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날아간 천재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
바람처럼 날아간 천재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
  • 이근형
  • 승인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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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에 요절한 메탈리카의 영혼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세계 메탈 뮤직의 최고봉’ 메탈리카(Metallica)가 2008년 9월, 그들의 9집 Death Magnetic을 발매하며 또다시 세계를 헤비메탈의 광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전히 리드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의 청천벽력 같은 기타 연주는 유효하며, 세월의 힘에 스러져 가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세월의 바람을 역으로 이용하는 ‘메탈계 최고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의 포효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다. 어느 한 장르를 고집하면서 그 장르의 대가가 되기란 참 힘들다. 특히나 내부의 감수성을 중요시 여기는 록그룹에선, 얼터너티브 록 같은 새 장르를 유입하면서 탈바꿈을 시도한다. 그러나 메탈리카는 딱 한 번, 얼터너티브 록의 유혹에 빠진 이후로는 계속 메탈 뮤직을 고수한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메탈리카의 현재 멤버인 제임스 헷필드(보컬), 커크 해밋(기타), 로버트 트루히요(베이스), 그리고 라르스 울리히(드럼)는 나중의 록 역사에 어떤 평가를 받던간에, ‘메탈 뮤직 장인 허가증’ 이라도 내줘야 할 판이다. 1980년대부터 강성해진 헤비메탈은 1990년대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얼터너티브 록과 뉴 메탈(Nu metal) 등의 등장으로 인해 ‘적절한 시기의 세대교체’ 라는 말과 함께 잠시 죽었더라도, 최근 들어 호주 하드 록 그룹 울프마더(Wolfmother)를 시작으로 헤비메탈의 부활이 물꼬를 틀었다. 그러는 가운데 메탈리카는 1981년 발족 이후부터 변함없는 적응력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현재까지도 록 팬들에게 과격한 헤비메탈을 들려주고 있다. 그들이 노래하는 헤비메탈은 그 자체가 역사다. 과장되게 말해서, 헤비메탈의 화석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메탈리카는 늘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메탈리카의 노래를 듣고 자라난 록의 후손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메탈리카 트리뷰트 공연’ 을 펼치며 제임스 헷필드와 커크 해밋, 그리고 라르스 울리히에게 존경의 의사를 표시한다. 자존심 드세기로 유명한 림프 비즈킷의 보컬 프레드 더스트는 Welcome Home(Sanitarium)을 불러 제끼며 메탈리카 앞에 고개를 숙였고, 심지어 힙합 아티스트 스눕 독(Snoop Dogg)도 메탈리카의 노래 한 구절을 랩으로 바꿔 완벽한 랩 메탈을 불렀으니 말 다했다. 이러는 가운데, 메탈리카를 추종하는 팬들과 여러 록팬들에게 있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것이다. 우리는 분명 메탈리카를 향해 존경을 표시하는데, 자꾸 한 사람의 공백 때문에 뭔가 섭섭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우리는 이 사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메탈리카의 두 번째 베이시스트이자, 아니 어쩌면 영향력이나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로 봐서는 거의 원년 멤버라고 봐도 무관할 메탈리카의 중추. 24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가버린, 섬세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베이스 연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클리프 버튼(Cliff Burton) 말이다. 아직도 메탈리카의 몇몇 팬들은 클리프 버튼의 사진 포스터를 방에 걸어놓고 추모하고 있으며, 전성기 시절에는 클리프 버튼의 잘 생긴 외모에 여럿 여성 팬들도 사랑의 표시를 보낸 바 있다. 단순히 그걸로만 표현할 게 아니라, 진짜 클리브 버튼의 베이스 연주는 ‘진국’ 이었다. 오랜만의 신보로 돌아온 메탈리카, 그래서 ‘메탈리카의 영혼’ 클리프 버튼을 추억해본다.




메탈리카 불후의 명곡 뒤엔 늘 클리프 버튼이 있었다


메탈리카의 1983년 데뷔작 Kill Em All의 노래 (Anesthesia) Pulling Teeth의 인트로를 들어보면, 어느 누군가가 “베이스 연주 시작한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던지며 녹음에 들어가는 실제 상황을 감상할 수 있다. 그 후에 들려오는 연주는, 전 세계 아마추어 베이시스트는 물론 현직 베이시스트까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받들어 줄 수 밖에 없는 ‘환상의 베이스 라인’ 그 자체다. 주지하다시피 (Anesthesia) Pulling Death는 클리프 버튼이 제작한 솔로 베이스 기타 트랙으로서, 오직 클리프 버튼만이 해낼 수 있는, 베이스 기타 연주로만 러닝 타임을 장식하는 신기 (神技) 다. 제임스 헷필드는 이 곡을 두고 “이 곡에서 클리프 버튼의 놀라운 베이스 연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라며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으며, 클리프 버튼의 업적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Anesthesia) Pulling Teeth라는 베이스 기타 연주계의 클래식을 제작한 클리프 버튼의 본명은 클리포드 리 버튼(Clifford Lee Burton) 이다. 그는 1962년 2월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 모두 다 음악계에 종사하는 아티스트였다. 그에게는 형제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역시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형제가 사망했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한 클리프 버튼은 그를 위해서 최고의 베이시스트가 되기로 결심, 열심히 베이스 기타를 연마했다. 클리프 버튼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베이시스트는 기저 버틀러(블랙 새버스), 필 리놋(신 리지) 등 록계의 스타 베이스 플레이어들이며, 심지어 리치 블랙모어와 지미 헨드릭스에게도 영감을 받았다 한다. 클리프 버튼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장점만을 모은 셈이다.


