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이달] 맑은 날이었다, 모처럼. 징징거리던 하늘이 세수를 하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하는 날 담양에 갔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탑. 기다랗게 뻗어오른 가로수가 쭉 뻗어있어 상대적으로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탑.
겨우 몇십년 자리 잡은 나무에 밀려 몇백년 돌탑이 찬밥 신세가 된 현장에 섰다.
동편으론 자동차 전용도로, 서편으론 오래된 국도, 북으로는 엄청난 가로수, 남으로는 낡은 살림집.
조명은 직사광선, 배경음악은 끝없는 차소리... 아, 무드 없어라...
이렇게 얌전하고 당차고 잘 생겼는데.... 대접이 너무 소홀한 거 아닌가?
어느 분이 사용한 '준수한 청년'이란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탑이다. 막 입대하여 훈련소 마치고 자대배치 받은 일등병.
두툼 듬직한 근육은 아직 없지만 군기는 잡혀있고 군더더기 사제물을 벗어내고 젖살이 빠져서 가뿐한,
날렵하나 쉽게 들뜰 것 같지 않고 착해 보이지만 일도양단의 강단은 있어 뵈는.
길가 쪽에는 키 작은 코스모스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ㅋㅋ 소녀팬들인가?
그래, 코스모스가 피면 좀 분위기 받쳐주겠다. 지금은 너무 살풍경하다.
여름 한낮이 아닌 낙엽 다 진 가을 날에 왔으면 좋았을 곳이다. 11월 둘째 주쯤...그때 오면 더 좋겠네. 눈 내린 날 오면 더 좋고.
메타길에 들어가 멀리서 탑을 보니 정말 잘 생겼다.
그리고 찾아간 명옥헌.
찾아 들어가는 길가의 나무들도 이제 막 꽃망울을 머금고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당도한 명옥헌은 당연히 붉은 빛이 없었다. 전혀.
파아란 하늘이 물에 들어가 눈 시리게 만들던 명옥헌에서 잠시 더위를 잊고 나왔다.
백일홍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그것으로 달래졌다. 다음에, 또 오지 뭐. 꽃이 없어도 감동적인 명옥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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