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이여, 밀라노행 급행 열차를 타라!
베컴이여, 밀라노행 급행 열차를 타라!
  • 이근형
  • 승인 200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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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변방 미국 무대는 너무 좁다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그 누가 데이비드 베컴 (LA 갤럭시, AC 밀란) 의 마지막 유럽 무대가 레알 마드리드, 그의 마지막 유럽 리그 경기가 06/07 최종 라운드 레알 마요르카와의 경기, 그리고 그의 마지막 국제 무대 경기가 06/07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가 될 줄 알았겠는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유럽 축구의 베컴은 그렇게 06-07 프리메라리가 시즌이 끝난 후, 미련 없이 미국 MLS의 LA 갤럭시로 이적했다. 레알 마드리드 수뇌부는 인터뷰에서 “베컴과의 막판 협상이 결국 실수였다” 며 베컴의 이별이 곧 잘못된 것이라 판단했고, 주변에서도 베컴을 놓친 레알 마드리드가 실수했다는 평을 남겼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베컴이 06-07 프리메라리가 후반기부터 갑작스럽게 어시스트를 쏟아내며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구해낸 ‘영웅’ 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베컴이 2006 월드컵 이후 기량이 떨어졌다고, 그리고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전직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신임을 잃었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는 진리는 베컴의 몫이었다. 물론 미국 MLS 측이야 베컴 특수에 입이 쫙 벌어졌다. 마치 레알 마드리드 팬들을 조롱하듯, 비틀즈의 노래 Hello Goodbye 가사를 각색해서 베컴의 미국행을 만방에 알리는 광고까지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베컴은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LA의 홈디포 센터 (갤럭시 홈 구장) 에 도착했고, 데뷔전을 첼시와의 친선 컵 대회를 통해 가졌었다.


하지만 베컴의 미국행이 갑작스러웠다는 것은 틀린 말일게다. 왜냐면 이미 베컴이 03/04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 그의 등번호는 (물론 마이클 조던을 좋아해서 그랬겠지만) 엄연히 상업성을 염두해둔 23번이었고,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 스폰서이자 베컴 스폰서 아디다스는 철저한 마케팅 전략으로 베컴을 자회사 최고의 모델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항간에서는 “상업성 스포츠의 대국인 미국 역시 베컴의 공략 시장이다”라고 예측을 내놨기 때문에, 베컴의 미국행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만은 아닌 셈이다.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라는 세계적 클럽에 뛸 조건이 충분했고, 열심히 플레이했다. 그렇지만 상업적인 측면을 배제한 레알 마드리드행이라면 그것은 부가 설명이 좀 필요할 것이다.



미국 프로축구와 유럽축구의 괴리 사이에서


베컴은 2007 시즌부터 LA 갤럭시 선수로 뛰게 되었으며, 아쉽게도 데뷔 시즌 정규 리그에서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컵 대회에서 프리킥 골 등을 성공시키며 미국 프로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미국 사람들은 슈퍼스타 베컴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LA 갤럭시 홈 구장 홈디포 센터는 오래간만의 좌석 만원 행진에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LA 갤럭시 유니폼, 티셔츠, 기념상품, 트레이닝복, 캘린더 등 베컴과 갤럭시에 관련된 모든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으며, 가히 ‘베컴 효과’ 라고 불릴 만큼 위력적이었다.



여담이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06/07 시즌까지 보낸 중앙 미드필더 및 윙어 자원 오언 하그리브스는 07/08 시즌 맨유로 이적하면서, 오랜 기간의 해외파 생활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해외파는 단 한 명, 데이비드 베컴으로 압축되었다. 근데 이 사실이 결코 베컴의 잉글랜드 대표팀 탑승에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이미 그 자체로도 유럽 최고의 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잉글랜드가, 뭐가 아쉬워서 해외파 선수에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히겠냐 말이다. 그것도 엄연히 축구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프로축구 소속 선수에게 말이다.


