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눈 먼 소녀가 듣는 비의 꿈-‘비 오는 날’
[어른들을 위한 동화] 눈 먼 소녀가 듣는 비의 꿈-‘비 오는 날’
  • 이 달
  • 승인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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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펜터치로 그린 비 / 이달



[인터뷰365 이달] 비 오는 날




밖에 비가 오고 있나 봐

빗소리가 들리잖아



빗방울이 유리창을 탁탁 두드리고



지붕 위로도 투두둑 툭툭 떨어져



온마을에 비가 내리고 있어



빗방울은 단숨에 지붕에서 처마 밑으로 굴러 떨어져, 홈통으로 쏴아 흘러나오지



빗줄기는 길바닥을 따라 흘러가



내일은 내 작은 배를 띄울 수 있을 거야



비가 와! 온 들판에 비가 와



언덕 위에도, 풀밭 위에도



연못에도



쉿 개구리야! 그만 울고 물 속에 들어가 저 빗소리 들어 보렴



빗줄기가 장대같이 퍼붓고



냇물도 쉴새없이 흘러내리는구나



개울은 언덕을 굽이돌아 시내로 흘러들고, 쏜살같이 강을 지나 바다에 이르지



파도가 넘실 굽이치며, 힘차게 밀려 가, 철썩 세차게 물결치고

미친듯이 콰르릉대며 솟구쳐오르지



바닷물이 부풀어올라 하늘에 녹아드네



비가 와. 내일은 새싹이 돋을 거야



새들은 거리에서 몸을 씻겠지



우리는 맨발로 물웅덩이를 뛰어다니고 따스한 진흙탕에 발자국도 찍을 테야



난 물웅덩이 속의 조각 하늘을 뛰어넘을 테야


온 마을에 비가 내려

창가에선 화초가 움트고 있을 거야

난 그걸 알 수 있어



비 내리는 날. 아이는 집 안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어둡고 스산한 거리를 잔뜩 움추린 사람들이 뛰어 간다.

날카롭고 차가운 펜터치로 그려진 유리 슐레비츠의 비오는 날 풍경은 을씨년스럽지만 소녀가 상상하는 비 내리는 세상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내리는 비는 사실, 눈으로 보는 것 보다 가슴으로 듣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

집 안 좁은 마당에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종이배를 띄우는 것이, 비온 후에 기대하는 유일한 놀이였을 소녀는

비에 젖은 세상을 빙 둘러보고 흘러가는 빗물을 따라 바다까지 가보고 싶다.

하지만


다만 소녀가 바라는 것은 진흙탕에 발 적시며 친구들과 장난하는 것

물웅덩이 속의 조각 하늘을 뛰어 넘어 보는 것.

소녀는 앞을 보지 못한다.

유리창을 탁탁 두드리는 빗소리로 비 오는 걸 알아내는. 창가의 화초가 움트고 있음을 기대하는

소녀의 창가에도 비가 내린다.


그림이 썩 따뜻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아서, 훌륭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한편의 그림책만으로도 유리 슐레비츠는 충분히 자신의 몫을 수행한 훌륭한 그림책 작가이다.

유리 슐레비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새벽'이라는 작품보다

이 '비 오는 날'이 훨씬 더 좋은 것은, 물론 취향의 문제이다.


늦은 밤. 나의 창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이다.

내일은 내일은 물웅덩이 속의 조각 하늘을 뛰어 넘을 수 있겠지.


유리 슐레비츠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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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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