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산에도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듯이 야생동물들도 저들만이 다니는 비밀스런 루트가 있다. 언젠가 하늘을 가릴 만큼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고향 마을 앞산에 겁 없이 올랐다가 길을 잃고 한참 헤맨 적이 있다. 다행히 아주 좁은 오솔길을 발견하고 기다시피 겨우 내려오는데 잡목을 헤치느라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나중에야 그 길이 고라니들이 산 아래 계곡 물을 먹으러 오르내리는 루트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야생 동물의 발자국을 보면 녀석들은 눈 덮인 길을 다닐 때도 이리저리 어지럽게 다니지 않는 것 같다.
길이 아니거든 가지를 마라는 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시로 깨닫게 되는 격언이다. 길 없는 길을 갈 때는 함부로 걷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서산대사가 남긴 선시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눈밭을 가더라도 어지럽게 발자국을 남기면 그마저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는 것이 시의 요지이다.
그것은 눈 내린 산길을 남보다 앞서 걸을 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뒷사람이야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산행이 안전하지만 익숙한 산길이라도 눈밭 길을 먼저 걷는 사람은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느 분야든 정도에서 벗어나면서까지 남보다 앞질러 가려 하면 반드시 뒤탈이 있게 마련인 것 같다. 처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시대를 불문하고 어지러운 세태를 보면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동서고금을 통해 불변의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눈 내린 감악산 설경이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는 것 같다. 산속 눈밭에 난 동물의 발자국이 한참 동안 눈길에서 눈길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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