그래서 베컴은 잉글랜드 대표팀 선발에 있어서, LA 갤럭시 소속이라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되었다. 물론 스티브 맥클라렌 전임 감독, 그리고 현재 카펠로 감독 등을 거치면서 이제 베컴은 자신의 본 실력을 공인받았으니 더이상 문제가 없지만, 베컴의 갤럭시 이적 직후부터 그에게 쏟아지는 의구심은 심증과 물증이 확실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미국 프로축구로 간 베컴이 결국 세월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은퇴시기를 밟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그의 잉글랜드 대표팀 탑승을 안 좋게 보았다. 그러면서 매 A 매치 및 국제 대회 예선전에 발표되는 대표팀 리스트에 베컴이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고, 베컴은 여기에 대해 강한 반발을 내비쳤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컴이 아무리 잉글랜드 최고의 스타이자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그의 소속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연고를 둔 LA 갤럭시였다. 그래서 베컴은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그러면서 여러 가지 방안이 베컴 앞에 펼쳐졌다. 먼저 LA 갤럭시 소속을 유지하면서 유럽 클럽으로 임대를 가거나, 아니면 LA 갤럭시에서 말 그대로 믿기지 못할 엄청난 성적을 올리는 것, 그리고 계약을 파기하며 엄청난 돈을 물고 다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 것 등이었다. 이후 베컴을 유혹하는 프리미어리그의 몇몇 클럽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까지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베컴을 복귀시키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스날 훈련 캠프 참가로 모습 드러낸 베컴


베컴은 2008년 1월, 그러니까 유럽 축구가 한창 07-08 시즌 후반기로 넘어가려는 시점에서 중대 발표를 했다. 미국 MLS 시즌이 끝났으니, 선수로서 베컴은 개인 훈련이 절실히 필요했는데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날로 단기 훈련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베컴의 런던 입성에 대해 또다시 전 세계는 동요했으며, 베컴의 이런 결정에 대해 또 여러가지 추측들이 난무했다. 일단 베컴은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과의 협의 하에 아스날 구단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등번호 23번을 부여받고 아스날 현직 선수들과 단체 훈련 및 개인 훈련을 가졌다.



이렇게 되면서 주변에서는 “베컴이 아스날과의 훈련 계약 후 임대 혹은 완전 이적할 듯” 이라는 말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베컴의 1년여만의 유럽 무대 복귀가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베컴은 인터뷰에서 아스날과의 계약은 단지 1~2개월 정도의 훈련 동참 내용이 포함된 단순한 것이라고 딱 잘라 못을 박았다. 아스날은 베컴의 훈련 동참에 대해 “그가 원하거나 우리 팀에서 필요하다면 아스날 2군 경기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라고 말해, 베컴으로 하여금 잠잠해졌던 아스날 루머가 불쑥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베컴과 유럽 축구의 조우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사실 베컴의 아스날 훈련 계약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먼저 주지하다시피 시즌이 종료된 후 베컴은 마땅히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거칠 데가 없었고, 게다가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되려면 유럽 축구의 실감나는 현장을 피부로 느껴야 했기에 아스날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 시즌 중에도 성실하게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잉글랜드 대표팀 수뇌부에게 확실히 어필해야 마땅했기에 베컴의 런던 입성은 결국 ‘실전 감각 익히기’ 에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여담이지만 베컴은 한때 03/04 시즌 중, 혹은 이후부터 아스날과 끈끈한 연계를 맺은 바 있다. 프리메라리가 무대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벵거 감독이 본 후, 거금을 들여 아스날로 데려올려고 했다는 일화는 이미 축구계에서 자자했다.


어쨌거나 베컴은 1~2개월간 아스날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등번호 23번을 달고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다시 LA 갤럭시 소속으로서 미국 하와이 및 태평양 투어, 그리고 우리나라 친선투어까지 거치며 유럽 축구에서 익힌 실전 감각으로 하여금 훌륭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역시 갤럭시의 주포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리고 이런 부지런한 모습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베컴은 각종 국제 무대 예선전의 단골 손님으로 격상되었다. 베컴도 어쩔 수 없었다. 자기는 거대한 고래인데, 미국이라는 작은 어항에서 뛰놀 수는 없었다. 그의 레벨은 월드 클래스인데, 그러므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전으로 계속 유지해야 마땅했다. 그렇게 베컴은 아스날과의 단기간 조우를 통해 우리들에게 ‘어떤 힌트’ 하나를 남겼다.



