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사랑을 아는 우리 동네 할머니
[어른들을 위한 동화] 사랑을 아는 우리 동네 할머니
  • 이 달
  • 승인 20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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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였을 때 할머니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 이달



[인터뷰365 이달] 우리 동네 할머니




우리 동네에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정원을 가꾸십니다. 봄에는 수선화를, 여름에는 백일홍을.



가을에는 국화를,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빨간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우리에게 선물하십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미소를 지어 보이십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여 주고 빨강 알갱이와 초록 알갱이가 박힌 과자도 주십니다.


나와 내 강아지는, 마을 뒷편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혼자 산책하시는 할머니를 보곤 합니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십니다. 내 이름이 샐리라는 걸 할머니는 아십니다.

할머니는 내 강아지를 쓰다듬으십니다.

할머니는 내 강아지 이름이 마틸다라는 것도 아십니다.



할머니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목초지 너머에 살고 있는 늙은 고양이가 먹을 수 있게 우유도 집 밖에 내놓으십니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에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할머니도 나이 많은 어떤 할머니를 알고 있었을까요.

그 나이 많은 할머니도 정원을 가꾸고, 요리를 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강아지를 쓰다듬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조그만 아이이던 할머니의 이름을 알았을까요.



만일 내가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조그만 아이라도

나는 할머니를 많이 사랑할 겁니다.

지금 내가 할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며칠 전.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된 분이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 물었다.

꿈... 오마이갓, 꿈이라니! 순간 당황하였던 것을 어색한 웃음으로도 감추지 못했다.



순진했던 시절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너무나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야 했던 시절을 거치며 나의 꿈은 사라져 갔다.

그때쯤에 꿈은 곧 하고 싶은 일, 직업으로 바뀌어 있었으니

정말 순수하게 꿈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시인, 한 가지였나 보다.

서른을 넘어 겨우 발견한, 하고 싶은 일이란, 어린이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린이책에 관련한 공부를 하던 시절에 어떤 분이 나에게 물었다.

어린이책 만드는 것 말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고.

그때만 하여도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티벳의 작은 마을에서 김밥과 수제비를 만들어 팔면서 살고 싶다고.

하지만 다만 바라는 꿈일 뿐 이루어지긴 힘들다는 걸 안다고.


이제는 어쩌면 더욱 현실에 충실하여졌는지 아니면 꿈을 잃었는지

나는 쉽게 꿈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

티벳에의 꿈을 접은 후로 나에겐 다른 꿈이 하나 있었다.

내가 나이가 많이 되어 할머니라 불리게 되면

골목이 많고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 어린이도서관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놀러와 책상에 앉거나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할머니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작태로 보아 그런 할머니가 되기란 아직도 머나먼 일인 듯하여

그 꿈은 그저 마음 깊이 묻어 둔 소망으로 남아있다.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 통 먹어치우자 마음이 말랑말랑 따뜻해졌다.

어쩐지 온화해진 마음으로 바느질을 하고 앉아있자니 늙어서의 꿈 따위를 떠올리게 되었다. 후훗-

그래서 나의 꿈과 닮아 있는 <우리 동네 할머니>를 꺼내 읽었다.

<우리 동네 할머니>는 <미스 럼피우스> 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집중이 안되고 어수선할 때는 읽던 책을 집어치우고 시집이나 그림책을 본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미스 럼피우스는 두꺼운 양장본 품위있는 책을 좋아하였을 터이지만

엔간히 잡념이 많고 단순한 것 좋아하는 인간 럼피우스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간만에 <우리 동네 할머니>를 보면서

속 편하게도, 정말 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게 분명해,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정말, 속, 편하게도 말이다.


며칠 전. 가장 하고 싶은 꿈이 무어냐고 (순진하게도) 나에게 묻던 분에게 나는 아주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하고자 했던 한 가지를 접어둔 상태라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란 게 없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서울을 벗어나 시골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하느냐 보다는 어떤 생활을 하면서 사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푸핫-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분도 나를 보고 그런 생각 했을 것이다.

정말 속 편한 인간이군.

ㅎㅎㅎ


제임스 스티븐슨 그림 / 샬롯 졸로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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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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