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우성] 친지들의 눈물 속에 49재를 치른 고 최진실 씨의 연예계 데뷔 사진이 최초로 공개됐다. ‘브라보콘’ CF등 1천 여 영상물을 제작ㆍ감독한 바 있는 광운대 정보통신대학원 박경삼 교수는 지난 18일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화장품 신제품이었던 ‘센시티브’ CF가 최진실의 연예계 데뷔작”이라고 밝히며 당시 사진들을 공개했다.
보조출연자였던 그녀가 한국화장품 전속모델이던 톱스타 김희애와 하루아침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당시 CF감독이었던 박 교수는 부산 해운대 촬영장에서 한 소녀를 유심히 관찰한다. 직감적으로 그녀가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딘지 자신 없는 표정으로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 후 박 교수는 출연을 설득하러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무척 어렵게 살고 있었다고.
그러던 어느 날, 화장품CF를 연출하게 된 박 교수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전과 달리 밝은 목소리의 그녀였다. 촬영을 불과 하루 앞 둔 시점이었으나 박 교수는 어떻게든 그녀를 출연시킬 요량으로 촬영장으로 불러들였다. 회사 측과 미리 상의된 콘티 원안은 김희애가 단독으로 부각되는 내용이었다. 그대로 끝낼 수 없었던 박 교수는 원안의 촬영을 마치고 곧이어 즉흥적인 현장콘티 B안을 만들어 최진실을 김희애와 공동으로 출연시켜 촬영을 마쳤다.
그리하여 ‘센시티브’ CF는 A안과 B안의 두 작품으로 편집되어 한국화장품 관계자들에게 보여졌다. 모두들 메인CF인 원안보다 최진실이 공동으로 출연한 B안을 보며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의 분위기에 정신을 잃었다. 화장품CF의 메인모델이 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었다. 우연히 발탁된 화장품CF가 전파를 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박 교수의 전언.
화장품회사 측에서도 그녀를 전속으로 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을 때였다, 제일기획의 제작팀에 있는 후배가 연락이 왔다. “감독님 한국화장품에 나오는 신인모델 소개 좀 해주시죠.” 나는 그녀를 후배에게 추천해 주었다. 며칠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감독님 저, 저,, 삼성전자에 전속 됐어요. 감독님, 정말 감사해요.” 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멘트를 날리며 신데렐라로 등극하게 된 순간이었다. 동생인 최진영 씨가 방송에 출연해 ‘누나는 최고의 화장품 모델이었던 박영선 씨의 100m 뒤에서 풀장에 다이빙하는 역할로 데뷔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얼굴조차 식별하기 힘든 보조출연 장면이었음을 감안할 때 실제적인 연예계 데뷔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센시티브’ CF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고인의 생일인 12월 24일에 팬들의 주관으로 추모비가 건립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머지않아 장학재단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그녀의 마지막은 비극적이었을지언정, ‘대배우의 20년 연기생활마저 빛이 바래서는 안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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