밀라니스타 베컴, 과연 그의 운명은


베컴은 2008 시즌 보란 듯이 현재 5골을 터트리며 갤럭시의 주장 및 주포로서 이름값을 하고 있다. 2007 시즌만 하더라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터트리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개인 돌파 후 골키퍼와의 정면 대결에서 재빠른 발놀림으로 골을 터트리는 등 미국 무대에 많이 적응한 모양새다. 그러나 LA 갤럭시는 베컴이 유일한 비빌 언덕이고, 팀 전력 자체가 훌륭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역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베컴은 아무리 미국에서 맹활약하더라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는 정말 베컴을 잊고 있었다. 베컴이 LA 갤럭시 이적 후 첼시와의 친선 경기 교체 투입, 그리고 꽤 빠른 시일 내의 데뷔골 등 여러가지 뜨거운 소식들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들에게 전해지며, 그가 미국 축구를 지배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케 했다. 하지만 미국 MLS는 엄연히 축구 변방의 무대였고, 단연 돋보이는 베컴일지라도 세계 축구의 중심 유럽이 아니라 미국에서 뛰는 중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따끈따끈한 소식이 ‘웬만한 활약’ 아니면 부각되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 근래 카펠로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 베컴을 중용하며 그를 신임한다는 것이다.


이때, 베컴이 2009년 1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C 밀란과 단기간 훈련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식이 들려지며, 축구계를 술렁이게 했다. 물론 이 소식이 접해진 직후 축구 팬들은 “지난 시즌 아스날 훈련처럼, 단기간의 계약일 듯”하며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점점 상황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변모해갔다. 슬슬 베컴의 AC 밀란 임대로 상황아 바뀌어지며, 축구 팬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와 관련된 확실한 임자가 나타나 공식 발표를 해야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 뿐이었다. 결국 AC 밀란 구단주 아드리아노 갈리아니는 보도문을 통해 베컴을 2009년 1월부터 임대 형식으로 영입한다고 밝혔으며, 기간은 약 4개월에서 6개월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갈리아니 구단주는 “베컴의 임대 영입에 대해 불만 및 아무런 하자가 없다” 며, 베컴 측과의 원활한 합의점이 이뤄졌다는 것을 내비쳤다. 더해서 베컴은 임대 영입 후 베컴의 뜻 및 밀란 수뇌부의 요청이 긍정적으로 돌아가면 완전 이적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한때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베컴의 밀라노행이 현실화 되었다는 것이겠고, 이로서 베컴은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세리에 A 등 세계 축구 3대 리그를 점하는 슈퍼스타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정확한 등번호나 포지션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베컴은 이제 산시로 밀란 홈 구장을 거점으로 두고 세리에 A 무대를 활보하게 되었다.



베컴이 밀란에서 얼마나 해줄지, 그리고 어떤 자리에서 활약할지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밀란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중앙 미드필더 3명을 기본으로 배치하며, 이 작전은 완전히 굳혀진 밀란만의 특허다. 밀란 팬들은 베컴의 영입을 두고 스타 마케팅과 전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좋게 보고 있으나, 또다른 측면에서는 백업으로 두기 좋은 선수라고 말한다. 그것은 곧 밀란의 젠나로 가투소, 안드레아 피를로로 대변되는 중앙 미드필더 3명이 기본 공식인 만큼, 슈퍼스타 베컴이라도 이 틈새를 팔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밀란의 세트피스 시, 베컴의 환상적인 오른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밀란만의 비기로 적용될 모양새다.


아직 베컴은 밀라노에 도착하지 않았고, 몇 개월 뒤에야 그가 밀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그 어떤 예측을 할지라도 변수가 상당 존재하기 때문에 함부로 예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진실이다. 베컴은 스스로 밝혔듯, 이미 예전부터 AC 밀란과의 관계가 있었으며, “원활한 합의점이 있었다면 나는 밀란으로 완전 이적했을 듯” 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것을 충분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베컴이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및 홀딩의 자리에서 가능성을 보인만큼, 마땅히 대체자가 없는 피를로의 자리에 훌륭한 전력 보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밀라니스타’ 베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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