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잠시일 뿐 벌써 여름이 들다
봄은 잠시일 뿐 벌써 여름이 들다
  • 김철
  • 승인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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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집 앞의 전봇대에 걸린 두 개의 커다란 확성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오랜만에 산촌의 정적을 깬다. “동민 여러분 입하를 맞이해 주말에 송어횟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자 하오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을 노인회 주관으로 회식을 하는 모양이다. 코멘트 중에서 입하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나도 모르게 벌써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놀랐다. 피부로 느끼는 기후와 눈으로 즐기는 집안에 피는 꽃들은 여전히 완연한 봄을 누리건만 세월이 이다지도 빠른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시점에서 산촌의 연로한 농부들이 하는 일이란 정성스레 가꾼 고추나 가지 토마토 상추 호박 고구마 같은 모종을 심고 모판을 만드는 것이 전부다. 한 포기 한 포기 힘들게 가꾸는 모습을 노상 보고 직접 농사일을 해 보면 상추 이파리 하나마저 함부로 버릴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절로 체감하게 된다. 그러나 농사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힘든 과정을 실감할 줄 모를 수밖에 없다. 대처에 사는 자녀들에게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 택배로 보내 보았자 냉장고 속에서 한참 지나면 돈 주고 버려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넉넉할 때의 오만은 부족해 봐야 알게 되고 추운 시절의 어려움은 따스한 시절이 와야 깨닫게 되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금은 송춘영하(送春迎夏)이다. 봄은 봄이고 여름은 여름이니 계절이 바뀐다 해도 섭섭지 않게 보내고 즐겁게 맞이해야 기가 죽지 않는다. 얼치기 농사꾼으로 가꾼 집안의 텃밭에서 자라는 봄배추랑 다른 농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시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기분이 묘하다. 주말에는 먼 데서 손님이 오신다면 어이 반갑지 않으리.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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