클리프 버튼은 트라우마(Trauma) 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다가, 메탈리카의 원년 베이시스트가 팀을 나가자 메탈리카의 러브콜에 의해 두 번째 메탈리카 베이시스트가 되었다. 그는 메탈리카 새내기 치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메탈리카의 원년 리드 기타리스트이자 그 유명한 메가데스(Megadeth) 리더인 데이브 머스테인이 메탈리카를 탈퇴한 이유도 바로 제임스 헷필드와 클리프 버튼간의 마찰이었다고 한다. 메탈리카는 이후 새로운 리드 기타리스트로 커크 해밋을 불러들이며, 완벽한 4인조 밴드가 되었다. 여러 데모 앨범과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드디어 1983년 Kill Em All 앨범으로 메탈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메탈리카의 음악의 주된 요소는 제임스 헷필드가 자아내는 시원시원한 보컬과 빈 틈을 막아주는 그의 리듬 기타 연주, 커크 해밋의 실수 1퍼센트도 용납하지 않는 정교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 그리고 벼락같은 드러밍을 자랑하는 ‘덴마크산 파워 드러머’ 라르스 울리히의 조율 능력으로 손꼽을 수 있다. 여기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클리프 버튼의 천재적인 베이스 연주가 곁들여지니 메탈리카가 세계 최고의 메탈 그룹으로 우뚝 선 것이다. 물론 잘 알려졌다시피, 사실 베이스 플레이어의 연주는 전체 세션에서 그렇게 많이 특출나게 보이지 않으며, 항상 리드 기타의 그늘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클리프 버튼은 달랐다. 그가 존경하는 동시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블랙 새버스의 감초인 기저 버틀러의 영향이었을까, 커크 해밋이 상당한 출력의 일렉트릭 사운드를 연출하는 뒤에서 탄탄히 베이스 기타로 받쳐주면서 커크 해밋의 성과를 더욱 더 빛내주는 역할을 한다. 한바탕 메탈 세션이 주고 받고를 반복하며 무아지경에 오를 떄, 클리프 버튼은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며 그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로 타 멤버들의 빈 틈이 보이지 않게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래서 메탈리카가 한번 메탈 세션에 푹 빠지면, 팬들은 헤드 뱅잉을 멈추지 못할 만큼 굉장한 스피드와 러닝 타임을 자랑하는 것이다. 커크 해밋은 클리프 버튼 생전에 그를 항상 고맙게 생각했으며, 타 메탈 밴드들에겐 클리프 버튼은 욕망의 대상이자 탐나는 라이벌이었다.



메탈리카의 1984년 2집 Ride The Lightning에 수록되어 있는 헤비메탈 넘버 For Whom The Bell Tolls에서는 클리프 버튼이 베이스 기타와 와와 페달의 조합을 일으켜 상당한 출력의 일렉트릭 사운드를 구현해냈으며, 인트로 부분에서 종소리 이후 들려오는 청명한 베이스 기타 연주 역시 그가 계획해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메탈리카 특유의 장대한 곡 구성이 돋보이는 한 편의 록 서사시 The Call Of Ktulu에서도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기타 연주는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많은 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클리프 버튼의 천재적인 베이스 연주가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그것 자체가 메탈리카의 부흥이자 절정을 상징했다는 노래 하나가 남았다는 것을. 바로 메탈리카 불후의 명반 Master Of Puppets (1986) 의 인스트루먼틀 넘버 Orion이다.



