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 ③드디어 구치소에 갇히다
[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 ③드디어 구치소에 갇히다
  • 편집실
  • 승인 2012.05.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고위 공직자의 구속 90일 체험일지>를 연재하면서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일생을 공직생활에 바친 한 분야의 성공한 고위공직자가 쓴 감방 체험일지를 인터뷰365가 독점 연재합니다. 공직을 떠난 어느 날 하루아침에 검찰의 소환을 받고 구속 수사를 받아 90일간 자유를 잃어버린 필자가 그로부터 겪게 된 참담한 고통의 시간을 낱낱이 기록으로 옮긴 내용을 사실 그대로 공개합니다.
명예를 얻는 시간은 평생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순간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90일간의 구속 체험일지는 인간이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국민 교범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송해성 감독의 2006년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한 장면

【인터뷰365】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영장 판사의 구속집행 판결이 떨어졌다. 언론취재가 끝나고 구치소로 이송되었고 여러 가지 신입절차를 치렀다.


신상기록카드를 작성한 후에 수용자 번호를 부여받고서 이것을 가슴에 달고 찰칵 사진촬영을 했다. 모두들 긴장하고 범죄 상의 죽을상으로 변해 버렸다.


간이 신체검사를 마치고 샤워 후 구치소 수용복으로 갈아입고 구치소 생활에 필요한 규율과 편의사항을 교육받았다. 신입절차의 마지막으로 식기를 지급받고 내가 갇힐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밥 그릇, 국 그릇, 수저를 들고 감방으로 가는 나의 기분은 멍해지기만 했고 "아.... 이제 시작되는구나. 내가 어떡하다가 이렇게 되었나?"고 때 늦은 후회를 했다.


내가 방에 도착하였을 때는 시간이 이미 밤 11시가 넘었고 방에는 세 사람이 잠자고 있었다. 철문 열리는 소리가 나니까 모두들 일어나서 말없이 나를 맞이하면서 어느 한 사람이 남아있던 침구를 펴면서 자라고 하고는 모두들 자리에 누웠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옷만 벗고 그대로 누웠다. "취침등은 어떻게 끕니까?" 하고 물으니 그냥 두고 자란다. 이런 저런 생각에 꼬박 한숨도 못자고 몸을 뒤척이면서 날을 새웠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입자이니 우두커니 서 있었고 자기들끼리 침구를 정돈하고 빗자루로 방을 쓸고 걸레질을 하고 난 다음 바로 기상점호를 하였다. 점호 후 아침 먹을 시간까지 약간의 시간여유가 있었다. 한 사람이 "통성명이나 하자"라고 하여 나는 "나이, 이름, 고향, 직업, 주소, 구속사유"를 말했고 동료들은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런 다음 아침을 먹고 나니 "오늘부터 검찰에 조사 받으러 불려 다닐테니 잘 대처하라"고 고참인 듯한 분이 나에게 일러 주었다. 그러고나서 밥풀로 명찰을 부착시켜주고 옷소매와 바지 길이도 내 몸에 맞게 줄여 주었다.


그 후 20여 일 동안 검찰조사가 계속 되었고 그동안 방 동료들이 그 때 그 때마다 생활규율과 습관을 하나 씩 알려주었고 나머지는 눈치와 짐작으로 구치소 생활에 차츰 적응해 나갔다.

구치소의 하루일과

구치소의 하루 일과는 군대일과와 같이 개미 채 바퀴 돌듯 단순하다. 일과표는 다음과 같다.

시 간

일 과 내 용

06:00~

기상, 침구정돈, 청소

06:30~07:00

기상점호, 세면

07:00~08:30

조식, 양치질

08:30~09:00

출정과 접견나감

09:00~10:00

아침점호

10:00~12:00

오전운동(A조),휴식

12:00~14:30

중식, 양치질,휴식

14:30~15:00

오후운동(B조),휴식

17:00~17:30

오후점호

17:30~18:00

석식, 양치질, 세면, 세족

18:00~21:00

TV시청, 독서

21:00~

취침

"시간은 안 가는데 하루는 가고, 하루는 느린데 일주일은 가고, 일주일이 지겨운데 한 달은 간다"라는 느린 시간을 원망하는 말이 구치소 내에 있었다.


아침을 깨우는 노래

법과 질서는 지킬수록 편하고 아름답다. 가장 쉬운 버스 정류장의 줄서기이야말로 질서 지키기의 기초이다.


군대는 나팔소리로 단잠을 깨우지만 수용소의 기상신호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용자의 단잠을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이 기상 음악은 처음 들을 때는 가사내용과 리듬이 아주 좋았고 이 곡을 응모하느라 상당히 애를 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킬수록 기분 좋은 기본"이라는 기상노래의 가사내용은 이러하다.


