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카리스마-경주 선도산 삼존불
매력적인 카리스마-경주 선도산 삼존불
  • 이 달
  • 승인 20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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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인 본존불과 여성적인 좌우협시보살 / 이달



[인터뷰365 이달] 산 정상의 암벽에 조각한 본존불은 높이가 7m에 이르는
거구이지만 파손이 심하다.

내 눈에는 자연적인 붕괴로 보였는데, 반 넘게 무너진 상호에서도 느껴지는

저 두터운 턱선과 입술은 지나치게 남성적이어서 안동 제비원미륵님이 생각났다.



본존불의 연화문대좌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그것은 그분의 걸음으로 보이기도 하고 상족암의 공룡발자국으로 보이기도 했다.



좌우에 서 계신 협시보살은 따로 조각하여 세운 것이다.

우협시보살인 대세지보살.



파손이 심한 우협시보살의 왼팔과 허리부분은 이렇게 휑하니 비어있다.



그래서 그런가, 좀 우울해 보이는 상호를 가졌다.

목부분에도 이어 붙인 흔적이 있다.



대세지보살의 두 발은 잔뜩 움츠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좌협시보살인 관음보살. 역시 따로 조각하여 세운 것이다.



대좌와 몸체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그나마 모두 조각이 나서 이어붙인

흔적이 선명하다.

통일신라 초기의 불상이라고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세분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각기 연대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아니면 제작한 사람이 다를 수도 있겠다.



관음보살의 상호는 삼화령애기부처를 연상시킨다.

부러진 목부위의 상흔과 상관 없이 한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런 미소로

보는 이까지 덩달아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애기부처를 닮았다.



몸체의 조각부위도 거의 떨어져 그저 자연석만 남아있는데

그래도 본존불의 카리스마는 상당하다.



흔히들 삼존불을 보며 처첩을 거느린 남자를 둘러 싼 두 여자의 질투 이런
이야기들을 농으로 한다.

본존불의 분위기에서 남성성을 느낀다기보다, 곱상하고 아리따운 자태로 꾸며진 협시보살들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 지금까지 우스개로 들었는데 선도산의 삼존불을 만나며 혼자 상상으로 웃음이 실실 나왔으니 본존불께서 몹시도 남성적으로 어필하는 까닭이다.

저 눈도 없고 이마도 없이 턱만 두꺼운데도 강렬한 남성성이라니!

그렇다보니 우협시보살의 우울한 얼굴은 소심하고 맘 약한 본처의 속타는 마음으로

애교 띤 웃음 흘리며 사랑스러운 자태로 선 좌협시보살은 나이 어린 첩의 여유로...

^^ 이어지는 상상이야 각자의 몫이고.

아무튼 잠시의 망상이야 스쳐가는 웃음이고. 여전히 강렬한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하고 계시는 삼존불이었다.


선도산은 신라를 지켜주는 성모가 머무시던 산이라 신라에서는 성스러운 산이었다.

그래서 이 산 자락에는 왕릉이 많다.

또 유신공의 여동생 보희의 망측한 꿈에 등장하는 산도 선도산이다.

삼존불 바로 옆에 있는 성모전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경주 박씨들이 제를 올리는데

그것은 선도산 성모와 건국신화의 관계성을 공고히 하려는 순진한 의식으로 삼존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삼화령 애기부처(생의사 미륵삼존상)이 선덕여왕 재위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나 정확한 건 아니고

선도산 관음보살님은 삼화령 애기부처님보다는 앞선 것처럼 보이는데... 그럼 통일신라 초기로 볼 수도 있겠고

아무래도 본존불은 (내가 보기엔) 그 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혼자 계시다가 나중에 협시보살을 얻었나? 아니면 본래 있던 협시보살이 파손되어 다시 만들어 세웠을까?

본존불은 산에 있는 자연석에 세웠지만 협시보살은 산 아래에서 따로 만들어 올린 것이다.

거기다 본존불에 맞추자니 상당히 키가 크다. 바위 위에 고정을 했으니 넘어지고 부서졌을 확률도 무시 못한다.

그 시절에도 보수, 복원, 이런 걸 했을 터이니 연대가 다를 수도 있겠지.

지금의 협시보살도 산 아래에 부서진 채 매몰되어 있는 것을 수습하여 세워 놓은 것이다.


선도산을 내려오는 길엔 이런 저런 추측으로 심심하지 않았다.

시야가 넓어질 겨울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선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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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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