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아래층 남자 위층 여자 (10)
‘타이타닉’ 아래층 남자 위층 여자 (10)
  • 김다인
  • 승인 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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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식사자리에서 한발 먼저 물러나온 잭은 다시 로즈를 만나 이번에는 3등 객실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떠들고 웃고 먹고 음악이 흐르는 자리다. 로즈는 잭과 함께 탭댄스를 추는 등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술기가 오른 로즈가 발레리나가 발끝으로 서는 것을 양말만 신은 채로 해보인다. 잠시 발끝으로 서다가 이내 무너진다.


생각포인트

=발끝의 안간힘, 귀족 계급 편입 포기

이 장면에서 주목할 것은 로즈의 발레리나 포즈다. 아버지의 성만 남은 몰락한 가문의 로즈가 신흥귀족인 칼의 세계에 편입하려는 것은 토슈즈를 신지 않고 발레를 하는 것과 같다. 잠시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오래 서 있을 수는 없다. 외견상 3등 선실에 머무는 잭과 1등 선실에 머무는 로즈가 무척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로즈는 토슈즈 없는 발레리나처럼 1등 객실에 위험하게 편입되어 있다. 로즈가 발끝으로 서는 것을 포기하고 발바닥으로 내려서는 것은 로즈의 마음이 이미 칼을 떠나 잭에게로, 위선적인 귀족사회에서 인간적인 서민사회로 가겠다는 의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드가의 발레리나 그림이 물속으로 떠내려가는 것과 여기서 로즈가 발레를 하다가 포기하는 것을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


## 뱃머리의 듀오

어머니의 말에 자극받아 잭을 멀리 하려던 로즈는 그러나 결국 잭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뱃머리에 서서 자유의 바람을 맞는다. 그리고 긴 입맞춤으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현실의 로즈 “그게 타이타닉의 마지막 낮 항해였어.”

팀장 브록 “아직 침몰까지는 6시간 남았어.”


tip

=실제 모형의 힘

잭과 로즈가 뱃머리 난간 위에 올라서서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탁 트인 대양과 하늘, 그리고 전속 전진하는 배의 속도감과 즐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어서 카메라가 하늘로 끌어올려지며 타이타닉호의 끝까지 갑판을 한달음에 훑어 내려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이것은 실물 크기의 90%인 타이타닉 세트를 지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촬영 장면이다.




## 로즈, 앵그르의 포즈를 취하다

로즈의 선실. 잭은 모네의 그림을 알아보고 감탄한다. 금고를 열어 다이아몬드 ‘대양의 심장’을 보여주는 로즈.

로즈 “날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이것만 걸게요.”

곧이어 가운만 걸치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고 나온 로즈. 잭은 스케치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 소파에 누운 로즈에게 이리저리 자세를 취하게 하는 잭. 드디어 화폭에 로즈의 나신을 옮긴다. 스케치한 위로 가슴의 선을 퍼지도록 문지르는 잭.


로즈 “왜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죠? 모네도 얼굴이 붉어졌을까요?”


잭의 대답 대신 화면은 현실로 돌아온다. 조금 전 “아직 6시간이나 남았군”하며 로즈의 이야기에 시큰둥하던 팀원들의 모습은 간데없고 눈을 반짝이며 로즈의 애기를 듣고 있다. 탐사팀원은 어느새 관객과 동일화되어 있는 것이다.


탐사팀원 “그래서 어떻게 됐죠?”

로즈 “우리가 그랬냐구?... 실망시켜 안됐지만... 잭은 프로였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랬냐구?”에 해당되는 부분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프로’인 잭은 로즈의 누드화를 다 그리고 ‘1912년 4월 14일’이라 적어 넣는다. 이제 영화가 타이타닉의 침몰을 향해 전속력으로 나아간다는 암시다.


tip

=잭의 손은 카메론 손

로즈의 누드를 스케치하고 있는 손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손이 아니라 감독인 카메론의 것이다. 로즈 누드화 외에도 영화 초반 갑판에서 잭이 그리는 스케치, 잭의 스케치북에 있던 그림 등도 모두 카메론 감독이 직접 그린 것이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스터디 <왕의 남자>에 이어 이번에는 <타이타닉>을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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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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