"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도 않아요. 법은 우리를 도와주어요. 법은 우리를 지켜주어요. 살기 좋은 세상은 법이 살아있는 세상. 우리 모두 법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행복한 세상은 기본이 지켜지는 세상. 모든 것을 다 지켜도 기분 좋은 세상, 기본이 세워지는 기분 좋은 세상. 자 이제 시작해요 기분 좋은 기본. 우리 모두 지키세요. 기분 좋은 기본."


꽃노래도 한 두 번이었다. 구치소 수용자들의 단잠을 깨우는 이 노래도 날이 갈수록 듣기 싫어지고 짜증이 난다. 왜 이럴까? 답이 안 나온다.

점호

점호는 군대식과 비슷하며 주로 인원 숫자만 파악하며 기상점호, 아침점호, 일석점호 하루에 3번 점호를 실시한다. 점호 요령은 각 점호시간 약 5분전에 사동 주임이 "점호준비"하고 구령하면 각 수용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옷을 입고 자리에 앉아야 한다.


관구의 점호관이 사동에 도착하면 사동주임이 "동, 차렷"하고 구령 한다. 각자 앉은 채로 차렷 자세를 취하고 점호관이 해당 방 앞에 도착하면 "몇 호실 5명입니다. 또는 5명 중 1명 접견입니다"하고 방 대표가 보고하면 점호관은 인원을 확인하고 지나간다.


기상점호는 기상 후 침구를 정돈한 후 바로 이어서 06시 30분경에 실시한다. 아침 점호는 교도관 근무 교대 후 새 근무자가 9시 경에 실시하며 이때 수용자들이 출정이나 접견을 나가므로 점호 인원이 부족 할 수도 있다. 저녁 점호는 대략 오후 5시경에 실시하므로 이때는 출정이나 접견 나간 사람이 다 들어온 상태이나 가끔씩 늦어지는 수용자는 점호에 참석 못한다.

감방 구경하기

구치소의 방은 1인 독거방, 7인용과 그리고 그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는 혼거방으로 구분된다. 7인용 혼거 방 위주로 구경하기로 한다. 방의 크기는 2.17평이다.


복도 쪽에 창문이 있고 물론 유리재질이 아닌 두꺼운 비닐종류의 창이다. 창 바깥쪽에는 약 10cm간격으로 쇠창살이 붙어있다. 창문 밑에는 40-50cm 크기의 배식구가 복도 쪽으로 나 있다. 천정에는 빨래 줄이 3개가 매어져 있다. 뒤편에는 복도 쪽 창문보다 세로 길이가 긴 창문이 하나 있고 그 창을 통해 햇볕을 만나고 하늘을 볼 수가 있다. 거기에도 쇠창살이 있다. 그 창문 밑으로 책이나 서류 등을 꽂아 둘 수 있는 2단짜리 서가 겸 물품보관대가 있다. 이 위에는 이불 담요를 쌓아둔다.


방안에 50 X 60cm 정도 크기의 싱크대가 있고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 여기서 식기 세척이나 설거지를 한다. 세면장은 1.5mX1.5m 크기이며 수세식 좌변기가 있고 수도꼭지와 물통이 하나 있다. 여기에도 뒤 창문과 동일한 크기의 창문이 있다. 이 창문을 통해서 세탁물과 걸레 등을 햇볕에 건조시킨다.


좌우 벽에는 옷걸이가 하나씩 있고 두 개의 조명등이 있으며 출입문은 견고한 철제문이다. 방안에는 밥 상 하나와 채널과 볼륨을 조절할 수 없는 북한식 14인치 TV가 있고 벽 부착식 선풍기도 한 대 있다.

수용자의 방 구분

수용자들의 구속 사유는 사기, 절도, 폭력, 배임, 마약 등이 있으 나 이 들을 수용하는 방은 크게는 기결수 방과 미결수 방으로 구분하고 미결수 방은 환자 방, 장애인 방, 노인 방, 일반사범 방, 마약사범 방으로 구분하여 수용하고 있다.


기결수 방은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로 이감가기 전에 잠시 대기하는 방이다. 환자 방은 병동에 수용하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병 환자나 당뇨 환자 등을 수용한다. 장애인 방은 팔, 다리 등 신체일부가 없거나 기타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수용한다. 노인 방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수용한다. 마약사범 방은 히로뽕을 사용했거나 취급한 사람들을 수용한다. 일반사범 방은 65세 이하의 사람들을 수용한다.

혼거냐? 독거냐?

구치소에 도착할 때 처음에는 나 혼자 있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 맘대로 혼자 독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독거할 수 있는 규정을 알아보지는 못했으나 분명 관련 규정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처음에 3명이 혼거하고 있는 방에 투입되었고 매일 검찰에 계속 조사 받으러 다니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혼거의 장점을 많이 발견하였다. 방 동료들이 옷 소매길이와 바지 길이를 내 몸에 맞게 해주고, 명찰을 밥풀로 부착해 주는 가하면, 면도기도 빌려주고 먹는 은단도 준비해 주었다. 신입생인 나에게는 큰 도움과 친절을 받았다.


