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잡지 <어깨동무>의 창간호
어린이잡지 <어깨동무>의 창간호
  • 김두호
  • 승인 2007.11.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과 희망이 있던 순수의 시대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필자가 1975년 서울신문사 기자로 입사하기전인 1970년대 초, 육영수여사가 창간한 <어깨동무>라는 월간 아동지에서 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다. 육영수여사는 어린이들의 사회교육시설이 없었던 당시 서울 남산 중턱에 육영재단 어린이회관(현재 서울시교육연구원 건물)을 설립하고 그 안에 <어깨동무>편집실도 만들었다. 어깨동무사는 어린이회관보다 먼저 창립됐지만 육영재단이 설립되면서 어린이회관과 합류했다. 육여사는 때때로 직접 취재지시도 내렸고, 편집자가 매월 청와대로 가서 표지인물의 최종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어깨동무>기자가 사회생활의 시작이었지만 30년 기자생활을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보람 있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우선 하는 일이 모두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와 지식을 찾는 작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대 동심의 세계는 새벽 샘물처럼 청량하고 아침 안개처럼 꿈과 신비가 피어올랐다. 극히 일부 계층을 제외하면 농어촌 어린이 모두가 읽을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산업국가로 들어서기 전 농경사회에서 자연을 접하며 성장했던 우리 어린이들은 지금처럼 어른과 논쟁하는 되바라진 아이들도 없는 어린이다운 어린이만의 세상에서 살았다.

TV가 등장하면서 어린이와 성인문화의 벽이 무너지고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답던 동심의 세계가 사라졌다. 초등학생이 문학전집을 읽고 어른과 게임을 함께하며, 인터넷에서 어른과 정보를 함께 뒤지는 시대이니 아동문학 같은 장르도 추억으로 잠겨버렸다. 지식과 정보문화의 발전 속도에 맞게 어린이 문화도 몇 단계 성장하고 선진 과학화되었다고 보면 그것이 불행한 현상은 아니지만 기억속의 옛날 어린이 문화는 지금과는 너무나 달랐다.


<어깨동무>는 섬마을이나 전깃불도 없는 산골 어린이들까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창간했지만 중앙일보에서 발행한 <소년중앙>, 또 다른 소년잡지 <새소년>과 함께 전국 어린이들을 독자로 한 정기 간행물로 한동안 엄청난 발행부수를 유지했다.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는 아동문학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고,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내는 만화가들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우상으로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


번창하던 어린이 잡지는 1980년대 컬러 TV시대에 접어들면서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해 컴퓨터의 실용화와 함께 시대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어깨동무>는 이제 중년을 넘어 선 사람들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서나 빛바랜 동심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기사의견및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