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마두금이 된 하얀 말 이야기-‘수호의 하얀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 마두금이 된 하얀 말 이야기-‘수호의 하얀말’
  • 이 달
  • 승인 200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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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바 수에키치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 / 이달







[인터뷰365 이달] 넓고 넓은 풀밭으로 펼쳐진 초원의 나라 몽골은 중국 북쪽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양, 소, 말들을 기르며 살았지요.

몽골에는 '마두금'이라는 악기가 있는데, 악기 윗쪽이 말머리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두금이라고 합니다.

이 마두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옛날 몽골의 넓은 초원에 '수호'라는 가난한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늙은 할머니와 둘이서 살았던 수호는 어른들보다 일을 더 잘했습니다.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수호는 할머니를 도와 아침 밥상을 준비하고

스무 마리의 양을 이끌고 넓고 넓은 초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수호는 노래를 참 잘 했습니다. 양치기 친구들이 부탁하면 곧잘 노래를 불렀지요.

수호의 노래는 초원을 지나 멀리멀리 퍼져 나갔습니다.


어느 날,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데도 수호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지요.

모두들 걱정되어 찾으러 가려할 때 수호가 무언가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그것은 갓 태어난 하얀 망아지였어요.

‘내가 돌아오는 길에 이 망아지를 발견했어요. 이 녀석이 땅바닥에 쓰러져 발버둥치고 있었는데 그대로 두면 늑대의 밥이 될지 몰라서 데리고 왔어요.’

세월이 하루하루 흘러갔습니다.

수호는 정성껏 망아지를 돌보았고, 망아지는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온몸이 눈처럼 하얗고, 야무지고 씩씩한, 누가 보아도 탐낼 그런 말이었습니다.

수호는 이 말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어요.


어느 날 밤 모두가 자고 있을 때, 말 울음소리와 떠들썩한 양들의 울부짖음이 들렸습니다.

수호는 벌떡 일어나 후다닥 뛰쳐나갔습니다.

커다란 늑대가 양들에게 덤벼들고 있었고 하얀 말이 힘껏 늑대를 막고 있었습니다.

수호가 늑대를 쫓아버리고 하얀 말에게 다가갔을 때 하얀 말의 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혼자서 늑대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호는 땀에 젖은 하얀 말의 등을 쓰다듬으며 동생에게 말하듯 속삭였습니다.

‘참 잘 했어. 하얀 말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세월은 하늘을 날아가듯 지나갔습니다.

어느 해 봄, 넓은 초원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고장을 다스리는 원님이 말타기 대회를 열어서 1등 한 사람을 딸과 결혼시켜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수호에게 나가라고 권했습니다.

‘수호야, 하얀 말을 타고 대회에 나가 봐’


수호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하얀 말과 함께

넓고 넓은 초원을 지나 말타기 대회가 열리는 마을로 갔습니다.


말타기 대회가 열리는 곳에는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있었고

단상에는 원님이 의젓하게 앉아있었습니다.

말타기 대회가 시작되자 여러 곳에서 모여든 씩씩한 젊은이들이 일제히 말채찍을 휘두르며 달렸습니다.

말들은 하늘을 날 듯이 달립니다.

그러나 제일 앞에서 달리는 것은 역시 하얀 말입니다. 수호가 탄 하얀 말입니다.

‘저 하얀 말이 1등이다. 하얀 말 탄 사람을 데리고 오너라!’ 원님이 외쳤습니다.

그런데 1등한 젊은이가 가난한 양치기라는 걸 알게 된 원님은 사위로 삼겠다는 약속은 모른 척 말했습니다.

‘은화 세 개를 줄 테니 그 하얀 말을 두고 돌아가라.’

수호는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지요.

‘저는 말타기 대회에 왔지 말을 팔러 오지는 않았습니다.’

‘뭣이라고! 감히 양치기 녀석이 대들다니 저 녀석을 당장 때려눕혀라!’

원님의 명령에 부하들이 우르르 수호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수호는 원님의 부하들에게 얻어맞고 발길에 차여 정신을 잃고 말았지요.

원님은 수호의 하얀 말을 빼앗아 부하들과 돌아갔습니다.


수호는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집까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수호의 몸은 상처와 멍투성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정성껏 수호를 간호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몸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수호의 슬픔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수호는 하얀 말 생각만 하고 있었지요.

한편, 멋진 말을 빼앗은 원님은 자랑이 하고 싶어 손님들을 불러 잔치를 했습니다.

잔치가 무르익자 원님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얀 말에 올랐습니다.

