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춘향은 과연 누구?
역대 최강 춘향은 과연 누구?
  • 김다인
  • 승인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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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최은희, 장미희 등 톱스타 라인업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오늘날 여배우들에게는 화장품 모델이 되는 것이 최고 미인임을 입증하는 바로미터라면 60년대 영화계에서는 춘향 역을 했는지 여부가 그 바로미터였다.

숱하게 만들어진 <춘향전>이지만 만들어질 때마다 최고 인기 여배우들이 춘향 역을 탐냈다. 그 와중에 1960년 ‘세기의 춘향 대결’이 벌어졌다. 당시 인기 정상에 있었던 김지미와 최은희가 각각 춘향 역을 맡아 자존심 싸움을 벌인 것이다. 단지 두 여배우만의 대결이 아니었다. 감독인 두 여배우의 남편들까지 함께 한, 배우와 감독 부부의 대결투(?)였던 것이다.

김지미의 남편은 홍성기 감독, 최은희의 남편은 신상옥 감독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감독은 최인규 감독 밑에서 함께 조감독 수업을 받았다. 감독 데뷔는 홍성기 감독이 한국 최초의 컬러영화(16밀리) <악녀일기>로 1949년 데뷔했고 신상옥 감독은 1952년 <악야>로 데뷔했다.

이들 스타 커플이 같은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당시 영화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이 두 영화는 한국 최초로 컬러시네마스코프로 촬영된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신문마다 이들의 춘향전 대결을 ‘홍춘향’과 ‘신춘향’으로 각각 칭하며 큰 이슈로 다뤘고 영화계도 어느 쪽 춘향이 이길 것인가를 놓고 양분하는 양상마저 보였다.

‘홍춘향’ 즉 김지미-홍성기 커플의 <춘향전>은 춘향 김지미의 파트너인 이몽룡에 신인배우 김귀식을 내세웠다. 이외에 연극배우 출신 김동원, 양미희 등이 춘향 커플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등장했다.

‘신춘향’ 즉 최은희-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은 최은희 춘향에 김진규 이도령을 투톱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방자 허장강, 향단 도금봉이 포진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영화계의 눈이 모두 이 두 작품에 집중됐고 제작과정 내내 화제는 계속 만들어졌다. 어느 영화가 먼저 완성돼 극장에 걸리느냐도 첨예한 문제였다. 같은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먼저 개봉하는 쪽이 아무래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봉은 <춘향전>의 승리. 1961년 1월18일 국제극장에서 <춘향전>이 개봉됐다. 그리고 그 일주일 뒤 <성춘향>이 명보극장에서 개봉됐다.

하지만 결과는 <성춘향>의 승리였다.

두 영화 모두 컬러시네마스코프로 원전을 잘 극화해냈지만 <성춘향>이 더 스펙터클하고 볼거리가 많았다. 코닥필름으로 촬영해 일본에서 현상해온 <성춘향>의 화려한 색채감에 비해 <춘향전>은 평면적인 색채로 일관했다.

주인공 대결에서도 <성춘향>의 승리였다. 특히 김지미와 신귀식의 조합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비해 <성춘향>에는 당시 인기 정상의 최은희 김진규가 주연을 맡은 데 더해 방자와 향단의 캐스팅도 탁월했다. 방자 허장강과 향단 도금봉은 코믹한 조합이었다. 여기에 포졸 역으로 등장한 코미디 배우 구봉서와 김희갑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감없이 끌어냈다.

화면도 단조롭고 주연배우도 주목을 끌지 못한 <춘향전>에 비해 멜로드라마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창, 탈춤 등 볼거리를 집어넣은 <성춘향>의 압승이었다.

자존심을 건 춘향 대결에서 승리한 ‘신춘향’ 측은 이후 전성기를 구가했다. 신상옥 감독은 신필름을 설립해 60년대 한국영화계를 제패했다.

반면 ‘홍춘향’ 측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김지미와 함께 숱한 영화를 만들었던 홍성기 감독은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해졌고 두 사람은 이혼에 이르기도 했다.




춘향 역 쟁탈전 가운데 가장 화려했던 것은 1971년 이성구 감독의 <춘향전>이었다. 이어령 당시 이대 교수가 각색을 맡았던 이 영화의 춘향 역을 맡기 위해 문희, 남정임, 윤정희가 경합이 붙었다. 이들 세 여배우는 트로이카라 불리며 당시 한국영화의 히트작을 삼분해 출연하고 있었다.

이몽룡 역에는 최고의 청춘배우 신성일이 일찌감치 낙점돼 있었으나 춘향 역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경쟁이 치열했다.

세 여배우 가운데 문희가 <흑맥>으로 1965년 가장 먼저 데뷔했고 이어 남정임이 1년 후인 66년 <유정>으로, 다시 1년 후인 67년 윤정희가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문희는 청초하고 순수함이, 남정임은 발랄하고 현대적인 캐릭터가, 석사 출신 여배우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윤정희는 지성적인 면이 각각 매력이었다.

결국 춘향 역에 낙점된 배우는 문희였다. 문희, 신성일이 주연을 맡은 이 <춘향전>은 국내 최초의 70밀리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역대 춘향 가운데 공모를 통해 춘향 역을 맡은 여배우로는 홍세미 장미희가 유명하다.

홍세미는 1967년 김수용 감독이 <춘향>을 만들면서 실시한 춘향 역 공모로 뽑혔다. 모집 공고가 나가자 2천여명이 몰려들어 저마다 재색을 뽐냈는데 여기서 선발된 홍세미는 뛰어난 미인형은 아니었으나 후덕한 맏며느리 이미지를 지녔다. 유난히 코가 커서 ‘코세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홍세미 춘향의 상대역은 한국의 알랭 들롱이라 불리던 신성일이었다.



장미희가 춘향으로 뽑힌 것은 1976년 <성춘향전>을 만들 때였다. 영화 홍보수단의 일환으로 이뤄진 춘향선발대회에서 당시 신인 탤런트였던 장미희의 고전미가 인정받아 최종 선발된 것이다. 이몽룡 역은 이덕화, 아직은 이예춘의 아들로 더 인식되던 연기초년생 시절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통통한 장미희 춘향과 머리숱이 많았던 이덕화 몽룡의 <성춘향전>은 그러나 별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지 못했다. 이는 영화계에서도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텔레비전 드라마가 방송된 영향이 크다. 더 이상 대중들은 춘향과 몽룡의 러브스토리에 감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중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춘향전은 계속 만들어졌고 가장 인기있고 아름다운 배우가 춘향 역을 맡는다는 불문율은 계속돼왔다. 그 덕에 조미령, 김지미, 최은희, 문희, 장미희 등이 적혀져 있는 역대 춘향 리스트에는 김희선, 한채영 등 신세대 드라마 스타들의 이름까지 올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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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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