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인생은 짧아도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죽어도 죽은 몸이 아니다.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이 남긴 시는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그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월에는 그가 살아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어쩌다 시인묵객들이나 찾던 그의 묘소는 몰라보게 명소로 바뀌었다. 그 당시는 물어물어 묘소를 찾아야 했다. 잡초로 우거진 그의 묘소 가는 길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나 알고 있을 뿐 제대로 난 길도 없을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은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치고 막걸리를 준비했다. 말만 잘 하면 공짜로 막걸리를 마실 수도 있었다. 방방곡곡을 주유하며 문전걸식을 일삼던 김삿갓을 동경하는 소박한 주민들의 후한 인심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흘러간 노래는 거의가 한 편의 시다. 김문응이 작사한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는 지금도 노래방의 애창곡 가운데 하나이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영월에 가 김삿갓의 묘소를 답사하고 취기가 오르면 적어도 이 노래 한 곡쯤은 불러야 정취가 우러난다. 김삿갓이 아직도 시와 노래를 통해 우리들 곁에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실감케 하는 명곡이다.
김삿갓이 왜 죽장에 삿갓 쓰고 삼천리를 유랑하며 문전걸식을 하다 일생을 마감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기에 굳이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가 남긴 수많은 풍자 해학 시 가운데는 한시의 정통규범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시가 많은데 그 중에 이십수하(二十樹下)로 시작되는 시는 대표적인 시가 아닌가 싶다. 흔히 “스무 나무 아래서”라고 하나 “이 쓰발 나무 아래서”라고 음역하는 것이 맞다.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이쓰발(二十) 나무 아래서 서러운(三十) 나그네가
망할(四十) 놈 집의 쉰(五十) 밥을 먹는구나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七十) 일이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 설은(三十) 밥을 먹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이 시는 우리말을 한시의 격을 빌려 희화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언문풍월(諺文風月)’의 시로 二十은 이X, 三十은 서러운 또는 설은, 四十은 망할, 五十은 쉰, 七十은 이런 등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1863년 3월 29일, 57세를 일기로 전라도 동북 땅 적벽강 배 위에서 세상을 등진 그의 시신은 3년이 지나 아들이 거두어 영월군 하동면 노루목에 모셨다. 영월에는 볼 것이 많지만 김삿갓의 묘소를 답사해야 제대로 여행한 기분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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