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다시 태어나지 않으려면-‘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시 태어나지 않으려면-‘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
  • 이 달
  • 승인 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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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을 살아도, 한 번을 살아도 / 이달



[인터뷰365 이달] 100만 년 동안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100만 번이나 죽고서도, 100만 번이나 다시 살아났던 것입니다.

멋진 호랑이 같은 얼룩고양이였습니다.



1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그 고양이를 사랑하고

1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한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이 싫었습니다.

임금님은 언제나 전쟁을 하고 있었고, 고양이를 멋진 상자에 넣어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날아 온 화살에 고양이는 죽었습니다.

임금님은 고양이를 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멈추고 성으로 돌아와 궁전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 번은 뱃사람의 고양이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바다가 싫었습니다.

뱃사람은 세계 곳곳의 항구에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바다에 빠져 죽었습니다.

뱃사람은 축 늘어진 고양이를 안고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먼 항구 공원의 나무 아래 고양이는 묻혔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 싫었습니다.

마술사는 상자에 넣은 고양이를 톱으로 두동강 내고, 살아있는 고양이를 꺼내며 박수를 받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진짜로 두동강이 되었습니다.

마술사는 잘려진 고양이를 두 손으로 쳐들고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마술사는 서커스 천막 뒤편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번은 도둑의 고양이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이 싫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마치 고양이처럼, 컴컴한 마을을 살금거렸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어대는 동안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도둑은 훔친 다이아몬드와 고양이를 안고 큰소리로 울면서 어둠 속의 마을을 걸어다녔습니다.

도둑의 작은 뜰에 고양이는 묻혔습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싫어했습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안고 하루종일 창문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고양이는 하루종일 할머니 무릎에서 잠을 잤습니다.

조용한 세월이 흘러 고양이는 늙어서 죽었습니다.

늙어서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할머니는, 늙어서 죽은 고양이를 안고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창문 밖 나무 밑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 번은 어린 소녀의 고양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는 소녀가 싫었습니다.

소녀는 고양이를 업어 주고, 꼭 껴안고 잠에 들고, 고양이 등에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소녀의 등에 업힌 고양이는 묶은 띠에 목이 감겨 죽었습니다.

머리가 흔들거리는 고양이를 안고 소녀는 슬프게 울었습니다.

그리고 집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이제 고양이는

죽는 것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그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도둑 고양이가 된 것입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의 고양이가 된 자기 자신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어쨌든, 멋진 호랑이 같은 얼룩고양이였기 때문에

고양이는 멋진 도둑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어떤 암고양이건 고양이의 짝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선물로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고

통통하게 살찐 쥐를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고

다래열매를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고

멋진 호랑이무늬 털을 핧아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다른 어떤 고양이보다 자기 자신이 좋았습니다.

고양이는 귀찮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 이런 게 다 뭐야 시시하게!'



그런데 딱 하나, 고양이를 거들떠보지 않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눈부시게 희고 아름다운 털을 가진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흰고양이 앞에 가서 말했습니다.

'난 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

흰고양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고양이는 화가 났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다음 날도 고양이는 흰고양이에게 말했습니다.

'넌 아직 한번도 죽어본 적 없지?'

흰털 고양이는 '그래.' 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흰고양이 앞에 가서 빙그르 재주를 넘었습니다.

'난 마술사의 고양이였던 적도 있었어.'

'그래. 그렇구나.'

'나는 말이야, 100만 번이나....'

고양이는 말을 멈추고 흰고양이에게 다가갔습니다.

'네 옆에 있어도 되겠니?'

흰고양이는 역시 가볍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러렴.'

그때부터 고양이는 언제나 흰고양이 옆에 있었습니다.



흰고양이는 귀여운 아기고양이를 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난 100만 번이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 흰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자라서 뿔뿔이 어딘가로 가 버렸습니다.

고양이는 흰고양이와 둘이 남았습니다.

'저 놈들도 멋진 도둑 고양이가 되었군.'

고양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정말 그렇군요' 하며 흰고양이는 가릉가릉 부드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흰고양이는 점점 늙어갔고 더 부드럽게 가릉가릉 목을 울려 소리를 냈습니다.

고양이는 그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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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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