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환관 김처선의 최후 (16)
‘왕의 남자’ 환관 김처선의 최후 (16)
  • 김다인
  • 승인 200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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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16 반정을 논하다


[인터뷰365 김다인] 연산군을 측근에서 모시던 환관 김처선은 보다 못해 연산군에게 직언을 고하다가 궁 밖으로 내쳐진다. 그에게 연산에 의해 쫓겨난 중신 성희안이 찾아와 거사를 함께 하자고 청한다.


성희안 : “저희와 함께 네 번째 왕을 모십시다.”

김처선 : “저한테는 세 분을 모신 것도 과합니다.”

성희안 : “천심을 저버린 왕을 모시겠습니까?”

김처선 : “어찌 제가 천심을 알겠습니까?”

성희안 : “광대를 끌어들인 것은 누구의 뜻이었습니까?”

김처선 : “광대를 끌어들인 데 무슨 뜻이 있었겠습니까.

광대는 그저 광대일 뿐이지요.”


tip

=중종반정을 예고하는 이 장면은 100퍼센트 픽션이다. 반정은 2년 후에나 일어나게 되고 실제 역사 속에서 성희안이 거사를 제의했던 것은 연산군의 장인인 신수근이었다. 신수근이 반대함에 따라 거사계획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성희안 등은 곧바로 반정을 일으켰다.



=처선의 최후

영화 속에서 환관 처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대패를 궁으로 불러들이는 계기를 만들고 “왕은 가지고 놀면서 중신은 왜 가지고 안노나”며 중신들의 부패상을 놀이의 내용으로 만들게 한다. 후반부에는 연산군이 생모인 폐비 윤씨를 떠올리게 하는 놀이판을 벌이게 한다. 영화 후반부 결국 연산군에게 직언하다 궁에서 쫓겨난 후 성희안의 반정 제의를 거부하고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실제 역사 속의 김처선(?-1505)은 태어난 해를 알 수 없으나 연산군까지 3명의 임금을 섬겼으며 벼슬은 종2품 상선이었다. 연산군이 궁 안에서 갖은 음란한 향연을 벌이자 이를 말리다가 크게 노한 연산에 의해 다리와 혀를 잘려 참살 당했다. 그 후 연산군은 처선의 이름자에 들어간 ‘처’자를 쓰지 못하게 하여 ‘처용무’를 ‘풍두무’라 고쳐 쓰게까지 했고 그의 부모 무덤까지 헐어버리게 했다는 설이 있다.


생각포인트

=처선이 광대를 궁에 끌어들인 것은 미필적고의 일까?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는 법률용어로, ‘확실하지는 않으나 자기 행위로 인해 어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알고서도 그 일을 하는 심리’를 뜻한다. 좀 쉽게 풀자면, 차를 몰고 가다가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멈추지 않으면 그 사람이 치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차를 세우지 않아 그 사람을 죽게 했다면, 그것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된다. 만약 횡단하는 사람이 죽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차를 계속 몰았다면 그것은 과실에 의한 사망 곧 ‘과실치사’다. 앞의 경우가 뒤의 경우보다 훨씬 벌이 무거울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처선이 궁 안으로 광대패를 끌어들인 것은 미필적고의 일까 과실일까. 처선이 광대패를 의금부로 넘긴 것은 벌을 줄 요량이었다. 하지만 왕을 웃겨 보겠다는 장생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결국 궁 안에 부는 피바람의 동기부여를 하게 한다. 위의 대사 중에 성희안이 “광대를 끌어들인 것은 누구의 뜻이었습니까”라고 묻자 처선은 “무슨 뜻이 있었겠습니까?”라고 맞받는다. 처선이 저잣거리에서 광대들이 연산과 녹수를 조롱하는 것을 보고도 그대로 살려 그 내용 그대로 왕 앞에서 공연하게 한 것은 미필적고의 일까 아닐까.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처선은 장생에게 ‘중신을 가지고 놀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때부터는 처선이 ‘확정적고의’(確定的故意), 즉 ‘어떤 일을 하면 틀림없이 어떤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고의성은 폐비 윤씨를 연상케하는 내용의 중국 책을 장생에게 전해주면서 더욱 확실해진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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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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