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폭락에도 아랑곳없는 축사의 우공
몸값 폭락에도 아랑곳없는 축사의 우공
  • 김철
  • 승인 201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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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세상에 또다시 소값 파동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소가 무슨 죄가 있나. 이 엄동설한에 축사에서 강제로 끌려 나온 소들이 팔자에도 없는 청와대 구경을 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중도에 그만 뒀단다. 영문을 알 리 없는 소들도 소갈머리가 있다면 아마 어안이 벙벙했을 터이다. “광우병에 구제역 소리만 들어도 덜덜 떨리는 판에 이 또 무슨 날벼락이란 말이냐” 소들의 수난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몸값이 폭등하면 폭등하는 대로, 폭락하면 그것대로, 전염병이 들면 병이 든 대로 한바탕 사경을 헤매야 하니 불쌍한 것이 소다.


살아서는 쥔장에게 순종하고 죽어서는 가죽은 물론 뼈골까지 인간들에게 고스란히 바치는 소를 가리켜 왜 우공(牛公)으로 기렸겠는가. 출생에서 죽음까지 소의 생애를 떠올리면 쇠고기를 먹다가도 입맛이 가시기 십상이다. 소도 쥔장을 알아보고 눈물과 울음소리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그러나 소는 어디까지나 소다. 인간들이 젖을 빼앗아 먹건 일감으로 혹사시키건 좌우간에 도축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단순한 먹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가련한 신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소의 타고 난 운명이니 어찌하랴. 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수요자들이 아우성이고 요즘처럼 곤두박질치면 공급자들이 난리이다.


그런 와중에도 쇠고기의 소비자 가격은 별반 달라지는 게 없어 소값 파동이 재연될 때마다 다들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정책 당국도 매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소값 파동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대로 여러 가지 방안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국제곡물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생산 원가에서부터 유통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공급자뿐만 아니라 한우만을 고집하는 수요자에게도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책임전가를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심심하면 반복되는 소값 파동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으로 일각에서는 아예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소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지원 등 들쭉날쭉 하는 단기 처방의 정책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고 문제를 어렵게 하지 않는지도 차제에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나 저러나 자신의 몸값이 폭락한지 알 길이 없는 한우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세상모르게 느긋한 우공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그날까지 묵묵히 살아가는 우공이 새삼 애처롭다는 부질없는 생각마저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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