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배우, 삼초배우, 다방배우를 아십니까
등대배우, 삼초배우, 다방배우를 아십니까
  • 김다인
  • 승인 20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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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무명배우들의 분류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한때 일어가 가장 많이 쓰였던 곳은 영화와 인쇄 현장일 것이다. 요즘 영어 쓰듯 자연스럽게 일어로 영화용어 인쇄용어를 쓰며 작업을 했던 것이다.

60년대 영화계에서 배우의 등급을 일컫는 일어로는 이치마이(一枚) 배우, 니마이 (二枚)배우, 삼마이(三枚)배우가 있었다. 주연급, 조연급, 단역급으로 배우들을 나눠 칭한 것이다.

이는 일본 가부키에서 쓰던 용어가 그대로 차용된 것인데, 가부키 대본 첫장에 원작자와 연출자를 쓰고[一枚目], 다음장에 주연배우들을 쓰고[二枚目], 셋째장에 조연 및 기타 출연배우를 쓰던[三枚目] 관행에서 파생된 것이라 한다.

일어식 표현이 일반적이기는 했지만, 당시 일부 매체에서는 색다른 표현을 쓰기도 해 눈길을 끈다. 스타급이 아닌 배우들을 등대배우 삼초배우 동면배우 잡지배우 다방배우 등으로 나눈 것이다.

단어를 보고 대충 뜻 짐작이 가겠지만, 부연설명을 하자.

등대배우란 한 작품에 출연하고는 감감무소식인 배우를 뜻한다. 하도 오랫동안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 이제 그만뒀나 할 때쯤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 등대빛처럼 반짝인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다시 또 자취를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삼초배우는 영화에 언제 등장하는지, 정신 차리고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순식간에 등장했다 3초 만에 사라지는 순간 출연 배우이기 때문이다. 거개는 길가는 행인이나 주인공 총에 맞고 쓰러져 죽는 역을 맡은 경우가 많은데, 3초 등장을 5초 정도라도 늘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기도 한다.

동면배우는 배우협회에 이름은 등록돼있으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통 활동이 없는 배우를 뜻한다. 자의에서였건 타의에서였건 이름만 배우인 경우다.

잡지배우는 영화 출연 확정도 되기 전 각 잡지에 요란하게 자신을 알리는 배우를 일컫는다. 시쳇말로 매스컴플레이에 능한 배우인 것이다. 지금이야 자기PR시대지만 당시에는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빈축을 살 것도 각오해야 했다.

가장 불쌍한 축은 다방배우. 일이 없을 때면 충무로 다방에 나와 죽치고 앉아있는 실직자 배우들이다. 이들은 다방문이 열리기 무섭게 들어가 가장 문과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고는 드나드는 감독이나 제작자들과 눈맞춤을 한다. 감독 등이 앉아 이야기하는 자리에 가서 인사를 하는 등 비윗살도 좋아야 한다.

스타급 배우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무명배우들의 설움이 느껴지는, 일어식 구분보다는 훨씬 유머러스하고 구체적인 배우들의 자리매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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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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