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현찬의 그때 그칼럼] 청소년 영화모방범죄 가정이 막아야 한다-내일이면 늦으리
[호현찬의 그때 그칼럼] 청소년 영화모방범죄 가정이 막아야 한다-내일이면 늦으리
  • 호현찬
  • 승인 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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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현찬의 그때 그 칼럼>을 연재하며

호현찬 원로 영화평론가는 전문화 된 영화저널리즘과 영화평단의 1세대입니다. 여기에 그의 특별한 이력에는 영화 기획 및 제작, 영화행정 분야에서 활동한 업적들이 추가됩니다. 인터뷰365는 호현찬 평론가가 1960∼1990년대에 발표한 명칼럼을 모아 독점 연재합니다.

호현찬 평론가는 서울신문과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영화기획 및 제작자로 전업해 <갯마을> <만추> <사격장의 아이들> <창공에 산다> < 아낌없이 주련다> 등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40여 편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또 영화진흥공사 사장, 영상자료원 초대이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영화심의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은관문화훈장을 수여받은 공로영화인이며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입니다. 그는 다양한 영화 경륜과 해박한 지식, 쉽고 호소력 있는 문장력으로 명칼럼니스트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편집자주>

【인터뷰365 호현찬】촬영기 앞에서 배우가 동작을 시작하라는 감독의 신호가 “액션!”이다. 여기서 액션이란 연기를 의미한다. 영화에 있어서 배우의 움직임은 관객의 의식을 늘 이곳(영화의 한 장면)에 유도하는 것이다. 액션의 의미가 확대돼 격한 동작, 치고 받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지경까지 간다. 액션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 때부터 액션장면은 관객의 호기심과 재미를 끌었다. 미국영화의 단골 메뉴인 서부극은 미국영화의 번성을 가져오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한 고전적인 서부극이 피비린내나는 살상장면으로 둔갑하게 된다. <솔저블루>라는 서부극이 전기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서부극에서는 무고한 인디언들을 파리 죽이듯이 쏘아 눕혔다. 그리고 총 겨루기는 누가 먼저 죽이느냐가 묘미였다. 그래도 고전적인 서부극에는 게임의 법칙 같은 것이 있어 사람을 등 뒤에서 쏘지 않았고 노약자가 사이에 끼면 결투를 중단한다는 등의 불문율 같은 것이 있었다.


금주령이 발동되던 시대 시카고 거리를 살벌하게 누비고 다닌 알카포네의 갱단들이 등장하는 갱영화가 한창 나돌던 시절부터 스크린에는 폭력장면이 농후하게 나타났다. 마피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폭력 장면은 늘어났고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변종 액션 서부극은 서부극을 더욱 폭력분위기로 바꿨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검열제도는 차츰 차츰 마지노선이 허물어진다. 요즘 영화의 세계적인 특성은 성(性)과 바이올런스(폭력), 명화는 관객의 기호를 더욱 자극하면서 다투어 ‘신병기’를 내놓게 되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애국심과 용기를 북돋운다는 미명 아래 쏟아져 나온 전쟁영화도 사람들의 폭력에 대한 불감증을 정당화 시켰다. 세상이 점점 폭력화되어 영화가 폭력화된 건지, 영화의 폭력성이 사람들에게 폭력성을 유발했는지 알 수 없어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심리학자의 분석도 나왔다.


액션도 가시화 된 일종의 인간의 행위, 인간의 한 몸짓인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에 그려진 폭력적 정경의 의미는 갈등과 대립의 한 단면이면서 동시에 갈등과 대립, 전체의 비유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는 영화적 드라마에 있어서 본질적인 속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에는 착한 사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악한 자, 범죄자도 많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폭력은 때론 필요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이 때리고 찌르고 쏘는 행위란 넌센스며, 비유적인 것이고 허구적이라는 점이다.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백일몽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어느 정도 폭력적인 묘사는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생이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에 이러한 폭력장면이 어떻게 투영되느냐 하는 점이다. 감수성이 어린 청소년들이 그러한 폭력장면에 자극을 받고 모방심리와 충동성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면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전국의 중고교 청소년들 속에 폭력서클이 1천개 이상이 되고 60여만명이 피해를 보고 갈취를 당한 돈이 17억원이나 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혹시 이러한 지경에 이르는데 폭력비디오 장면이 조금이라도 유발요인이 됐다면 더욱 걱정스럽다.


폭력비디오 앞에 무방비한 청소년들을 격려하고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정이 앞장서야하는데….괴외공부에는 열심인 우리네 부모들이 심각해져 염려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내일이면 늦으리>라는 영화제목이 있었지만 이런 문제를 등한시한다면 정말 내일이면 늦으리가 될 것이다. <199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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