뿐인 프린트로 30년 만에 처음 상영되는 것이다.


개막작 <바보들의 행진> 상영이 끝난 후 리셉션에 자리한 하명중 감독은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없었던 시대에 필름이 잘려나가는 순간에도 할말은 했던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정신이 잘 알려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고 소회를 밝혔다.


하길종 추모전은 영화 상영 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28일 <화분> 상영 후에는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진행으로 하명중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3월 4일에는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초대돼 ‘장기하와 얼굴들 <바보들의 행진>을 만나다’란 주제로 공연을 가진다.



자신의 마지막 작품 <병태와 영자>가 상영되고 있던 1979년 2월의 마지막 날, 근처 술집에서 쓰러진 하길종 감독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64년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사진예술과 미술을 공부한 후 미국UCLA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하길종과 함께 공부한 이로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있다.

귀국 후 자비를 들여 만든 첫 영화 <화분>이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고, 다음 영화 <수절> 역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에 하길종은 상업영화와 손을 잡게 되고 <바보들의 행진>으로 일약 흥행 감독이 된다. 이후 <여자를 찾습니다> <한네의 승천> <속 별들의 고향> <병태와 영자> 등을 연출한다.


하길종 감독은 영화평론가이자 교수, 번역가, 그리고 영화운동가였다. 그는 당시 국내 영화계에 누벨바그, 아메리칸 뉴시네마, 또는 잉그마르 베르히만이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구로자와 아키라나 샤티아지트 레이를 소개했다.

서강대 강사와 서울예대의 주임교수로 강의도 했으며 <엑소시스트> <뿌리> <스타워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캐리> <미지와의 만남> 등 영화 관련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하길종은 예술활동마저 통제되던 시기에 영화를 통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감독이다. 그는 또한 이장호, 김호선, 홍파, 이원세, 변인식 등과 함께 ‘영상시대’를 결성하여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신인배우 모집, 연출지망생 양성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하지만 독재 치하에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었고 좌절한 영화선구자 하길종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모든 예술행위가 그렇듯이 인간의 편에 서 있지 않는 작품은 일체가 사이비다. 정부도 그렇고 영화는 더욱 그렇다” 요절한 하길종 감독이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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