검찰 조사시에 해당 검사가 독거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방 동료들이 친절하고 좋아서 혼거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신문과 TV뉴스로 검찰 소환을 앞둔 공직자의 자살소식을 접하였으며 처음에는 나도 그러한 극단적 생각까지도 했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여럿이 같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마음 다스릴 수 있는 것 같아 계속 혼거를 하였다. 우리 동에도 혼자 독거하고 있는 사람을 보니 너무나 외롭고 여러가지가 불편할 것 같았다.

명찰 부착

수용자는 각자 수용번호와 수용하고 있는 동과 방 호실을 윗저고리에 가슴 쪽에 부착하게 되어있다.


각자의 수용번호는 왼쪽 가슴에, 수용 동과 방 번호는 오른쪽에 각각 부착해야 한다. 명찰은 수용자들의 구속 사유에 따라 일반사범은 흰색, 마약범은 청색, 강력범은 노란색, 사형수, 무기수는 적색으로 구분 부착하여 부착한다. 수용자 번호를 처음 부여받고 이 번호판을 들고 사진을 촬영할 때가 마음이 제일 착잡했었다.

옷과 신발

수용자의 복장은 군복과 비슷한 색깔의 수용복을 하절기와 동절기로 구분하여 각각 한 벌씩 지급한다.


미결수는 국방색, 기결수는 청색으로 구분한다. 환자복은 일반 사회병원의 환자복과 모양과 색상이 비슷하다. 동절기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환자, 장애인들에게 동내의와 등조끼 한 벌씩을 보급한다. 출정이나 접견(면회)시에는 조금 말쑥하게 입어야 가족들이 걱정을 덜 한다고 하여 별도로 구매한 하늘색의 옷을 입는다. 말하자면 출정복이나 면회복인 셈이다.


바지에는 주머니가 없고 허리띠도 자살방지를 위해 할 수가 없도록 돼 있으며 고무줄로 허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가 있다. 상의는 하복에는 주머니가 없으나 동복은 허리부분 양쪽에 주머니가 있다. 신발은 고무신만 지급하고 있으나 거의 신지 않고 흰색 운동화를 구매하여 출정 시, 면회 시, 운동할 때 신는다.

따뜻한 이불 담요

관급으로 지급되는 담요가 있으나 대부분 가족이 밖에서 구매하여 넣어준 것을 3장 이내로 사용한다. 가끔 출소한 사람이 사용하던 것을 물려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겨울철이 되니까 화섬 솜털로 된 이불 한 장씩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보급해 주었다. 한사람이 3장씩 보유할 수가 있고 보통 가을까지는 2장을 4겹으로 접어서 깔면 메트리스 같이 푹신하며 남은 1장을 덮는다. 겨울철에는 방바닥에 불이 들어와서 따뜻하므로 1장만 4겹으로 접어서 깔고 2장을 덮는다. 내가 있을 때가 12월 중순인데도 잠잘 때 추운 줄은 몰랐다. 담요세탁은 봄에 한 번씩 유료로 외주 세탁을 한다.

잠자리

2.17평의 좁은 공간에서의 잠자리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여기에도 생활의 지혜가 번뜩인다.


최대 수용인원이 7명까지이므로 어떤 경우는 칼잠을 자야 할 경우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5명까지만 동거해 보았는데 잠자리가 제일 불편하였다. 모두가 자기의 재판관계로 신경이 날카로운 데 잠이 올 리가 없고 개중에는 잠이 일찍 들어서 코를 고는 사람이 있어 이 코골이가 잠자리에서 제일 큰 문제이다. 누구나 다 코를 골기 때문에 코골이로 신경 쓰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는 방도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한 방향으로 두지 않고, 엇갈리게 두고 자면 머리 쪽 잠자리 공간도 넓어지고 코골이에 대한 신경도 덜 쓰인다.


취침등은 없고 2개의 조명등을 24시간 켜 놓아야 한다. 1개는 끌 수가 있다. 따라서 사고방지를 위해 불을 훤히 켜놓고 취침해야 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다.

보조인력 활용

구치소에는 감시하고 통제되어야 할 수용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 많은 인력을 유급으로 채용한다면 예산을 감당 못할 것이다. 따라서 수용자 중에서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을 뽑아서 각 분야에 할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용소 내에서는 규율이 정하는 바대로 생활 시설물이 갖추어져 있지만 수명주기가 도래하거나 사용자의 부주의로 망가지거나 고장 날 수가 있다. 특히 전기장치, TV고장, 세면장 하수구 막힘, 문짝 고장 등이 자주 발생하는 데 이를 수리하는 기술자는 감독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기결수 수용자들이다.


이발사, 요리사, 원예사, 세탁하는 사람 등, 이 분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봉사를 하고 이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 받는다. 또한, 동마다 봉사원을 2명씩 두고 식사배급, 동청소, 목욕시설 관리, 구매품과 영치품 보급, 법원관련 행정지원 등 온갖 잡일을 수용자들을 위해 이들이 봉사한다.<계속>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interview365.com

편집실
편집실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