원님이 등에 올라타자 하얀 말은 사납게 펄쩍 뛰어 고삐를 뿌리치고

술렁거리는 사람들 틈을 바람처럼 빠져나갔습니다.

화가 난 원님은 죽여도 좋으니 말이 도망 못하게 잡으라고 소리쳤습니다.

원님의 부하들이 하얀 말을 향해 활을 쏘았습니다.

화살은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가 하얀 말의 등에 잇달아 꽂혔습니다.

그래도 하얀 말은 계속 달렸습니다.

그날 밤 수호가 자려고 할 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이 따그닥따그닥 소리만 계속 들렸지요.

수호가 밖으로 나가보니 하얀 말이 있었습니다.

하얀 말은 많은 화살을 몸에 꽂고 땀을 폭포처럼 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말은 심한 상처를 입은 채로 달리고 또 달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수호의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수호는 이를 악물고 하얀 말의 몸에 꽂혀있는 화살을 뽑아냈습니다.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계속 뿜어져 나왔지요.

‘하얀 말아, 내 사랑하는 하얀 말아, 제발 죽지 말아다오!’

그러나 하얀 말은 끝없이 지쳐 있었습니다. 숨결은 점점 가늘어지고 눈빛도 희미해져 갔습니다.

이튿날 하얀 말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수호는 슬픔과 분함으로 며칠 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겨우 잠에 든 수호의 꿈에 하얀 말이 나타났습니다.

수호가 등을 쓰다듬어 주자 하얀 말은 몸을 기대었습니다.

그리고 수호에게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슬퍼하지마. 내 뼈와 가죽과 심줄과 털로 악기를 만들어 줘.

그렇게 하면 난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 수 있어. 내가 언제나 너를 위로해 줄게’


수호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꿈 속에서 하얀 말이 가르쳐 준대로 뼈와 가죽과 심줄과 털로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악기가 바로 마두금입니다.

수호는 어디를 가더라도 마두금을 늘 지니고 다녔습니다.

마두금을 연주할 때마다 수호는 억울하게 죽은 하얀 말과 하얀 말을 타고 즐겁게 초원을 달렸던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마두금을 연주하면 자기 곁에 하얀 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면 마두금의 선율은 더욱 아름답게 울렸고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수호의 마두금은 넓은 몽골의 초원 멀리까지 알려졌습니다.

해질 무렵이 되면 양치기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습니다.



*


‘수호의 하얀 말’은 유명하기도 하려니와 내용이 단순하여 설명이 필요없다.

옛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이해가 쉽고 사실적이며 그 안에 단순한 비장함이 배어있다.

옆으로 긴 판형을 꽉 채우는 그림은 몽고의 '넓고 넓은 평원'의 정취를 충분히 담고 있고

단순한 그림체와 독특한 색감이 내용과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준다.


아이들은 수호와 하얀 말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수한 분노와 감동에 눈물을 흘린다.

어른들은 페이지 가득찬 몽고의 풍경을 보며 마두금이 전해주는 위안에 감동을 받을까...?

실제 마두금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수호와 하얀 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들어서 그랬는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애절하고 비장함이 감도는 몽고 음악은 우리네 정서와 잘 맞는다.


아카바 수에키치는 타계한 일본작가이다.

몽고에 오랜 시간 거주했던 그는 몽고를 좋아했다고 한다.

몽고에서 살면서 마두금의 전설을 들었던 작가는 일본으로 돌아와 '수호의 하얀 말'을 완성했다.

처음 출판된 '수호의 하얀 말'이 명성을 얻자 그림을 다시 그려 개정판을 낸 것이 지금 출판되고 있다.

첫번째 '수호의 하얀 말'은 출판이 오래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번째 것과 내용이 다르지는 않다. 다만 그림이 더 수수하고 정감있는 스타일이다.


아카바 수에키치의 다른 그림책으로는 '혀 잘린 참새'와 '두루미 아내'가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다.

둘 다 일본 민담을 소재로 작화한 그림책으로, 일본 민담답게 좀 섬뜩(!)한 내용이 담겨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감상이고 아이들은 다르게 받아들인다.

(따지고보면 우리나라 민담에도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많다)

무엇보다 아카바 수에키치의 그림이 좋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보여줄 만한 그림책.


‘수호의 하얀 말’을 처음 보았을 때는 놀라움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었다.

당시만 해도 낯선 그림책 스타일이었고 내용도 그랬으니깐...

무엇보다 몽고의 적막하고 광활한 초원에 울려 퍼지는 말머리의 연주가 너무 어울린다고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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