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목소리는 안창환, 엄앵란 목소리는 고은정
신성일 목소리는 안창환, 엄앵란 목소리는 고은정
  • 김다인
  • 승인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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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따로 목소리 따로, 후시녹음시대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얼마전 개봉했던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를 보면 배우들이 하는 대사와 목소리가 한껏 과장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1950, 60년대 성우들이 따로 목소리 연기를 한 한국 영화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에 다름아니다.

성우의 원조는 영화배우 복혜숙이었다. 1926년 11월 3일 조선총독부는 내선융화라는 미명 하에 경성방송국을 설립, 다음해 2월 16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일어 대 한국어 방송 비율을 3대1이었으니 전파를 통해 일어를 널리 전파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때 첫 시험방송에서 <새벽종>이라는 드라마에 12세 소녀의 앳된 목소리를 냈던 이가 영화배우 복혜숙이었다.

성우들의 전성기는 50, 60년대 라디오 방송극 시대를 넘어 영화 황금시절로 이어졌다. 당시 모든 영화는 후시녹음이었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한 화면을 보고 성우들이 녹음실에서 후시녹음을 한 것이다. 동시녹음 기술이 아직 발달돼 있지 못한 것도 이유였고 톱스타들이 한번에 십여편 가까이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것도 그 이유였다.

<청실 홍실><사랑아 별과 같이> 등 인기 최고 라디오 방송극에서 주가를 높이던 인기 성우들이 영화 쪽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것은 1950년대 말이었다. 허장강과 김승호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톱스타들의 연기에는 당시 인기있는 성우들이 목소리를 넣었다.

19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성우는 약 100명 정도. 그중에서 영화 더빙으로 알아주던 성우는 10명 정도였다. 구민 오승룡 박영민 이창환 주상현 오정환 등 남자 성우들과 정은숙 윤미림 정애란 천선녀 김소원 고은정 등 여자 성우들이 당대 톱스타들 목소리를 책임지고 있었다. 이들 인기 성우들은 연기자 못지않게 겹치기 녹음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김진규나 김석훈 등 주연급 배우의 안정된 목소리는 박영민이 단골로 담당했고 이승만 박사 전담으로 유명했던 구민은 중년신사나 아버지 목소리로, 정은숙은 멜로드라마 여주인공이나 김지미 목소리 전담이었다.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이래 오랫동안 신성일 목소리로 알려진 성우는 이창환, 엄앵란 목소리는 고은정이 맡았다. 부드럽고도 적당한 바이브레이션이 특징인 고은정 목소리는 어느 성우보다 생명력이 길었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의 더빙을 도맡아했으며 1974년 <별들의 고향>에서도 “오랜만에 함께 누워 보는 군요” “추워요” 등 극중 경아 안인숙의 목소리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에서 성우들의 전성시대가 끝난 것은 1978년, 동시녹음 체제가 되면서부터였다. 덕분에 관객들은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 안성기의 턱턱 막히는 것 같은 목소리, <티켓>에서 김지미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TV를 통해 신성일이 실은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 엄앵란의 목소리가 컬컬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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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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