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꽃이 화려하게 차지한 진달래꽃의 빈자리
철쭉꽃이 화려하게 차지한 진달래꽃의 빈자리
  • 김철
  • 승인 201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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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며칠 전만 해도 볼 수 있던 진달래꽃이 어느새 모습을 감추는가 싶더니 그 빈자리를 철쭉꽃이 대신한다. 진달래가 우리네와 친근한 소박한 꽃이라면 철쭉꽃은 한결 화려한 모습이다. 꽃은 만개했을 동안에는 제왕적인 지위를 누리지만 시들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볼품없는 추한 처지로 전락한다. 모든 꽃이 다 그러하다. 꽃의 세계에서는 우월적 지위가 언제까지나 담보되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잠시이므로 그 자리를 이내 다른 꽃에게 내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꽃이든 내가 최고라는 식의 자만이나 교만이 꽃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집단사회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 가운데는 한결 돋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또 준 것 없이 미운털이 박힌 비호감형도 있고 두루 신임을 받는 호감형도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는 부류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비타협적인 유형이 없지 않다. 그나마 우수한 자질에 탁월한 실적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객관적으로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 앞서 가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대체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명성을 얻은 사람일수록 본인의 전문성과는 아랑곳없이 자기가 나서면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증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어느 특정인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고 구성원 전체의 힘에서 나온다. 잘 나가는 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시스템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자천타천의 잠룡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가운데는 정치적으로 이미 검증된 이들도 있고 아리송한 이들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통령 병 환자들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 국민 누구에게나 피선거권이 있는 이상 일정한 자격을 갖췄다면 대선에 나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의 적임자라고 자부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그 길로 초라하게 명성을 잃은 안타까운 경우도 여러 번 보아왔다.

설사 대권을 거머쥐었다 한들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보게 되는 대통령의 말로는 하나같이 비참하다. 먹을 수 있는 진달래꽃을 다른 말로 참꽃이라 하고 먹을 수 없는 철쭉꽃을 개꽃으로 부른다. 참꽃이든 개꽃이든 꽃은 꽃이다. 우리 사회는 옛날과 달리 굶어 죽는 절대 빈곤층이 없다. 먹는 꽃이든 아니든 오늘날의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서민적인 정감을 느끼게 하는 참꽃의 빈자리가 아쉬워도 개꽃은 그 나름대로 우아한 모습으로 참꽃을 대신한다. 모든 꽃은 제 혼자만 최고라고 버티지 않는다. 곧 시들 것을 알고 자기가 없어도 다른 꽃이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알기 때문이 아닐까.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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