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겨울을 위해 햇살 모으는 들쥐 시인 ‘프레드릭’
[어른들을 위한 동화] 겨울을 위해 햇살 모으는 들쥐 시인 ‘프레드릭’
  • 이 달
  • 승인 200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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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주어진 역할이 있다 / 이 달





[인터뷰365 이 달] 소들이 풀을 뜯고 말들이 뛰노는 풀밭을 따라

오래된 돌담이 죽 둘러져 있었습니다.



돌담에는 수다쟁이 들쥐가족의 보금자리가 있었지요.


작은 들쥐들은 옥수수와 나무 열매와 밀과 짚을 모았습니다.

들쥐들은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어요.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 말이지요.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프레드릭이 대답했습니다.



들쥐들은 동그마니 앉아 풀밭을 내려보고 있는 프레드릭을 보았습니다.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프레드릭은 짤막하게 대답했어요.



조는 듯이 앉아있는 프레드릭을 보고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프레드릭, 너 꿈꾸고 있지?’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기거리가 동이 나잖아.’



겨울이 되었습니다.

첫눈이 내리자 작은 들쥐 다섯 마리는 돌담 틈새의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먹이가 넉넉했습니다.

들쥐들은 바보 같은 늑대와 어리석은 고양이 얘기를 하며 지냈습니다.

들쥐들은 행복했지요.



그러나 나무 열매며 곡식 낟알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짚도 다 떨어져 버리고 옥수수 역시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버렸지요.

돌담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습니다.

들쥐들은 아무도 재잘대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들쥐들은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은다던 프레드릭의 말이 생각났어요.

‘프레드릭,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프레드릭은 커다란 돌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줄게. 찬란한 금빛이 느껴지지 않니...’

프레드릭이 햇살을 이야기하자 작은 들쥐들은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프레드릭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요?

마법 때문이었을까요?



‘색깔은 어떻게 됐어 프레드릭?’

들쥐들이 조바심을 내며 물었습니다.

‘다시 눈을 감아봐.’

프레드릭은 파란 덩굴꽃과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꽃, 초록빛 딸기 덤불을 들려주었습니다.

들쥐들은 마음 속에 그려지는 색깔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어요.

‘프레드릭, 이야기는?’



프레드릭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잠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이라도 하듯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눈송이는 누가 뿌릴까? 얼음은 누가 녹일까?

궂은 날씨는 누가 가져올까? 맑은 날씨는 누가 가져올까?

유월의 네잎 클로버는 누가 피워내는 걸까?

날을 저물게 하는 건 누구일까? 달빛을 밝히는 건 누구일까?


하늘에 사는 들쥐 네 마리

너희들과 나 같은 들쥐 네 마리

봄쥐는 소나기를 몰고 온다네

여름쥐는 온갖 꽃에 색칠을 하지

가을쥐는 열매와 밀을 가져온다네

겨울쥐는 오들오들 작은 몸을 웅크리지


계절이 넷이니 얼마나 좋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사계절.

프레드릭이 이야기를 마치자 들쥐들은 박수를 치며 감탄했어요.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프레드릭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하고 수줍게 말했습니다.

‘나도 알아.’


*


계절이 넷이니 얼마나 좋아!

멋쟁이 프레드릭!


‘프레드릭’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될 때는 ‘잠잠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는데

시공주니어로 판권이 넘어가면서 ‘프레드릭’이라는 원제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들쥐시인을 잠잠이라고 부른다.


잠잠이를 탄생시킨 레오 리오니는 네덜란드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사회주의 사상이 강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 레오 리오니의 작품들은 평등과 주체성 협동심 등을 담고 있지만

대부분 주인공들은 잠잠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들이고

이야기가 우화형식이어서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교육용 그림책이 되기도 한다.

그의 다른 작품 ‘으뜸헤엄이’나 ‘태엽장난감 쥐 윌리’ 등도 사랑받는 그림책이다.

간결하고 강한 메시지와 사랑스러운 그림스타일 때문에 레오 리오니를 좋아한다.


친구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데 잠잠이는 혼자 땡땡이를 친다.

늘상 한 귀퉁이에 앉아 조을고 있는 잠잠이를 보라! 얼마나 뻔뻔한지...

그러나 친구들은 잠잠이를 욕하지 않는다. 그저, 뭐하고 있니? 하고 물어 볼 뿐이다.

자기들이 힘들여 수확한 먹이를 나눠 먹으면서도 왕따 시키지 않는 저들의 자애심은 존경스럽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역할이 있으며, 그 모든 역할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작은 들쥐 네 마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은다며 게으름 피우는 잠잠이 또한 얼마나 당당한가!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동무들에게 나눠 받으며 자존심 상하지도 않으며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있다.

한 마디로 자신감과 대범함을 갖춘 들쥐인 것이다.

더구나 시인이며 마법사이기도 하다.


온통 잿빛으로 추운 겨울을 위하여

당신은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얼마나 모아 두셨는가.

봄날의 꽃들과 여름의 소나기에게 들려 줄 겨울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가.

일상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감싸줄 ‘먹이’가 아닌 다른 ‘그 무엇’을 찾아서 비축하고 있는지...

사랑스러운 들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번 점검해본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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