클리프 버튼의 스완 송, Orion


Orion이야 왕년에 기타 좀 잡아 본 사람 치고 연습 안 해본 사람이 없으며, 여전히 메탈리카가 이 곡을 연주하면 객석에서는 메탈의 황제 메탈리카를 향해 경의를 표하는 세레모니까지 연출되니, 가히 메탈리카를 떠받들지 아니할 수 없게 만드는 세계 록 마니아들의 국가(國歌) 가 따로 없다. 이 곡은 조용한 가운데 시작했다가 갑자기 록 세션이 튀어나오는 충격적인 인트로 연출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메탈리카의 모든 기타 포지션이 하나가 되어 장대한 록의 바다를 연출해서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 곡의 백미는 따로 있고, 감히 클리프 버튼의 명곡이다라고 명제를 붙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Orion이 러닝 타임 4분대로 접어들 떄, 갑자기 모든 세션은 연주를 멈춘다. 그리고 클리프 버튼의 외로운 베이스 연주만이 들려오는데, 고요 속에서 빛을 발하는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플레이는 마치 고기가 득실거리는 평온한 바다 속에서 독야청청 상어 한 마리가 등장, 모든 생물들을 제압하듯이 단연 독보적이다. 물론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연주 이후부터는 커크 해밋의 리드 기타와 라르스 울리히의 드러밍이 첨가되면서 사운드가 강성해지지만, 요 짧은 시간 안에 들려준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연주에 대해 록계에서는 아직까지도 경의를 표한다. 그 짧은 시간의 연주이지만, 베이스 플레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극찬한다.


메탈리카는 주지하다시피 Master Of Puppets를 통해 1980년대 메탈계의 선두주자는 오직 자신들뿐이라며 모든 이 앞에서 확실히 증명을 했고, 그것은 메탈리카를 박차고 나온 데이브 머스테인이 조직한 메탈 밴드 메가데스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1980년대 초 데뷔하여 약 5~6년만에 메탈 바닥을 접수한 메탈리카, 그리고 그들의 명작 Master Of Puppets는 그 누구도 반문을 달 수 없게 만드는 원투 펀치다. 그래서 메탈리카의 연주력이 집약된 앨범 수록곡 Orion, 그리고 중간 부분에 독야청청 등장하는 클리프 버튼의 청아한 베이스 연주에 많은 의미가 실리는 것이다.


클리프 버튼의 Orion 베이스 연주는 현재까지도 많은 록밴드와 록 키드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클리프 버튼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Orion에서 불현듯 나타난 베이스 기타 연주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것은 아쉽게도 클리프 버튼의 ‘스완 송(Swan Song : 백조의 노래, 즉 아티스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명작)’ 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986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클리프 버튼, 그리고 그의 마지막 명작 Orion. 그래서 그의 Orion 베이스 연주가 더욱 더 돋보이고, 베이스 플레이어들에게 눈물과 경의의 마음으로 다가오는 명작이 아닐까.




24세에 요절, 하지만 클리프 버튼은 여전히 살아있다


메탈리카는 1986년 3월 발매한 명작 Master Of Puppets의 인기에 힘입어, 1986년 9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Damage Inc.의 이름을 따서 ‘Damage Inc. 유럽 투어’ 콘서트를 거행하고 있었다. 이동 차량인 버스를 타고 스웨덴을 오가고 있을 때, 버스에 마땅히 수면을 취할 자리가 없었다. 공연으로 피로가 쌓인 메탈리카 멤버들로서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버스 안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며, 이기는 자가 제일 편한 자리에 누워 취침하는 것으로 내기를 걸었다. 여기서 클리프 버튼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머쥐며, 편한 데서 취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이 클리프 버튼 생애의 마지막 기쁨이었다.


버스 운전자의 실수로 인해 블랙 아이스(도로 위의 검은 빙판) 위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버스는 전복했다. 그 사고로 클리프 버튼은 창문 쪽으로 뒹굴더니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술에 취해 음주 운전을 한 버스 운전자의 실수가, 클리프 버튼이라는 록계의 영건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메탈리카는 비통에 잠길 수밖에 없었고, 이내 클리프 버튼의 기념비가 사고 지점 근처에 생겼다. 제임스 헷필드는 클리프 버튼을 떠나보내며 “클리프 버튼의 사망은 메탈리카 베이시스트 한 명이 떠나간 게 아니라, 메탈리카의 영혼이 사라진 것이다” 라는 비장한 말을 남겼다.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플레이 모든 것이 집약된 Orion을 그가 생전에 한번도 라이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탈리카는 이후 수많은 공연에서 클리프 버튼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1987년에는 클리프 버튼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Cliff Em All이라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클리프 버튼의 사망은, 그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베이스 기타를 놀리던 많은 베이스 플레이어들의 희망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었고, 더해서 메탈리카의 심장부 중 하나가 뚝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24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모국도 아닌 낯선 스웨덴에서 생을 마감한 클리프 버튼. 그러나 그의 죽음을 계기로 더욱 더 베이스를 연마하여 최고의 자리에 오른 베이시스트도 여럿 있고, 앞서 아직까지도 메탈리카 팬들 중에는 클리프 버튼의 사진 포스터를 방에 걸어놓고 그를 추모한다. 베이스 플레이어들의 마음 속엔, 클리프 버튼은 영원히 살아있다. 리켄바커 베이스 기타를 어깨에 짊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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